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과 돈벌이

끓는 물 속 개구리

by 찬놀

1. 결론


본인이 부모님의 도움 없이 살아야 한다는 가정 하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혼주의이고 미디어를 안 보고 인터넷도 안 하면서 살 수 있다면 공무원을 하는게 맞다. 즉, 앞으로 가정을 꾸릴 계획이 있거나 남들처럼 방송프로그램도 보고 밖에서 음식을 사 먹으며 사교 활동을 하고, 가끔은 쇼핑도 하면서 인간적으로 살고 싶다면 공무원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직업에 한 번 발을 들이면 영영 발목이 묶여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해도 묵묵히 견뎌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과장 좀 보태 사채의 세계에 발을 담근 듯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2. 늪에 빠지는 단계 1 : 숨은 쉬고 살아야 하지 않겠소


2025년 공무원 봉급표상 7급 초임 공무원의 월급은 군 미필 기준으로 2,173,600원이고 9급 초임 공무원은 2,000,900원이다. 200만원이면 200만원이지 900원은 대체 왜 붙인 건지 물어보고 싶다. 한 달에 900원씩이나 더 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야 할 일일 지도 모른다. 이 돈으로 도시에서 자취방을 구해 월세를 내고 건강하게 삼시세끼 사 먹으면서 삶에 필요한 것들에 지출하는 것이 가능할까?


극단적으로 말해 고시원에 산다고 해도 요즘 화장실 딸린 고시원은 50만원이 넘어가며 이는 월급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나가서 콩나물국밥이라도 먹을라 치면 7천원이고 3끼를 먹어야 하므로 하루에 2만원은 정말 최소한으로 써야 하고, 한 달이면 60만원이다. 고시원비까지 합치면 110만원이며 여기에 1.5배를 곱하면 대략 원룸에 살면서 검소하게 먹을 때 필요한 돈이 나올 것이다. 165만원이다. 그러면 월급에서 남은건 35만원 인데 자취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정도 금액은 언제 썼는 지 모르게 사라진다는 것은 이미 알 것이다. 난방비, 전기료, 교통비, 최소한의 옷값, 미용실 비용, 고장난 물건을 새로 사는 돈 등 필수적으로 써야 하는 곳은 많다. 숨을 쉬고 살기 위해 일단 최소 본전, 보통은 매달 마이너스가 기본 상태라는 뜻이다. 하루 8시간 일주일에 5일 열심히 일하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3. 늪에 빠지는 단계 2 :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쓰는 공무원


공무원은 회사에서 회식비를 따로 주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 주머니에서 빼서 회식을 한다. 한 번 걷을 때마다 5만원에서 10만원씩이다. 시간 당 만 원 내외의 급료를 받기 때문에 5시간 넘게 일해서 회식을 하기 위해 기부하는 결과다. 탕비실에 간식을 사기 위해 돈을 따로 걷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이에 대해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적은 돈이기 때문에 굳이 얘기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일 수 도 있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상태이기 때문에 절실한 돈이 아니어서 일지도 모른다. 필자가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깟 5만원’이 없어서 동료들과 화합을 가지는 시간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눈치가 많이 보인다. 회사 익명 게시판에 이를 토로하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는데 압도적 다수의 댓글은 글쓴이가 쪼잔하다는 의견이었다. 타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이야말로 마음이 쪼잔한 자 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국가공무원의 경우는 연고지가 아닌 곳으로 발령이 나는 경우가 잦아 어쩔 수 없이 자취방을 구해 살아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 발령 난 곳이 대중교통이 불편한 경우에는 차를 사게 된다. 실제로 시골쪽 관서는 차가 없는 직원을 찾기가 힘들다. 일단 차를 사면 자동차세, 보험료, 기름비, 유지보수비, 톨게이트비 등 돈 나갈 일이 많이 생겨 자동차는 ‘돈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집과 차가 있어야 진정한 어른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요즘이지만 재정은 점점 어린아이보다 못하게 되어 간다.


4.늪에 빠지는 단계 3 : 대출


여기서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대출이다. 은행권에서는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제시하면 꽤 큰 금액을 대출 받을 수 있고 이외에 직장공제회 대출, 공무원연금공단 대출 등 공무원은 돈을 꿀 수 있는 곳이 많다. 여기서 함정은 이는 꽁돈이 아니라 갚아야 하는 돈이고 매달 이자가 나간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마이너스인 상황에 이자 비용까지 더해져서 마이너스는 더 심해지지만 당장 대출받은 현금이 수중에 있기 때문에 상황의 심각성이 와닿지 않는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고 천천히 죽어가듯이 대출 받은 공무원도 재정적으로 파탄 나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대출금은 언젠가 값아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남들 하듯이 배달음식 사 먹고, 가끔 쇼핑도 하고, 비싼 보증금으로 조금 더 나은 집을 구해 본다. 내 집 마련을 하겠다고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으면 더더욱 발목이 묶이게 된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서 공무원을 그만두면 즉시 상환하라는 은행의 무서운 압박이 시작된다.


위에서 살펴본 바는 비혼가구 1인 생활을 할 때 마주할 수 있는 어려움들에 불과하다. 이 상황에서 결혼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아이를 키우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배우자와의 맞벌이는 반드시 해야 하고, 그래도 경제적으로 결핍된 상태에서 사랑하는 자녀를 키울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되어버린다. 필자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의식주 중 어느 한 부분에 있어 전혀 부모님 도움 없이 생활해 온 사람은 본인밖에 보지 못하였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하다는 듯이 부모님께서 보증금을 해 주시고, 결혼 자금을 지원해 주시는 얘기를 듣게 된다. 이런 것들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은 최저시급도 안 주는 공무원이 되지 말고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해서 월 250만원 이상 벌어라. 참고로 아르바이트는 N잡이 자유지만 공무원이 투잡이라도 하면 바로 징계를 받는다. 겸직 금지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취미 : 관공서에서 소리지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