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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미 부자 Jul 31. 2022

Knocking on heaven’s door

모빌리티의 핵심인 어른들의 씽씽카

취미라고 해야 할까 업이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지만, 일단 즐거우니까 취미로 구분한다.


image: 탑픽가이드


원래부터 차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 항상 1, 2, 3등 줄이 아닌 나머지 줄에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주저앉아 땅따먹기를 하며 기다렸는데, 마음 한편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 나가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듯하다. 차를 좋아하다 보니 운동이 아닌 이동을 위해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빨리 갈 수 있는 거리를 오래 걸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동수단을 사용하여 멀리 갈 수 있다는 사실은 내 생활 반경을 넓혀 준다는 기분이 들어 더욱 퍼스널 모빌리티를 좋아한다.


자전거를 즐겨 탔고, 스쿠터도 구매하여 사용하기도 했고, 지금은 전기 모 패드로 출근까지 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 때 즐겨 사용하던, 지금도 간간히 빌려 타고 있는 전기 킥보드를 얘기해 보려 한다.


킥보드는 대단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킥보드가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했다. 스케이트보드와 인라인스케이트가 힙 하다고 하면, 킥보드는 좀 어린이들의 힙 바이브였기에 사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노면을 타는 보드나 장비가 불편함 인라인 대비 이동수단으로의 기능과 편의성은 월등히 좋았고, 트릭도 가능할 것만 같았다.


킥보드의 세계도 심오하다. image: 블레이드


어린이들의 장난감이 어른들에게로 넘어온 계기는 “전동”이 붙기 시작하면 서다. 테크 기업의 성지 캘리포니아에서 길에 누워있는 공유 킥보드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어떻게 아무도 훔쳐 들고 가지 않을 수 있지?


어째 어째 앱을 다운로드하여 타보니 너무도 편리했고, 곧 한국에서도 민들레 홀씨처럼 전국적으로 전동 킥보드가 놓였다.


다양한 공유 킥보드 브랜드들


원하는 곳에서 빌리고 반납하는 공유 킥보드는 편하다. 하지만 결코 싸지 않다. 택시가 5천 원 수준이라도 하면 공유 킥보드는 3천 원 대로 돈 좀 보태 택시 타는 게 여러모로 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전동 킥보드를 하나 장만해 보았다. 출퇴근 거리가 10분이라 매일 타기에, 10만 원 대의 중고는 수지타산이 맞다.


1년간 타면서, 정말 편하긴 했다. 접어서 사무실에 놓고 충전을 했고, 중간중간 용무 볼 때도 사용하기 좋았다. 하지만 결국 1년 만에 창고로 향하고 말았다.

1년 간 내 발이 되주었던 샤오미


일단, 내가 타던 전동 킥보드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규정 제한 속도인 25km/h를 넘지 않았으며, 전자식 브레이크와 발로 밟아 멈추는 뒷 브레이크를 가지고 있다. 25km/h는 돌발상황에 대해 충분히 반응하여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딱 적절한 수준이다. 차도나 인도보다는 골목길 위주로 다녔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갑툭튀의 상황을 종종 마주했는데, 운이 좋아 상대방이 같이 반응해주었기에 다행이지 제대로 멈춰 본 적이 없다. 솔직히 100% 풀 브레이크는 킥보드와 함께 몸이 앞으로 날아갈까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했다. 저가 전기 회로를 쓰는 제품 특성상 기판이 고장 나는 건 어떨 수 없다지만, 점점 나사가 풀렸다. 나름 충격흡수를 위한 완충 장치가 있었는데, 대체 얼마나 충격이 계속 발생했기에 나사가 하나 둘 풀렸던 걸까? 그 충격이 내 무릎으로도 전해졌다고 생각하니, 스스로에게 미안했다.


결과적으로 10분 거리에서 20분 거리의 집으로 이사 가면서, 20분 동안 도로 위의 고라니가 되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전동 킥보드를 타기엔 피로가 너무 커서 전동 킥보드에서 자전거에 가까운 모 패드로 바꿨다.


킥라니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image: 노컷뉴스


최근 법도 바뀌면서 전동 킥보드에 대한 규제도 심해지고 있다. 회사들이 제품 구입에 대한 원가를 빠르게 회수할 수 있어, 공유 킥보드는 돈이 되는 사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길에 놓여있는 많고 많은 킥보드들을 보면 나중에 저 폐기물들이 어디로 갈지, 한 순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일회용품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터가 작아진다면, 정말 접어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전동 킥보드가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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