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길을 걸을 때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1유로, 2유로에 연연합니다.
10유로 지폐를 가난한 학생 시절에 10만 원 수표 보듯이 하고
어쩌다 100유로를 허물어서 거나한 저녁을 사 먹은 날이면 가산을 탕진한 죄책감도 듭니다.
우리 그러지 말아요.
지난 시절 고생했잖아요.
좀 쓰고 삽시다. 스페인 지역 사회도 발전시키고 2주에 한 번쯤은 품격 있는 호텔에서 욕조에 물 받아놓고 지친 몸도 좀 쉬게 합시다.
그래봐야 얼마 안 합니다. 만날 5유로짜리 10유로짜리 숙소에서 이층 침대에서 남 코 고는 소리에 뒤척였다면 하루쯤 럭셔리한 가구와 카펫 깔린 복도를 걷고 침실 밖에는 고성의 야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잔 마셔도 됩니다.
저는 그동안 두 번 파라도르를 이용해 봤는데 강추합니다.
파라도르 예약은 숙박업소 예약 사이트에서 모두 가능한데 파라도르 홈페이지에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프로모션이나 이벤트가 많거든요. 지금은 두 밤 자면 하룻밤 더 재워주는 이벤트를 하나 본데요.
요 웹사이트에서 하시면 됩니다.
스페인 내의 왕궁, 수도원, 저택, 성들을 호텔로 개조한 것인데 아래 보시다시피 전역에 있습니다. 98개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폰테베드라와 사프라 두 군데에서 묵어봤는데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론다와 똘레도 파라도르입니다. 산티아고 파라도르도 인기가 좋은 곳입니다.
그리고 파라도르 예약하실 때 아미고 Amigo라는 회원에 가입하면 좋아요. 파라도르 홈페이지에서 가입할 수 있는데 아미고 가입 후 첫 파라도르 예약이면 조식이 무료입니다.
파라도르가 호텔만 유명한 게 아니라 식당도 미슐랭 급인데 조식이 공짜라니 안 할 이유가 없지요.
이후에도 아미고 회원이 예약하면 웰컴 드링크가 제공되니까 파라도르의 전망 좋은 카페에서 음료를 한잔 해도 좋습니다.
저는 두 번 다 비수기 겨울철이어서 요금이 100유로 이하였는데 성수기에는 두 배쯤 비싸집니다. 부부시라면 같이 묵으시면 되고 혼자 여행중일 때는 일행을 만들어서 투숙하고 반띵 하면 되지요.
저는 첫 파라도르 숙박하기 전날에는 10유로쯤 되는 싸구려 호스텔에서 묵다가 다음날 파라도르로 숙소를 옮겼는데 카미노 도중 하루 이런 일탈을 갖는 것이 참 즐겁고 좋았습니다.
지금 있는 돈 다 안 쓰고 가면 자식이 씁니다.
능력 되시면 일등석도 타시고 말 타고 순례도 해 보시고 파라도르 순례도 해보시면 좋겠지요.
그러고 다음날 다시 땀 냄새 베인 배낭 메고 걸으면 얼마나 재미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