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화 스님은 선화 상인을 만났을 때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선화 상인은 그의 출가를 허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영화 스님은 선화 상인이 살아계실 때 몇 번 만날 수 없었습니다. 직접 지침을 받은 횟수도 손가락으로 꼽습니다. 그런 이유로 선화 상인이 세상을 떠난 후 그는 수행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선화 상인의 제자들에게 물어봤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출가한다는 것을 인생을 받쳐서 수행에 전념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당시 그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영화 스님은 출가 후 약 4년간 사미승으로 선화 상인의 도량에서 지냈습니다. 당시 좌선하면서 갑자기 온몸이 간지러웠던 적도 있었고, 신체의 여러 곳이 격하게 진동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선화 상인이 세상을 떠날 때, 그의 제자들이 가르쳐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상 그의 도량에 있으면서도 주변으로부터 충분한 도움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선화 상인의 도량에서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스님은 지침을 줄 수 있는 선지식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수년간 많은 곳을 다니면서 중국어와 계율도 배웠고, 계속 스승을 찾아다녔습니다. 명상이나 참선에 관한 책은 모두 읽었습니다. 베트남 불교, 중국 불교, 한국 불교, 소승, 대승 가리지 않고 모두 읽었습니다. 여러 조사 스님들의 가르침도 읽었습니다.
영화 스님은 처음 4년 간 선화 상인의 가르침을 접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그 후에 읽고 듣는 것들은 선화 상인의 것과 비교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늘 실망할 뿐이었습니다. 선화 상인은 어떤 것이든 아주 쉬운 단어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가르쳤습니다. 빙빙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매우 단순 명료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선(禪)이 가진 매력입니다. 아무리 유명하고 권위가 있는 학자든, 교수든, 스님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질문에 화려하고 어려운 용어로 치장해서 대답하면, 사람들에게 멋진 인상을 남길 수 있지만, 선의 세계에서는 속일 수 없습니다. 선은 모호하면 안 됩니다. 진정한 스승이라면 내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해야만 다음으로 갈 수 있는지, 어디에 정체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거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 외의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선을 가르치는 스승이라면 우리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지침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지침은 배우는 사람의 단계에 적절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알아듣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어떤 수행법으로 하든 3년간 변화가 없다면, 과감히 버리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서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열심히 안 해서 그렇죠.", "저는 특별히 장애가 많아요.", "그냥 인연따라 가는거죠."라고 말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수행으로 작은 변화를 얻고, 그 후 어느 순간부터 정체하고 있다면, 선지식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순간부터 반복적으로 유사한 패턴으로 마음의 기복, 부정적인 생각, 건강문제가 반복하고 있다면, 정체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또는 지금 하고 있는 수행이 만족스럽고 편안하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정체상태일 것입니다.
옛 조사 스님은 제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습니다. 각 제자가 어느 특정 단계에서 정체할 때, 벗어날 수 있도록 거기 필요한 특정한 다르마를 실행하도록 해줬습니다. 좋은 스승은 절대로 여러분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선 수행자에게는 선지식이 제일 중요합니다. 선지식은 전체적인 그림이 있어야 하며, 제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거기 맞춰서 적절히 지도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이 순조롭게 수행할 수 있게 보호와 후원을 해줘야만 합니다. 훌륭한 스승은 그런 걸 이해합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 힘과 지혜를 갖출 때까지 반드시 그런 게 필요합니다. 밖의 세상은 너무나 많은 유혹과 장애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없는 세상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명상이나 수행에 진지하다면, 조사 스님의 가르침부터 숙지하십시오. 많은 이가 따르거나, 방송에 자주 나온다고 무조건 믿으면 안 됩니다. 진정한 스승은 인기를 위해 기분 좋은 말만 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조사 스님들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삼아야 그 스승이 믿고 의지할만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지, 그 가르침이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지, 그냥 겉으로만 그럴싸하게 보일 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신보다 선정의 단계가 높은 사람은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석가모니 부처님은 마하가섭을 첫 조사로 지목하고, 조사 시스템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여러분이 초심자이든, 고수준의 수행자이든, 조사 스님을 찾아가면 바른 법을 배우고 수행할 수 있습니다.
*참고법문: 영화 선사의 ‘선종의 조사(Chan Patriarchs)’ 법문(2013년 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