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여 년 전 플로리다에서 열린 학회에서 처음 샤논을 만났습니다. 샤논은 프랑스인의 피가 섞인 50대 백인 여성으로, 당시 기 치료를 컨셉으로 하는 염주나 팔찌, 목걸이를 판매하는 주얼리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그녀가 일하고 있던 부스에서 에너지(기운), 요가, 명상에 대한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나는 그녀가 명상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결가부좌 자세를 권해주었습니다. 당시 샤논은 오른쪽 무릎 인대 수술 (슬관절 치환술)을 받고 아직 무릎의 움직임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골반 부위도 매우 뻑뻑해서 반가부좌로 앉는 것도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래서 먼저 반가부좌로 앉되 앉을 때마다 시간을 늘려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후 몇 년간 미국 내 여러 학회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화할 때마다 그녀는 결가부좌가 좋다는 점에 동의했으나, 실제로 그 자세로 앉기 위한 노력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녀가 영적 수행에서 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샤논은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천주교 사립학교를 다녔습니다. 샤논의 숙부가 카르멜파의 수사 승려였기 때문에 그녀에게 영적 수행이 그다지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20대에 뉴욕에서 전문 댄서로 일하며 1986년 남묘호렝교를 접했습니다. 1년이 지나 남묘호렝교는 '돈을 위한 독송'일 뿐이라고 느껴서 다른 수행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알았던 한 여배우의 소개로 어떤 영적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요가, 힌두교 영적 스승, 명상과 왕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모임은 그녀가 댄서로 사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30대에 남편과 벌몬트주에서 살았을 때 또 다른 영적 지도자인 그루마이 치드발라사난다를 만났습니다. 40대에는 아쉬탕가 요가를 접했고, 요가 지도자 자격증도 받게 되었습니다.
1986년부터 시작된 그녀의 영적 수행은 그 여정이 30년이 넘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느끼기엔 그녀의 선정의 힘이 그다지 크질 못했고, 그녀 스스로도 정체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쏟은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말입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도약할 좋은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5년 넘도록 그녀를 만날 때마다 결가부좌로 잘 앉지 못하는 그녀가 안타까웠지만, 내가 믿는 영적 수행의 방법과 방향을 강요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영화 스님의 참선 법문을 들어보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그녀에게 메신저로 좋은 참선 법문 링크도 보내주고, 내가 듣고 좋았던 법문의 내용도 이야기 해줬습니다. 또한 영화 스님의 참선 법문에서 그녀가 묻는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습니다.
처음엔 법문을 보는둥 마는둥했지만, 샤논도 차츰 영화 스님의 법문을 유튜브로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샤논이 법문을 계속 들었는데도 수행의 방향이 아직도 현상적인 것을 좇고 있으며, 머리로 이해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2019년 나의 삭발한 사진을 그녀에게 보내주자, 그녀는 나의 출가를 진심으로 기뻐해주었습니다. 내가 출가한 것은 스승님이 곁에서 항상 바른 길로 이끌어준 덕분이라고 설명해주면서, 샤논도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아보면 어떨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녀는 귀의와 오계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나의 변화를 알아차렸고 내 진심어린 초대에 응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삼보에 귀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샤논이 귀의 및 오계 신청서를 작성한 후 몇 달이 지나서야 오계식이 열렸습니다. 그녀는 사실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다가, 온라인 화상회의로 오계식에 참여했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원래 그녀는 땀을 잘 안 흘리는 체질인데, 수계식하는 동안 갑자기 배가 막 아프기 시작하더니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프랑스인의 피가 흐르는 그녀는 평생 와인을 매일 한 잔씩 마셨습니다. 그래서 오계신청서를 작성하며 불음주 계율은 절대 받지 말아야 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불음주 계율을 받는 순서가 되었을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네,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해버렸습니다. 그때 갑자기 땀이 멈추고, 배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오계를 받은 후 그녀는 와인을 한 번도 마시지 않았는데, 전혀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수계 후 스스로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불교에 몰두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에 매우 행복했습니다. 참선도 매일 빠지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샤논은 2년 동안 영화 스님의 법문을 들어왔는데, 귀의한 후에야 법문을 들으면서도 어리석음과 교만이 가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법문을 듣기 시작했는데, 스스로 태도도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20년 여름, 오계를 받고 참선 수행을 매일 했는데, 처음엔 반가부좌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달 후 결가부좌로 2분 동안 앉을 수 있었습니다. 수차례 좌절도 있었지만 매일 앉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갔고, 2021년 3월 드디어 결가부좌로 한 시간이상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평생동안 수많은 종류의 영적 수행을 시도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챤(禪)은 다릅니다. 실질적인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경험하였고, 이제 이 길에 완전히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샤논은 나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내면의 고요함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선을 통해 평생 기억상실처럼 잊고 있었던 자기 자신을 다시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