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유명 웹툰 <치즈인더트랩>에는 여주인공 홍설의 헤어 스타일부터 의상까지 따라 하는 '손민수'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읽는 사람까지 소름 돋게 하는 따라 함으로 임팩트가 컸던 탓인지 웹툰의 캐릭터명 손민수는 웹툰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손민수하다 = 남을 따라 하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참 따라 한다는 게 그렇다. 따라 하는 사람은 모르지만, 누군가 나를 따라 한다는 걸 느끼는 사람의 기분은 묘하게 좋지 않다. 그냥 좋지 않은 게 아니라, 묘-하게 좋지 않은 게 포인트다.
콕 짚어 "따라 했지!"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따라한 거 아닌데?"라고 말하면 더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따라 하는 손민수를 보며 기분은 나쁘지만 뭐라 할 수는 없었던 홍설의 마음에 모두가 공감하고 분노한 것이 아니었을까.
온라인에서 나의 글이나 브랜딩, 카테고리 기획 등을 따라 하는 몇몇 사례를 제보받은 적이 있다. 내가 발견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제보받을 정도였으니, 나를 알고 있다면 누가 봐도 따라 했단 것이 느껴지는 것들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가까운 주변이나 다른 분들의 글이나 영상 속에서도 이런 경험을 듣게 된다. 자주 있는 일인가 보다.
이럴 때면 '왜 따라 하는 걸까? 문제의식이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 이걸 모방 내지는 벤치마킹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라고 그들의 입장에 자비를 베풀어 보기도 했다.
'모든 것은 모방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창조물은 모방을 빼놓고 논할 수 없을 만큼 모방은 중요하다. 그러나, 모방은 표절과 구분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표절의 의미를 찾아보면, '다른 사람이 창작한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용하여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본따서 나름대로 재창조한 모방과는 구별된다.'라고 나와있다.
본받고 싶은 재능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대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나름의 방법을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모방의 의미이다. 벤치마킹도 마찬가지. 모방이 곧 모든 손민수를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보통 손민수는 패션, 스타일링에 많이 적용되는데 글쓰기까지 손민수 될 줄은 몰랐다.
최근 내가 쓴 글과 너무도 유사한 제목과 내용, 표현, 형식으로 채워진 글을 제보 받았다. 의심의 여지없이 건강하지 않게 따라 쓴 글이었다.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지만 굳이 피곤해지고 싶지 않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몇 번의 이런 일들로 어느 정도 내려놓은 마음도 더해진 탓이다.
그 글을 본 내 지인은 한마디로 나를 웃게 했다.
"글쓰기도 손민수가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