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절은 가장 강력한 수행인가
불교에서 절은 단순한 예절이 아닙니다. 절은 그 자체로 강력한 수행이고 선명상입니다. 가장 낮은 몸짓을 통해 가장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수행입니다. 몸을 낮추는 것, 이마를 땅에 대는 것, 두 손을 모으는 것—이 행위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절을 하면 자존심이 무너집니다. 특히 내 눈에 가장 못나 보이거나, 거부감이 들고, 날 무시한 사람에게 절을 하려면 더욱 그럴 겁니다. 내 고개를 숙이고, 남에게 나를 맡기고, 그 순간 자아(에고)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절하는 것이 싫은 겁니다. 내 안의 교만과 자만이 반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교만을 마주하고 꺾을 수 있을 때, 수행의 문은 비로소 열립니다.
절은 강력한 기 수련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상체를 굽히고 일어서는 반복 속에서 기혈이 순환되고, 몸의 중심이 잡히며,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실제로 절을 꾸준히 하다 보면 생각이 단순해지며, 정기신(精氣神)이 고르게 회복되는 것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절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수행다운 수행'이기 때문입니다. 내 자아를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야말로 이기적인 현대인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절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순간부터 수행이 시작됩니다.
명상은 앉아서 조용히 집중하는 것이지만, 절은 그 이전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놓는 준비입니다. 자신을 낮추는 훈련, 자아를 다스리는 연습, 진심으로 귀의하는 몸짓—절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선명상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