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절하는 법부터 배우세요

왜 절은 가장 강력한 수행인가

by 현안 XianAn 스님

불교에서 절은 단순한 예절이 아닙니다. 절은 그 자체로 강력한 수행이고 선명상입니다. 가장 낮은 몸짓을 통해 가장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수행입니다. 몸을 낮추는 것, 이마를 땅에 대는 것, 두 손을 모으는 것—이 행위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절을 하면 자존심이 무너집니다. 특히 내 눈에 가장 못나 보이거나, 거부감이 들고, 날 무시한 사람에게 절을 하려면 더욱 그럴 겁니다. 내 고개를 숙이고, 남에게 나를 맡기고, 그 순간 자아(에고)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절하는 것이 싫은 겁니다. 내 안의 교만과 자만이 반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교만을 마주하고 꺾을 수 있을 때, 수행의 문은 비로소 열립니다.


절은 강력한 기 수련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상체를 굽히고 일어서는 반복 속에서 기혈이 순환되고, 몸의 중심이 잡히며,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실제로 절을 꾸준히 하다 보면 생각이 단순해지며, 정기신(精氣神)이 고르게 회복되는 것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절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수행다운 수행'이기 때문입니다. 내 자아를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야말로 이기적인 현대인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절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순간부터 수행이 시작됩니다.


명상은 앉아서 조용히 집중하는 것이지만, 절은 그 이전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놓는 준비입니다. 자신을 낮추는 훈련, 자아를 다스리는 연습, 진심으로 귀의하는 몸짓—절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선명상의 출발점입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7화잘생긴 남자에게 흔들렸던 나, 스님으로 살며 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