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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Nov 15. 2023

불칠佛七과 선칠禪七

미국 위앙종 도량에서는 매년 여름과 겨울 일제히 불칠과 선칠 수행에 들어갑니다. 불칠(佛七)은 온종일 염불을 집중적으로 하는 정토법문(淨土法門)이며, 선칠(禪七)은 새벽부터 밤까지 좌선을 집중적으로 하는 선법문(禪法門)입니다. 한국은 이를 보통 안거(安居)라고 부르는데, 전통적인 안거와 마찬가지로 위앙종 도량도 이런 집중 수행기간을 둡니다. 사실 안거는 스님들이 한곳에서 도업을 수행하는 아주 중요한 행사입니다. 그래서 이 기간동안 스님들은 외출을 삼가하며, 좌선 수련에 온 힘과 노력을 쏟습니다.


이런 집중수행을 시작하려면 많은 이들의 희생과 후원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 미국에서 영화 스님이 불칠과 선칠을 시작했을 때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미국에서도 나이 많은 동양인들은 전통적인 예불과 법회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선칠이라면서 법당 문을 닫고, 이런 법회를 모두 중지한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스님께서 그렇게 선칠을 열어주신 것에 대해서 매우 감사하게 여깁니다. 저는 예불이나 법회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저 또한 모든 일을 멈추고 절에서 집중적으로 좌선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야말로 진정한 변화가 안팍으로 생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가 전부터 매년 선칠 기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설레였습니다. 미리 선칠 기간을 일정표에 적어두고, 그 기간에는 중요한 사업 활동을 아예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출가 전이었지만 이런 수행하는 기간이 나에게는 세속 생활만큼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불칠과 선칠과 같은 새로운 용어들이 낫설게 느껴질 수 있기에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불칠은 염불을 7일간 집중적으로 실행하는 기간입니다. 이 기간에는 사부대중 즉 비구, 비구니, 남자 재가인, 여자 재가인이 모두 모여서 새벽 4시 능엄신주, 대비주, 십소주로 시작하는 새벽예불을 하고, 그후 아미타경 독송과 아미타불 염불을 연속적으로 합니다. 그리고 오후에도 아미타경 독송과 아미타불 염불을 계속합니다. 그 다음 저녁예불, 법주의 법문 및 대회향의 순서로 매일 정진합니다. 이 정토 염불법은 정토종의 조사 스님이 만들어서 전해져왔다고 합니다. 이 염불법은 음률이 들어있고, 법구도 더 큽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흔히 한국 전통 사찰에서 들어봤던 소리와는 다소 다릅니다.

샌프란시스코 법장사의 불칠수행, 2022

특히 불칠은 선칠과 달리 초심자도 좀 더 쉽게 따라하면서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불칠 수행을 함께하는 대중 속에 여러분보다 훨씬 뛰어난 수행자가 있다면, 여러분은 그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 염불하는 것보다 염불삼매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더 커집니다. 이렇게 불칠은 확연한 진전과 변화를 얻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법의 문(法門, Dharma door)이기도 합니다.


선칠은 선방에서 스님들이 모여서 정진하는 안거와 유사합니다. 새벽 3시부터 밤 12시까지 1시간 좌선과 20분 걷기를 연속적으로 반복합니다. 선칠에 참여하려면 어느 정도 사전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 꾸준히 좌선하면서 연습과 노력을 해놓아야, 선칠에 참여하면서 심적이나 육체적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안성 참선마을(활인선원)의 선칠수행, 2023

미국 위앙종 도량에서 열리는 선칠은 특이한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도량을 드나들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정진에 집중하는데 수월하려면 도량의 청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해진 인원으로만 운영하는 게 더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러분의 외출을 금하고, 오로지 정진할 수 있는 사람만 받아주면, 대부분 일반인들은 참여할 수 없습니다. 누구든 조금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위앙종 도량은 열려있습니다. 여러분이 수행하기 어렵다면, 우선 수행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해서 봉사를 해보십시오. 그래야 수행할 수 있는 복을 쌓을 수 있습니다.


저는 출가 전 사업으로 늘 바쁘게 살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영화 스님과 선칠 참여자 모두의 배려로 반드시 필요할 때에는 일을 병행하면서 선칠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여러분이 좌선 시간 중간에 절에 도착한다면, 그래도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법당에 들어가서 좌선하십시오. 그것이 미국 위앙종의 선풍입니다. 우리는 모두를 포용하고자 노력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시간과 기회를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두번째 특징은 불칠과 선칠 중 영화 스님께서 매일 법문을 해준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법문을 듣는 동안 언제든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게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집중적으로 수행을 하면, 그리고 수행에 진심일수록, 늘 문제와 장애에 부딪히게 됩니다. 열심히 수행하는데 여러분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고, 모든 것이 평탄하다면 그게 더 큰 문제입니다. 그건 수행에서 정체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알 수 없는 경계를 겪거나, 예상하지 못한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그때 여러분에게 지혜롭고 경험이 많은 스승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위험하지 않게 진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여러분이 무슨 질문이든 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큰 검을 제련하기 위해서 쇠를 뜨겁게 달궈놨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떤 도구로 두들겨야 할지, 어떻게 제련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면 어떨까요? 그런데 당장 물어볼 선생님도 없습니다. 그러면 칼은 다 식어버리고, 많은 노력과 시간이 버려집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겁니다.


불칠과 선칠은 일 년 내내 열심히 갈고 닦았던 수행의 결실을 볼 수 있는 장입니다. 그래서 예부터 선칠을 선불당(選佛堂) 즉 부처가 뽑히는 곳이라 불렀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마음을 갈고 닦으려 해도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면 늘 장애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벗어나 새벽부터 밤까지 완전히 수행에만 몰입해볼 수 있는 이런 특별한 기간과 장소가 필요한 것입니다.


올 겨울에도 한국 수행자들은 미국으로 갑니다. 미국 위산사와 법장사에서 열리는 불칠과 선칠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좌선이든 염불이든 무턱대고 열심히 한다고 항상 결실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이 지혜롭고 노련한 스승의 도움을 받아서 수고와 노력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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