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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미 부자 Oct 26. 2023

Let’s go

어른들의 취미생활 바둑

바둑은 결코 가볍지 않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그렇기에 진입장벽도 높다.


어릴 적 바둑을 배웠다. 태권도와 피아노처럼 바둑은 유년시절의 필수코스였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주말 바둑캠프 때 드래곤볼 만화를 틀어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돌이켜보니 주말에 아이들에게 특별히 넷플릭스를 틀어주는 현재의 나와 큰 차이가 없다.


바둑을 배우기 위해 뭔가를 많이 외웠다. 책에 있던 기초 정석을 외워서 따라 하고, 신문에 있던 기보도 조금씩 봤던 것 같다. 묘수풀이 문제의 답을 맞히면 기뻐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하지만 결국 바둑의 깊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오목의 쉬운 길을 택했다.


고스트바둑왕이라는 만화책을 즐기며, 다시 한번 꿈을 꿔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바둑의 벽은 높았다.


그럼에도 이전 세대의 어른들에게 바둑은 여전히 인기 있다. 공원의 할아버지들을 보면 대부분 바둑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은퇴하신 아버지도 주기적으로 친구들과 기원에서 친목을 다진다. 아직도 프로 기사는 높은 몸값을 자랑하며 바둑의 위상을 내세운다.


손에 닳아 맨질맨질해진 바둑돌이 통 안에서 잘그락 거리는 소리, 세월을 받아 검은 때가 묻은 나이테가 보이는 바둑판, 바둑돌과 바둑판이 부딪혀 조용한 공기 중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 그리고 인상을 써가며 때로는 웃으며 대국을 바라보는 관중들. 어쩌면 바둑은 시간을 무엇보다도 잘 나타내는 게 아닐까? 그렇기에 현재를 중요하게, 급하게 살아가는 어린 세대 보다 시간을 즐기며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과거 세대에서 바둑에 더 빠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바둑과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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