술을 못 끊겠다고? 개종해, 이슬람으로!

이슬람국가에서 모르고 지나쳤던 이들의 음주문화

by 이프로

술을 마시지 않은지 3년 5개월이 넘었다.

누가 이런 날짜 계산을 하고 있겠는가. 이걸 카운트해주는 앱이 있어서 열어본 것이다.

3년쯤 까지는 이런 금주 기간을 생각하면서 감격해하기도 하고 스스로 격려도 해주면서 많은 의미부여를 했다. 내가 술을 멀리하면서 얻게 된 여러 가지 긍정적이고 건강해진 관계들, 가족들, 사회생활, 개인생활 등...

장기 금주자들에게서 전해 들은 한방에 무너진 얘기들과 방심하면 한순간에 나락이라는 조바심 때문에 안심하지 못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이미 몇 차례 금주 시도가 망가진 경험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 내가 술 앞에 얼마나 나약했는지를 알기 때문에 끝없이 나를 의심하고 두 겹 세 겹의 방어장치를 만들면서 견고한 금주성을 지켜왔다.


그런데,

싱겁게도,

나는 너무나 잘 견뎌내고, 심지어는 그 어떤 유혹도 유혹으로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3년이 아니라 30년도 전부터 술을 먹지 않은 사람처럼 술에 초연하며 아무도 보지 않는 나만의 시간에 은밀한 술의 기회가 왔다고 해도 그냥 심드렁하고 귀찮게 여겨질 뿐인 것이다.

나는 이제 금주인이 아니고 술과 무관한 사람이다.

술이 언제 나를 공격할세라 날을 세우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와 내 가족, 내 생활을 망가뜨린 주범은 바로 술이라는 원망과 후회로 술을 바라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적대관계가 아니라 우호관계이다.

술을 적절히 잘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잘 먹지 못하는 마라탕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하듯

아, 당신은 이 음식을 좋아하시는군요, 하면서 웃어넘길 수 있다.

술이 지나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사실이니까.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들. 노 알코올, 노 돼지고기

방학을 맞아 인도네시아에 왔다.

처음 와 본 나라이니 생소한 문화와 식습관 등을 구경하느라 재미가 있다.

일주일도 넘게 시간을 보낸 뒤 어느 날 음료를 사러 들어갔던 편의점에서 한국 편의점과 비슷하지만 뭔가 다른 게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의 매일을 드나들면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 결정적 차이!

인도네시아 편의점에서는 술을 팔지 않았다.

담배는 보루째 사가는 사람도 있고 인기 품목이어서 여기저기서 피워대고 거리가 메캐했지만 술은 아무도 찾지도 않고 팔지도 않았다.

과연 그럴까 싶어서 여기저기 으슥해 보이는 곳까지 둘러봤는데 정말로 술은 없었다. 무알콜주류라는 것도 아예 없었다.

신기하네, 하면서 그동안 들렀던 식당을 떠올려보니 과연 식당에서도 주류를 취급했던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이슬람은 돼지고기만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술도 전혀 마시지 않았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많은 사테(숯불구이 꼬치) 요리를 먹을때 이들은 물이나 차, 혹은 탄산음료와 함께 했고, 맥주와 잘 어울릴 것 같은 각종 닭요리도 술을 곁들이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우리의 꼬리곰탕이나 꼬리 찜 같은 요리도 이들 식단에 있었는데 소주 같은 독주나 알코올류는 메뉴판에도 없고 식당에도 팔고 있지 않았다.


이 나라에서 술은 자발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었고 그 사실은 전혀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아침, 저녁이면 인도네시아 젊은이들과 달리기를 했는데, 구슬땀을 흘리며 달리기를 마치고 우리의 러닝크루였다면 우르르 몰려서 생맥주라도 한잔 하러 갔을 텐데 건전 무쌍한 이들은 다 같이 생수병을 돌려 따 마시며 유쾌하게 웃었다.


술을 끊으려면 인도네시아가 딱이다.

이슬람 국가라고 모두 신실하고 종교에 깊게 귀의한 사람만 살지는 않는다. 듣자 하니 술에 좀 너그러운 이슬람 국가도 있고 같은 인도네시아라고 해도 발리같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은 편의점에서 술도 취급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침에는 해장술, 점심에는 낮술, 저녁에는 회식 등의 술모임이 이어지고, 모든 음식점은 술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술과 음식을 함께 먹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술을 끊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여러 번 해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슬람 국가로 장기간 금주 여행을 권한다.

술을 찾기가 어렵다. 말이 안 통하는 건 또 하나의 잠금장치!


강한 의지로 당신의 금주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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