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미 부자 May 18. 2022

Nobody’s Listening

어떻게 다들 라이브 방송을 시작할 수 있는 걸까?

“안녕하세요. 초보아빠 입니다.” 초보아빠는 두 번째로 만든 방송용 닉네임이다. 잘 못하는 어리숙함의 초보와, 어쨌거나 생계를 위해 이것저것 해야만 하는 아빠라는 두 단어를 합쳤다. 자기소개와 함께 시작한 첫 번째 방송의 주제는 요리. 정확하지는 않지만 튀김류 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편집까지 하기는 귀찮았고, 일상을 가볍게 찍어보자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켜서 아프리카티비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19년 작성한 네이버 포스트 프로필처럼 인싸는 내 꿈이자 동경이다.


나름 방송에 대한 경험이 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컴퓨터퀴즈대결”이라는 KBS 퀴즈 프로그램을 찍기 위해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학교의 이름을 걸고 출연하기도 했으며, 고등학교 때는 스포츠 채널인 ESPN을 통해, 메이저리거 홈런왕인 새미 소사의 홈런볼을 잡기 위해 뒷사람과 경쟁하는 관객으로 글로벌 방송에 노출되기도 했다. 미국 방송부 친구의 권유로, 당시 유행했던 “서바이벌” 예능의 패러디 영상에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서 뭔가 더 웃기려고 쓸데없는 쇼를 해서 문제지 두려움 따윈 없는 편이다.


방송은 순조로웠다. 물론, 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없었을 것 같다. 한 손에는 휴대폰을, 다른 손에는 젓가락을 들었다. 열심히 떠들었다. 향 후 양질의 콘텐츠를 위해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듣는 사람이 없어도 요리과정을 설명했고, 나름의 에피소드도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 하지만 한 몸이라고 생각했던 입과 손은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튀김을 하는데 식용유가 부족해 빈 병은 공기 소리만 내고, 기름이 부족한 요리는 타기 직전에 갔으며, 입에서는 “큰일이네요!”를 외치지만, 생각보다 손은 느렸다. 그렇게 실패한 요리와 함께 첫 번째 방송은 종료되었다.


방송용 플랫폼은 현재 유튜브의 사용률이 월등하게 높다. 편집 쉽게 도와주는 도구이나 일반인도 쉽게 촬영이 가능한 장비도 다양하게 나와 주변에도 방송을 찍고 올리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라이브 방송이 주는 재미는 좀 다르다.


두 아이를 혼자 돌보는 마음속 상태. Image: DeMilked

두 번째 방송은 육아 생방이었다. 두 아이가 갓난아기일 때, 아내가 저녁 외출을 했고, 서로가 서로를 깨우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 속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둘째가 잠에서 깨며 “뿌앵”을 시작하면서 대환장파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두 분이 방송에 접속했는데 “아기 엉덩이를 살살 두드려 주세요” 같은 그들만의 노하우를 채팅을 통해 전수해줬다. 물론 먹히지 않았지만,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유튜브세대가 아니라 그런가? 아직 어렵다.

유튜브 라이브를 하기 위해서는 녹화방송부터 시작해야 하고, 일정 구독자를 획득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작은 취미로 하는 방송에서 영상편집은 너무나 부담스러워, 아직도 재미를 못 붙이고 있다. 반면 더 캐주얼한 인스타 라이브는 지인 모두가 본다는 부끄러움에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나름 전문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유튜브 영상을 찍었다. 계속해서 떠들며 애드리브를 치는 것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카메라 앞에서는 몸이 조금 얼어붙었고, 영상에 찍힌 나는 무엇이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정확하지 못한 발성으로 빠르게 떠들고만 있었다.


다음 방송은 언제일지 모르겠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장비 탓을 하겠다.


글을 쓰는 지금, 인스타 라이브에 별풍선 기능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했다. 다시 한번 관종 캐릭터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작가의 이전글 Animal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