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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미 부자 May 16. 2022

Animals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한 피땀 눈물: Texas style BBQ

바베큐의 종류만으로도 책 한 권은 나올 수 있다. [Image: Texas Barbecue - Texas A&M University]

최근, 틈틈이 시도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맛 집이 있다. “유용국바베큐연규소”라고 셀럽들의 인증샷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바베큐가 얼마나 다르면 다를지 그 맛이 궁금하여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바베큐는 고기, 불, 시간 삼박자의 절묘한 조합에 따라 그 승패가 갈린다. 고기의 질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급하다고 강한 불로 빠르게 하면 겉면만 타기 쉽고, 그렇다고 너무 약한 불로 오래 구우면 육즙이 다 빠져나간 훈제 육포가 돼버리고 만다.


그나마 코리언 스타일의 바베큐는 쉽다. 구운 고기를 차려내지 않고 다 같이 불 앞에 둘러앉아 먹기에, 화력에 맞춰 적당한 크기로 잘 잘르며 시간에 맞춰 고기를 뒤집으면 안쪽까지 맛있게 익힐 수 있다. 반면 고기가 너무 얇으면 바삭한 베이컨처럼 되기 쉽다.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손가락 한 마디 반 정도로 정육점에 컷팅을 요청한다. 그때 고기의 풍기가 가장 잘 살며 부드럽게 입에서 녹는다고 생각한다.


마당이 있는 부모님 댁, 처갓집 그리고 캠핑을 다니는 취미운 바베큐를 시도하기 좋은 배경이 되었다. 일단, 집 주방에서는 불을 피우기 불가능하고, 가스레인지는 기름이 너무 많이 튀어 뒤처리가 불편하다. 여름밤 마당에 앉아, 할게 딱히 뭐가 있을까? 고기를 재워 그릴에 천천히 굽던, 불을 피워 돌판을 올리고 그 위에 굽던, 교외의 긴긴밤 시간을 보내기엔 바베큐 만한 게 없다.


왜 목살은 직화로 굽고, 삼겹살은 돌판에 튀기듯이 구울까? 고기에서 나오는 기름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바베큐용 고기는 한우로 안 하고 코스트코에서 파는 프라임급으로 할까? 첫째는 일단 가격. 성공의 확신도 없는데, 한우 덩어리는 너무 비싸다. 더 중요한 둘째는 지방의 함량이다. 한우의 꽃은 마블링이다. 질 좋은 고기는 꽃등심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잔 지방이 많다. 이런 고기는 바베큐를 하는 동안 기름이 녹으며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아… 결국 가격이 문제네) 미국소는 비교적 퍽퍽살이 많아 단단하며, 바베큐를 하면 결 따라 길게 찢어진다. 이게 바로 “브리스킷”이다. 돼지고기는 쉽다. 이베리코 하몽과 제주도 똥돼지 구이만 구분하자. 바베큐로는 아무거나 해도 좋다(간혹, 어린 돼지로 하는 바베큐가 따로 있지만 통돼지 바베큐는 일반인의 분야가 아니다). 삼겹살로 하면 기름이 잘 스며든 쫀득한 수육 형태가 되고, 목살로 하면 기름이 녹아, 잘 부스러지는 풀드포크가 된다. 얼마 전 가격이 가장 저렴한 앞다리살로 바베큐를 해보니, 기름이 없어 고무줄처럼 질긴 육포가 돼버렸다.


좋은 바크가 형성된 예. [Image: backyardboss]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에어프라이로도 바베큐를 만든다. 하지만 연기를 먹지 않은 바베큐는 진짜가 아니다. 육포를 만들어 내는 아픔을 겪어봐야 촉촉한 바베큐의 성취감을 얻어낼 수 있다. 가스 그릴로도, 장작으로도, 숯으로도 바베큐를 해 보았다. 장작은 난이도 최상으로, 긴 시간 불 조절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연기를 가두기도 해야 하는데, 뚜껑을 덮으면 산소가 부족해져 불이 꺼져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스그릴은 비교적 쉽다. 대신 연기를 내기 위한 훈연 칩을 물에 충분히 불려서 넣어야 한다. 우리가 편백나무의 향을 느끼며 사우나에서 땀을 빼듯, 바베큐 고기님도 향기로운 나무의 냄새를 머금어 주셔야 한다. 사과나무, 배나무 같은 과일나무가 주로 훈연 칩으로 사용된다. 숯으로 하는 방식이 통상적인 “진짜” 바베큐로 숯의 향과 훈연의 향이 섞이고, 그 연기와 열이 고기에 아름다운 그을음을 남긴다. 탄 것처럼 보이는 그을음을 전문용어로 “바크”라고 한다. 아름답게 익은 바베큐는 겉의 검은 바크에서 안쪽의 핑크빛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참에 제대로 육포를 만들어 볼까? [Image: SABER Grills]

육포를 만든 사례가 또 있다. 8시간 이상 고기를 익히기 위해, 자기 전에 고기를 그릴 안에 넣어 놓았는데 아침에 미라처럼 바싹 말라버렸다. 마음이 급해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면 바베큐를 할 수 없다. 고기를 굽기 전 12시간 전에 각종 양념으로 럽을 만들어 냉장고에서 재워야 한다. 러브하는 마음으로 구석구석 고기를 양념해줘야 바크가 이쁘게 자리 잡는다. 고기를 구울 때도 내부의 온도를 틈틈이 확인해야 덜 익거나 너무 익어버리는 상황을 피할 수 있으며, 수분이 너무 날아가지 않게 고기 상태를 보며 맥주나 사과즙을 분무기로 뿌려줘야 한다. 이러다 보니 그냥 나가서 사 먹는 게 더 편하기도 하다.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오랜 시간 투자해서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왔을 때, 단단했던 고기가 부드러운 꿀처럼 변했을 때, 그 성공의 맛이 너무도 달콤하기에, 바베큐를 계속 시도하는 것 같다. 고기, 불, 시간과 싸우는 것이, 거대한 자연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등산, 서핑 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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