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떼어놓을 수 없다면

그럴 수 없으면 즐겨라

by 찬류

나는 SNS 상에서 활동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메신저 앱의 프로필은 1년에 한 번 바꿀까 말까이고,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댓글 한 번 달아본 적 없다. 개인 공간에서의 게시글 업로드 빈도도 당연히 적어 인터넷 친구들에게서 정리당하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그만큼 나는 인터넷에 내 흔적을 남기는 것에 매우 조심스러운 편이다.




내가 인터넷상에 흔적을 잘 남기지 않게 된 것은 아빠의 영향이 크다. 자신이 특정되는 것이 싫어 프로필 사진도 설정하지 않으신다는 아빠는 나에게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라’며 당부에 당부를 더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깨끗한 과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는 것은 아니고, 그나마 흑역사가 남들보다는 덜한 것 같다. (내 기준이긴 하다)


그럼에도 나는 SNS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은데, 어느 정도냐면 SNS에 더 이상 콘텐츠가 없어 SNS 어플을 종료했다가도 무의식적으로 SNS 어플에 다시 들어갈 정도이다. 이 정도면 중독인가? 싶기도 한데, 들은 바로는 SNS의 타임라인을 한 번 새로고침 하는 것이 슬롯머신을 한 번 작동시키는 것과 비슷한 쾌감을 느낀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도 구조가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위에서 SNS 활동을 즐기지 않고, 흔적을 남기는 것도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느냐?라는 질문이 떠오를 텐데, 그것에 대한 답을 꺼내보자면 사람들이 활동하는 것이나 이슈 등을 두루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잘만 가기 때문에 굳이 나 자신을 표출할 욕구가 생기지 않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물론, 보는 것도 활동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헤비 유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긴 하다… 특히 나는 오타쿠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SNS를 이렇게 오랫동안 하는데 나는 그 안에서 얻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것을 깨달으니 갑자기 허무해졌다.


게다가 이제는 인터넷에 내 흔적을 남기는 것이 두렵지 않고, 어느 정보를 어떻게, 얼마나 공개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흔적이 나의 흑역사가 될 가능성도 적은데, 언제까지 나는 SNS를 소비의 도구로만 보고 대해야 하는가?라는 의문 또한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셀프 브랜딩이 대세고, 어쨌거나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를 홍보해야 하는데,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로 인터넷을 대하다가는 언젠가 분명히 후회하리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후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SNS에서 생산적인 활동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왕이면 내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김에 이것이 나에게 무언가 한 가지라도 안겨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도전해보지도 않고 막연히 누군가가 나를 발견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시간만 보내기에는 내가 낭비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무작정 개설해 둔 SNS 계정이 있었다.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SNS의 방향성을 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확장해 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웠다.

어디서 본 건 많아서 그대로 따라보려고 했지만, 체화되지는 않은 정보라서 어딘가 어설펐다. 게시물 하나, 문장 하나에 신경을 쓰는 것은 꽤나 힘들었다. 이 문장 하나가 잘못 걸렸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최악을 가정하는 습관 때문에 노출 하나 없는 계정과 게시물임에도 시간과 정성을 많이 할애했고, 그 대비 기대했던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매번 좌절하고 후회했고 무력감을 느꼈다. 쓸데없는 행동이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문득 뭐든 3년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해볼까? 어차피 시간만 버리던 나날보다는 훨씬 낫잖아.




원체 SNS상에서는 일상적인 활동조차 없는 사람인데 갑자기 생산적으로 활동하는 계정을 여러 개 생성하고, 전부 활성화시키려 하다 보니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태도만 보면 이미 SNS로만 밥 벌어먹는 사람이다.

내 능력에 비해 꿈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신이 주는 최고의 시련은 내 능력에 비해 너무 큰 꿈을 주는 것이라는데, 어쩌면 나는 저주받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야망 하나만큼은 큰 사람이고,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했으니 언젠가는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을 이룰 날들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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