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스님의 수행 이야기
필자의 스승인 영화 스님은 결가부좌로 편히 1시간은 앉아야 수행의 기반이 세워진다고 하셨지만, 저는 워낙 몸이 유연하지 못해서 처음 몇 년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처음 결가부좌를 시도했을 때, 겨우 2분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런 건 스님들이나 하는 것이지, 설마 일반인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이건 진짜 불가능한 일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스님은 제자들에게 매일 하루에 한 시간씩 결가부좌로 앉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3년도 넘게 걸렸습니다. 2분에서 시작해서, 3분, 겨우 10분 앉았을 때, 결가부좌로 한 시간을 앉는 일은 정말 멀고도 험난해 보였습니다. 조금 더 길게 앉으려고 앉아서 울고, 웃고, 소리 지르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여러 방법을 다 동원했습니다. 이런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필자 또한 내면의 마음을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참선을 하는데 이런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나는 워낙 약속을 하면 꼭 지켜야만 하는 성격이니까, 참선 수행 모임을 운영하면,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는 꼭 나가서 하겠구나. 그렇게 하면 매일 참선하는데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되면 하루 1시간씩 결가부좌 앉는 수행을 할 수 있는 동기도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영화 스님에게 “공원에서 참선”이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운영해 보고 싶다고 제안했습니다.
영화 스님은 필자에게 “참선을 지도할 때 스스로 경험한 내용을 나누기만 하고, 사람들이 질문을 했을 때 확실하지 않은 것은 나에게 와서 물어봐라. 부처님이 승가가 아닌 사람은 가르쳐서 안되고, 만약 재가불자가 지도하려면 승가의 보호 안에서 지도해야 한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저는 스님의 그런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참선 교실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2015년 처음 “공원에서 참선”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집 근처의 공원에서 매주 모임을 가졌습니다. Meetup이나 Facebook을 통해 광고를 하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선하고자 찾아왔습니다. 그때 당시 필자는 참선으로 좋은 경험을 많이 했어도, 다른 사람을 지도할 능력이나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에게 영화 스님은 “아직 배울 것이 많기는 하지만 네 수행의 기반은 이미 매우 튼튼하다. 그냥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고, 원래 있는 모습대로 하면 된다.”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미국에서 운영한 참선 교실은 참 흥미로웠습니다. 백인, 중남미인, 동양인, 중동인, 인도인 등 여러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들 중에는 무신론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등 종교도 다양했습니다. 필자는 찾아온 학생들에게 결가부좌 자세를 보여주고, 안 되는 사람은 반가부좌로 시작하도록 독려했습니다. 필자는 영화 스님의 당부대로 노산사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찾아가서, 학생을 지도하면서 생기는 의문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영화 스님은 저에게 “네가 아는 것 또는 믿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잘 살펴보아라”라고 말해 주셨습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참선 교실에 온 사람들에게 왜 참선을 하러 왔는지 먼저 물어봅니다. 요즘 학생들이 명상이나 참선을 배우러 오는 가장 흔한 이유는 불안증, 우울증, 불면증 등이 있고, 일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집중력 향상을 원해서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학생들이 배우고자 하는 이유들을 들어주고, 왜 참선이 이들을 도울 수 있는지 설명하지 않더라도, 만약 학생들이 우리가 지도해 주는 방법대로 따라서 하면 심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 사람들은, 특히 서양 교육을 받은 우리들은, “왜”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은지 설명해 주지 않으면 하지 않습니다. 개인에 따라 문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수행을 통해 이들을 극복할 수 있는지 잘 설명해주고, 수행의 바른 자세를 보여줍니다. 초심자들은 처음 앉기 시작하면 많은 어려움과 장애를 경험합니다. 이런 장애들로 인해 이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어떤 경우에는 달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엄하게 야단을 치기도 하고, 학생들과 비슷한 문제를 수행으로 극복한 경험담을 나누기도 합니다.
참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을 앉히면 원래 가지고 있던 본인의 성향과 성격이 다 드러나게 됩니다. 다리가 아플 때 인내가 부족한 사람은 바로 풀어 버리고, 화가 많은 사람은 화를 내고, 무서움이 많은 사람은 다치는 것은 아니냐면서 계속 걱정스럽게 물어봅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결가부좌를 하도록 독려하고, 앉은 자세가 아무리 아프더라도 바로 풀지 않고 계속 앉게 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마음의 상태를 직면하도록 합니다. 학생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결가부좌로 앉으면 다리가 아프고 불편하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마음은 항상 불평을 많이 합니다. 그러니 참선 교실을 하면서 학생들의 하는 불평을 다 들어주면서, 필자 또한 마음속의 불평하는 소리, 예를 들어 “무료로 하는데 진짜 질문도 많고 요구 사항도 많군”, “배우러 와서 자기가 가르치려고 하는군” 등 시끄러운 소리들을 알아차리고, 제 마음속에 있는 탐, 진, 치를 더욱더 깊게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선 교실에 참여하는 많은 학생들은 한 번을 참여했든, 꾸준히 주기적으로 참여했든 모두 나름대로 참선의 맛을 알게 됩니다. 다리는 아프지만 마음에 있는 생각을 따라가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불교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아도, 실제로 선정의 맛을 경험하며, 불법의 문턱을 들어서는 것입니다.
선화 상인의 법문 “좌선의 세 가지 필수 조건” 중 참을성
수행을 하는데 여러분이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세 번째 조건입니다. 최상의 방법은 결가부좌로 앉는 것입니다. 이 자세는 왼쪽 발목을 오른쪽 허벅지에 놓고, 그다음 오른쪽 발목을 왼쪽 허벅지 위로 올려놓아서 합니다. 이 자세는 마귀를 제압할 수 있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습니다. 이로부터 지혜가 생깁니다. 그렇기에 결가부좌를 금강좌라고도 합니다. 여러분도 스스로 이 자세로 앉을 수 있도록 수련해야 합니다. 여러분들 중 몇 사람은 “내 다리는 너무 뻑뻑 하니 그렇게 앉을 수 없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 위로 올리는 반가부좌를 해보세요. “나는 그렇게도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몇 명 있겠지요. 그렇다면, 양반다리로 앉으세요.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가능한 자세로 앉으세요. 그러나 여러분이 반가부좌로 앉을 수 있게 단련하면 결국 결가부좌가 될 겁니다. 결가부좌가 좌선의 기반입니다. 여러분이 이를 성취하면, 여러분이 정에 들 수 있고, 정으로 부터 지혜가 옵니다. 이것이 기본이므로, 여러분이 이를 통달하도록 수련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맨바닥에 집을 지으려고 한다면, 큰 비가 왔을 때, 집이 씻겨 내려갈 겁니다. 큰 바람은 집을 날려 부셔뜨릴 겁니다. 기반이 없는 명상은 이와 같습니다. 결가부좌는 보리(菩提) (깨달음)의 기반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부처가 되고 싶다면, 먼저 결가부좌를 완전히 익히세요. 여러분의 다리가 결가부좌가 되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곧게 앉아 앞으로 숙이지도 뒤로 기대지도 마십시오.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이지 마십시오. 척추를 곧게 세우세요.
현안 스님의 참선 워크숍
- 누구나 참여 가능
- 무료 (자율기부로 운영)
목요일 오후 6시 30분
줌 미팅번호 ID: 839 875 9712 / 비번: chan
참여링크
https://us02web.zoom.us/j/8398759712?pwd=UnhwTzVlMUhjK1hlSmNaUmU5Y1p1UT09
미국에서 출가한 현안 스님의 수행 이야기 -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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