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세 번째. 수영의 꽃

다시 제대로 배우기

by 채널김

한 가지를 오래 배우기가 힘든 성격 탓인지 단순히 바람이 점점 차가워져서인지 수영장을 안 다니게 되었다. 핑계를 대자면 수영장이 근처에 있던 집에서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 동네에는 수영장이 없었다. 하지만 결국 날씨가 더워지니 수영 생각이 간절해졌다. 집 근처에 수영장이 없으니 직장 근처로 다니면 되지 뭐.


이번에도 막연하게 등록했는데 강습을 아침으로 잡는 바람에 나는 강습이 있는 일주일에 두 번은 지하철 첫 차를 타고 나갔다. 눈 뜨고 눈곱도 제대로 안 떼고 50분가량 이동하면 얼추 잠이 깨서 수영할 준비가 된다.




#아 진짜 평영만 했어요


중급반부터 시작할까 했는데 거의 1년 만에 하는 수영이라 자신이 없어서 초급반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강사님이 강제로 중급반으로 올려버렸다. 나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게 많았나 보다.


환경이 바뀌고 선생님과 사람들이 다 바뀌다 보니 또 새로운 기분이 들어 설레었다.

나름 자유형은 어느 정도 할 줄 알고 배영 그까짓 거 대충 저어도 쭉쭉 나가니 강사님도 많이 칭찬했다.

하지만 나의 숙적 평영을 만나면서 끝없는 우물 안으로 빠져야만 했다. 작년에 평영을 배우다가 그만뒀으니 다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배웠는데 역시나 내 몸은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강사님은 잘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의 편애가 심했는데(이건 내가 그 당시 너무 못해서 들었던 느낌이었을 것이다. 아마 최선을 다해서 가르쳤겠지.) 나는 그 차별 때문에 더욱더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왜 이 박자가 안 맞는 건가요?


다른 사람들은 쭉쭉 잘 나가기만 하는데 나는 맥주병처럼 자꾸 가라앉았다. 심각하게 박치인 게 분명하다.

너무 분에 차서 혼자 조금 더 연습하기도 했는데 개구리로 변신하기는 쉽지 않았다. 남들보다 빨리 출발하기 싫어서 쭈뼛거리다가 항상 마지막에 출발했는데 그 마지막에 출발해서도 너무너무 느리게 도착하니 그냥 물속에서 걸어 다니는 게 더 나았을 정도다.


원수 같은 평영은 내가 세 번째로 수영장을 바꾸고 선생님이 바뀌면서 갑자기 나아졌다. 물론 잘한다는 건 아니고 지난번보다는 아주 조금 빨라졌다 정도? 그냥 이 상태로만 만족해야겠다 싶었다. 그래 평영은 여기까지만 하자.



#수영의 꽃 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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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가장 멋진 영법을 뽑으라면 역시나 버터플라이 아닌가? 가장 어려운 영법이면서 체력소모가 엄청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수영을 배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영을 멋들어지게 해보고 싶을 텐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림픽에서 수영경기를 보면 자유형보다는 접영이 멋져 보이고 인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나는 수영을 다닐 때마다 거의 여름 한정으로만 다녀서 수영장을 세 번이나 바꾼 후에야 접영을 접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웨이브. 꿀렁꿀렁 거림. 강사님이 수강생들 앞에 서서 접영 웨이브를 보여 주셨는데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해서 어쩐지 내가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쯤 배워오면서 나는 어느새 상급반에 모여있게 됐고, 시커멓던 무채색의 수영복은 점점 컬러가 입혀지기 시작했다. '나 이제 수영 좀 해봤어!' 느낌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상급반에 왔다고 실력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건 아니기에 열심히 배워야겠지.


강사님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물에 들어가기 전에 수강생들을 모아놓고 웨이브부터 알려주셨다. 보는 것도 부끄러웠는데 내가 직접 꿀렁거려야 한다니! 어쩔 수 없이 시키니까 몇몇이 서서 저 사진처럼 웨이브를 하는데 서로 얼굴이 붉어졌던 건 기분 탓이 아니었을 것이다.


약간의 댄스타임(?)이 끝나고 드디어 물속으로 들어왔다(휴)

일단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것보다는 물속에서 웨이브가 먼저인데 잠깐 숨을 참고 다리를 붙이고 물고기가 됐다고 상상하면서 몸을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나는 한 세 번 정도 움직이는 게 됐던 거 같다. 그 이상은 숨 참기도 힘들고 자꾸 가라앉게 된다.


그다음 수강시간에는 얼굴과 팔을 물 밖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걸 배웠는데 어째서인지 나는 팔만 첨벙첨벙하게 되더라는... 상체와 하체가 따로 움직인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팔이 잘 움직여진다 싶으면 다리가 안 움직이고, 다리가 움직이면 팔이 엉성해지는. 내 머리의 관제탑이 뭔가 고장 나도 단단히 고장이 났다 싶었다.


'제발'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서 백번은 얘기했던 거 같은데 잘 안되더라. 역시나 끝판왕 다운 어려움이었다.

어느 날은 하도 안 되다 보니 그냥 팔 젓는 연습만 하다가 한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결국 접영은 아직도 잘 못한다. 그냥 흉내 좀 내는구나 싶은 정도까지만 했다.


현재는 수영장에 안 간지 몇 년 지났지만 슬슬 여름이 오면서 집과 직장 주변엔 수영장이 없지만 어떻게든 멀리 다녀볼까 고민이 된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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