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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녹 Sep 02. 2021

발표공포증이라 생각했던 나, 강의가 내게 알려준 것들

나는 참 다면적인 사람이다. 어떨 땐 외향적인 것 같으면서도 앞선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내향적인 모습을 가졌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세상 뒤집어져라 웃으며 까불다가도 식당에서는 "저기요" 부르는 것조차 민망해 동석자를 시키곤 한다면 조금 가늠이 될까.


대학교 때는 조별과제와 발표 수업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땐 늘 혹여나 발표하게 될까 두려워 먼저 PPT 담당을 자처했고, 무조건 발표를 해야 하는 필수 교양에서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자신감이 부족해 보인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단 한 번의 발표 수업을 빼고는 기가 막히게 발표를 회피해올 정도로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큰 나는 누군가의 앞에 서서 말하는 것에 대한 의지도 욕심도 없었다.


그랬던 내가 강사가 됐다.

강사만을 전문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펼쳐둔 수익 파이프라인에 '강의'가 추가되었고, 강의 후에는 수강생들을 통해 만족스러운 피드백을 꾸준히 받고 있다.

지금부터 발표공포증이라 생각했던 내가 강의를 하게 된 과정과 그 속에서 배운 것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 발표공포증이던 내가 강의를 시작할 수 있었던 용기



초보라면 왕초보를 가르치면 된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관련된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말이다. 강의는 어느 정도 탑티어를 찍은 수준급 전문가여야 할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머물러 있는 사이 자신의 작은 재능이나 노하우를 키워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내 수준에 맞는 강의를 기획하고 이걸 원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되잖아?"

마침 코로나가 가져온 강의의 온라인화는 발표 공포증이던 나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모니터 화면을 사이에 두고 느슨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비대면 환경이 강의를 시도해볼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운영한 블로그를 비롯해 광고대행사 마케터이자 프리랜서 마케터, 인하우스 마케터로서 블로그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던 나는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블로그에 대한 노하우를 블로그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추후 나의 강의를 위한 고객을 모으는 과정이었다. '6개월 정도는 꾸준히 글을 쌓자, 그리고 시도해보자'라는 처음의 생각보다 빠르게 글을 작성한 지 한 달 만에 강의 요청 댓글이 달렸다.


그렇게 블로그 포스팅 40일 후, 나는 첫 강의를 열게 됐다.


대망의 첫 강의 (이게 벌 써 올 초 라니)


강의 공지를 올릴 때 '아무도 신청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싶은 민망함에 "1명이라도 강의는 진행됩니다."라고 적었다. 멋쩍음에서 나를 보호할 나름의 장치였는데, 이 말에 감명받아 신청한 분들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강의를 시작하는 것은 수강생이 1명이든 10명이든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앞에 설 수 있는 용기를 냈느냐의 유무이다.


첫 강의 후 훈훈한 단톡방 후기 (아, 시킨 것 아닙니다.)


밥도 안 넘어갈 정도로 긴장한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었다. 속으로 땀 삐질 삐질 흘리며 2시간의 원데이 특강을 마치고, 기대 이상의 긍정적 피드백을 받았다.


"아, 이 맛에 강의하나 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지식을 나누고, 그들은 그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그 에너지로 또다시 내가 에너지를 얻는... 그런 멋진 경험이었다.


농협 창업농지원센터 블로그와 sns 마케팅 강의


이후 몇 번의 추가 강의를 통해 나는 제법 맷집이 생겼을까. 마침 블로그를 보고 연락이 온 기업 강의 요청으로 머지않아 오프라인 출강까지 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발표공포증은 넘어설 수 있는 장벽이었음을 깨닫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작은 시도들은 경험을 낳고, 쌓인 작은 경험들은 서로 연결되어 나의 계단을 오르게 해주고 있었다.




강의가 내게 알려준 것들


1) 배우는 것은 수강생뿐만이 아니다.

작가 조제프 주베르는 "가르치는 것은 두 번 배우는 것이다."라 말했다. 이에 백 번 공감하게 되었다.

강의를 통해 배우는 것은 수강생뿐만이 아닌 나에게도 해당된다. 내가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 속, 어렴풋 알고 있던 것들은 보다 명확히 알아보게 되었고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노하우를 강의 준비를 하며 구조화시켜볼 수 있었다.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 강의를 통해 말하고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기억과 지식은 더욱 견고해졌다.


2) 다양한 사람, 시야의 확장을 얻을 수 있다.

비대면 강의가 가져온 또 다른 변화는 더욱 다양한 곳의,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러시아, 태국, 독일에서 신청한 수강생도 온라인 강의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대 대학생부터 40년 이상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강의를 듣고 질문을 나누며 비록 온라인이지만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음을 느꼈다. 강의를 열었을 뿐인데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시야의 확장과 다양한 사람이 되어줄 수 있었다.


3) 더 나은 내가 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강의 후 느끼는 감정은 다소 복합적이다. 뿌듯함과 안도의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밀려오는 아쉬움에 앞서 말한 뿌듯함을 온전히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강의를 거듭할수록 전 강의에서 느낀 아쉬움을 보완하며 나아가게 된다. 이런 점에서 결국 완벽한 시작은 없으며 '시작'을 통해 보완해나가야 함을 느낀다. 완벽하기를 바라며 시도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두 번째 보다는 세 번째가 나아지는 법이다. 강의를 준비하며 나는 더 많이 알게 됐고, 느슨해지는 일상 속 긴장감을 불어넣게 됐다. 나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의 중압감을 갖고 이를 잘 활용한다면 계속해서 내가 나아질 것임을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요즘엔 워낙 배움에 대한 의지가 넘치는 사람들이 많고, 강의를 열고 홍보할 수 있는 채널들이 발달했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나처럼 강의를 진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주제라도 상관없다. 내가 나눌 수 있는 불완전한 지식이나 노하우를 나누고, 관심사를 공유해보길 바란다. 비록 작은 강의라 할지라도 내가 만든 강의에 사람을 모으고 강의를 마친다면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실력은 점점 더 키워가면 된다.


아직도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쉽지는 않지만, 예전의 나처럼 회피하려고 꼼수 부리지 않는다.


강의는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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