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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미 부자 May 16. 2022

sk8er Boi

[스케이트보드] 네 바퀴를 타고 길을 누비는 자유로움


며칠  지인의 친구가 실내 스케이트보드 강습장을 차렸다고 했다. ‘, 주변에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사람이 있었구나!’ ‘ 그런데 이상하다? 강습이라고? 스케이트보드를 가르쳐서 돈을 번다고?’ 도쿄올림픽에 스케이트보드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중고등학생의 애들이 금메달리스트가 되면서 스케이트보드도 사교육의 대상이 되었다고 지인이 설명해주었다. 이렇게 나는  트렌드를 20 앞서게 되었다.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접한 건 2002년 미국에서였다. 뭔가 쿨 해 보였다. 팬티가 다 보이게 입은 배기팬츠(심지어는 엉덩이 밑까지 바지를 내리고 벨트로 고정시켜 어기적 걷는다.), 두툼하고 큰 운동화, 뭔가 꼬질 하지만 스타일리시한 티셔츠는 사회에 저항하는 십 대였던 내 마음을 자극했다. 그렇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친구와 친해지며 “쿨”한 집단에 속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미국에서 조차 스케이트보드는 미식축구, 농구 등에 한참 밀리는 쿨하고 싶은 비주류들의 스포츠다. 2002년 핫 했던 팝가수 에이브릴 라빈의 sk8er boi 가사에서도 “He was a skater boy. She said, "See you later, boy"라며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남자 친구를 무시하는 내용이 나온다. (결국 남자 친구는 성공한 락밴드가 된다.)


스케이트보드의 종류. Image: Skate Review

스케이트보드의 종류는 다양하다. 크게 발을 올려놓는 판때기의 길이와 바퀴의 모양에 따라 용도가 구분된다. 판은 길어질수록 유연한 코너와 빠른 속도에서의 안정감을 가지게 되고, 바퀴가 커지면 노면의 방해를 덜 받아 주행감이 좋아진다. 조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모양이 나오겠지만, 일반적으로 작고 가벼운 주행감을 살리면서 패션의 아이템으로도 쓰는 크루즈보드, 춤을 추며 우아하게 서핑하듯 커브를 그리고 속도를 내를 롱보드, 그리고 가장 대중적인 묘기를 부릴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가 있다. 엄밀히 세 종류 모두 스케이트보드이긴 한데 “쿨”피플들은 크루즈보드나 롱보드를 스케이트보드로 취급하지 않는다. 나도 다른 보드를 엄청 무시했다.

스케이트보드라 하면 두 발이 떨어지는 자율성이 있기에 장해물을 뛰어넘고 개단을 뛰어내리며 여러 가지 묘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 땅에 구르고 피를 보기도 하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쿨”함이 있다. 요즘에는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파크도 많지만, 스케이트보드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도가 있는 스트릿 스포츠 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 길을 걷다 보이는 난간, 계단, 방지턱이 다 놀이 기물로 보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특정 장소를 가드나 경찰이 지키기도, 난간에 쇠뭉치를 용접하기도 하며 스케이트보드를 못하게 하기도 한다.


참고로 한국은 길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매우 나쁜 환경이다. 일단 차가 너무 많고, 보도블록은 너무 울퉁불퉁해 바퀴가 계속 걸린다. 미국은 큰 보도블록 형태가 많고, 한적한 공터도 많다.


대담하고 멋있어 보인다 Image: es Skateboard


스케이트보드의 가장 큰 재미는 도전과 희소성이(었)다. 원하는 트릭을 성공하기까지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계속해서 시도하는 재미는 해본 사람들만 안다. 그렇기에 길을 가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스케이트보드를 처음 시작한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생 때까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들고 있는 사람만 있어도 말을 걸고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동유럽 배낭여행 중에도 그렇게 현지인 들과 놀았고, 남부터미널쪽에 살던 시절에는 그렇게 하나 둘 사람들을 모아 NB CREW를 만들기도 했다. 한 번에 다 모여본 적은 없지만 다하면 12명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로고를 그려 길에 스텐실을 남기기도 하고, 대로변에서 다 같이 웃통을 벗고 보드를 타며 우리만의 왕국을 만들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제일 좋은 장소는 사유지 건물 앞 광장이다. 보도블록과 다르게 이곳은 대리석 또는 화강암 바닥으로 되어있어 보드가 잘 굴러가고, 주차를 막는 고깔이나 주차 가드레일은 훌륭한 기물이 된다. 남부터미널에서는 진로 사옥과 국제전자센터 앞이 더할 나위 없는 스팟이다. 물론 경비원들이 간헐적으로 나와 제지하지만 겁 없는 10대에게 무서울 건 없었다.

국전크루 1기

한 번은 국제전자센터에서 열심히 보드를 타고 있었는데, 한 50대 남성분이 건물에서 나와 뭐하는 애들이냐고 여쭤본 적이 있었다. 도망가야 하나 고민한 우리들에게 본인은 건물 관계자라며 자신도 스카이다이빙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며 반갑다고 명함을 주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국제전자센터 1층에 노는 구역이 있는데 안전에게 탈 수 있는 파크에 대한 기획을 해보라는 제안도 받았다. 철없던 시절… 이런 좋은 기회는 보지 못하고, 경비인력이 보드 타는 우리를 쫓아내려고 했을 때 그분께 연락하며 경비의 사과를 받는 것에만 환호했다. (이렇게 인생의 전환점을 한 번 놓쳤다.)


요새는 보드를 빌려주는 곳도 많고, 강습의 기회도 많다. 그게 아니더라도 10만 원 정도면 장비를 맞추고 탈 수 있다. 심지어는 쿠팡에서도 파는 게 놀랍다. (라때는 이태원에 가야만 했는데…) 준비물도 단순하다. 보드 그리고 기물에서 보드를 미끌기 위한 왁스 또는 저렴하게 양초. 그리고, “쿨”하게 타려면 보호대 따위는 필요 없다. 단, 미끄러운 스케이트보드 파크에서 타려면 헬멧과 무릎보호대는 있어야 좋다. 그 유명한 토니호크도 파크에서는 보호대를 했다. 신발은 밑창이 평평한 형태이면 된다. 스케이트보드 윗면이 미끄럼 방지를 위한 사포 형태로 되어있어 일반적이 보드화는 두꺼운 밑창과 두꺼운 옆구리를 갖고 있지만, 원래 반스와 컨버스도 보드화에 속한다.



How To Ollie A Skateboard. Image: everymanskateboards.com

스케이트보드가 이동수단이라고? 그렇다면 빠르게 포기하길 바란다. 더 편하고 빠른 전동킥보드와 자전거가 있다. 준비물을 갖췄다면 “알리”부터 시작해 보자. 전문용어로 “알리”, 일반인들에게는 점프로 보이는 단순한 동작에 스케이트 보드의 모든 원리가 들어있다. 알리는 한쪽 발을 땅에 부딪혀 보드를 튕겨 오르게 하며 반대발로 마찰을 일으켜 보드를 끌어올리며 균형을 잡는 행위로, 발을 차는 방향 보드의 회전등에 따라 다양한 기술로 파생된다. 보통 알리를 익히냐 못 익히느냐로 스케이트보드에 빠지냐 흥미를 잃느냐가 결정된다.


스케이트보드 보드를 타는 프로들이라면 관절을 한 번씩 바꿔 낀다고 한다. 그렇게 나도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시작하며 보드를 멀리하기 시작하였다. 또 예전처럼 남의 눈치를 완전히 무시하며 길에서 타기엔 머리가 너무 크기도 했다. 오랜만에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영감을 주고 동경했던 프로스케이트보더들의 인스타를 찾아보았다. 그들도 어느덧 본인들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표가 되고, 자식들이 보드 타는 걸 찍는 아버지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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