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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미 부자 May 29. 2022

It’s Been Awhile

십자 모양 자수로 만드는 그림

image: 핫트랙스

준비한 도안을 바라본다. 필요한 색상의 실을 준비하고, 도안판에 맞춰 하나하나 색을 채워나간다. 조그마한 엑스자 모양의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이 되어간다.


집중력을 쓸 곳이 필요했나? 아니면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물감을 사용하기는 너무 번잡스럽고, 빠르게 멋진 그림을 완성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뭔가 재미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8-90년대생 추억의 그것 image: 하비인더박스

십자수에 앞서 시작은 스퀼이었다. “스퀼이란 용어가 맞나?” 발매트 크기의 도안판에 고리 모양의 바늘로 실을 한가닥씩 엮어나가며 러그를 완성해 나가는 작업이 재미있다. 완성한 매트의 푹신한 느낌도 좋았다. 하는 법도 쉽고, 재료 또한 동네 문방구에서 쉽게 구매 가능하다.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라면 완성본의 그림은 푹신한 쪽보다 뒷 쪽 십자 매듭이 지어진 쪽에서 더 이쁘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십자수를 시작할 팔자였나 보다.


확실히 말하지만 뭔가를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지, 바느질 자체에 취미가 있지는 않다. 그런 나에게 십자수가 생각지도 못하게 다가왔다. 십자수를 해야 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물론 십자수 동아리가 아니라 정상적인 천문동아리) 축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뜬금없게도 십자수 열쇠고리를 기획했다.


손바닥보다 작은 자수 천을 손에 놓고, 종이에 적인 도안을 본다. 도안에 적힌 실의 색상을 확인하며 자수 천의 칸을 세고, 최대한 같은 색상이 이어지도록 순서를 생각하며 좌로 한번 우로 한번 X자를 채워나간다.


꽤나 오랫동안 좋아했던 게임 그래픽 image: KOEI

PC게임을 안 한지 꽤나 오래되었는데, 여전히 옛날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다. 픽셀아트 특유의 아기자기 함이 마음에 들었다. 십자수의 그림도 그런 이유로 즐긴 게 아닐까?


선배님들의 눈치와 할당받은  때문에 집에서도 열심히 십자수를 놓고 있을 ,  모습을 엄마가 바라보고 한마디 하셨다. “소심해지게 조그만  하고 있지 .  해야 하는 거라면 차라리 엄마가 할게.” 나도 딱히 엄마가 도와주는  싫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십자수와의 관계는 끝이 났다.


limage: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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