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과 인연
선 명상에서는 여러분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가 아주 명확합니다. 선의 세계에서는 이걸 속일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집중력의 수준은 수행에서 진전함에 따라 증가합니다. 그래서 수행하는 사람마다 속도는 다르지만 결국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걸 전문적인 용어로 "사마디" 또는 "선정"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선명상 지도자는 여러분을 보고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더 정확하고 바른 지침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진짜로 진전하면, 그에 따라서 점점 더 잘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 건강해지고, 마음도 차분하고 평화로워집니다. 이런 변화를 처음부터 바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조금씩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건 그냥 사람마다 빨리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고, 나중에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여러분의 집중력 즉 사마디의 힘이 증가할 때마다, 그건 그만큼 여러분의 복도 증가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런데도 선가에서는 기복신앙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 사람들이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선을 수행할 때, 여러분의 진전에 가장 큰 요소는 복을 쌓는 것입니다. 이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에게 복이 충분히 있어야만 진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앉아서 열심히 정진하거나, 열심히 다라니 기도를 했다면, 절에 가서 봉사를 한다면, 그건 여러분에게 정말 복이 많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삼보에 열심히 공양을 올려왔다면, 그것도 여러분에게 이미 복이 정말로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복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선의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한 사람, 육조혜능스님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복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것이지, 누구도 뺏어갈 수 없다고요. 그것을 누가 훔쳐 갈 수 없는 것입니다. 가족도, 남편도, 여러분의 강아지도 가져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복을 지으십시오. 복을 짓는 것이 수행의 필수입니다.
여러분의 수행에서 진전을 원한다면, 복은 필수입니다. 복이 있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도달한 곳에서 더 높이 가려면, 그만큼 여러분의 복의 수준도 높아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한 산수입니다. 그렇다면 복만 짓고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면 뭘 해야할까요? 어떻게 해야 수행에서 진전할까요?
여러분에게 복이 충분히 많다면, 그 다음은 옳은 지침을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향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어떤 한 불자님을 만났습니다. 그 불자님은 어떤 스님으로부터 "아미타부처님이 중요한 분이다"라는 한 마디만 듣고는 즉시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러고는 끊임없이 "나무아미타불"을 외워서 큰 감응을 경험했습니다. 그런 게 복입니다. 복이 있어야만 지침을 듣자마자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습니다. 복이 없으면 지침을 받더라도 믿지 않습니다. 또는 그걸 실천에 옮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걸 불교에서는 "인연"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causes and conditions라고 해석합니다. 여기서 "인"은 복입니다. 복을 심으면 그것이 바로 "원인"으로 작동합니다. 복이 많으면 이제 시간 문제입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려면 이제 "연"이 필요합니다. 그 "연"이 바로 지침입니다. 즉 어떤 상황, 사건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 위쪽에 도달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들어야 하는 겁니다. 그것을 바로 "연"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운"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사실 '연'은 여러분이 복을 통해 진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여러분에게 이미 복이 많다면, 지침이 주어졌을 때, 그걸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진전할 수 있습니다. 복이 없으면 아무리 정진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수행에 균형이 필요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정진도 하고, 복도 지어야만 합니다. 또한 이미 복이 많지만, 연이 있어야만 부자도 될 수 있고, 수행에서 진전도 가능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연"의 작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