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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Mar 11. 2022

문화일보 <살며 생각하며>진정으로 사랑한다면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506006

현안 스님, 분당 보라선원

명상반에 다니던 70代 어머니
“저는 아들에게 너무 집착해요”
오랜 시간 마음을 갈고 닦은 후
‘不正念’ 깨닫고 자르기로 결심
‘아들은 스스로 인생을 살겠지’
집착 벗고 자유롭고 행복해져


우리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좋든 싫든 많은 이웃을 괴롭힙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사랑이란 착각으로 누군가에게 집착해 매달린 적이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내가 좋다고 믿는 걸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화가 나거나 슬프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입니다. 우리는 늘 원하는 게 있어서 괴롭습니다.


  



어느 명상반 학생의 이야기를 해드립니다. 우리 명상반엔 70대 여학생이 한 분 계십니다. 그는 처음부터 아픔과 불편함을 참아가면서 결가부좌로 앉았습니다. 그리고 거의 주말마다 절에 찾아왔습니다. 우리와 함께 명상하고 법문을 듣고 예불도 했습니다. 집에선 매일 결가부좌의 아픔을 참아가면서 용맹한 전사처럼 수행했습니다. 휴가 땐 놀러 가는 대신 명상을 했습니다. 그는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젊은이들도 따라 하기 어려운 수행법을 계속했습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큰 장애가 하나 있습니다. 그의 아들입니다. 처음 그가 절에 왔을 땐 명상반에만 참여하곤 안절부절못하면서 곧장 돌아갔습니다. 하루는 물었습니다. “그렇게 먼 데서 오셔서 왜 금방 가세요?”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나이가 서른 살이 넘은 아들의 식사와 빨래를 챙겨줘야 한다고.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법문 시간에 말했습니다. “스님, 저는 그동안 아들에게 너무 집착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이 더 괴로운 것 같아요.” 사실 우리 모두 그런 그의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바른 명상법으로 열심히 수련하다 보면, 스스로 알게 되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묻기 전에 먼저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알아차리기 전에 너무 일찍 그의 문제에 대해서 말해 줬다면, 그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기분만 상하고 마음에 반감만 생깁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은 일을 유창하게 설명할 수는 있어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분에게는 거부감만 줍니다. 다행히, 그는 열심히 결가부좌로 명상했고, 오랜 시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갈고 닦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집착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명상에서 계속해서 진전이 생기면, 바르지 못한 생각(不正念)을 점점 더 명료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 ‘딸이 너무 걱정돼!’ ‘결가부좌로 앉으면 다치는 게 아닐까?’ ‘아들이 만나는 여자는 좋지 않은 것 같아’… 이런 생각들이 바로 우리가 원치 않는 부정념입니다. 명상을 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때 “나는 더는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고민하지 않을 거야” “난 이런 생각을 따르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묶어두는 수많은 생각, 사소한 집착의 생각을 알아차리면, 그때 칼로 무 자르듯 싹둑 잘라 버릴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위로 상승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르지 못한 생각들을 알아차릴 때, 그냥 받아들이는 대신, 그런 생각들을 잘라 버리겠다고 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들은 아들 스스로 인생을 살 것이다’ ‘아들이 자기만의 인생을 살 수 있게 그냥 내버려 두겠다’는 결심을 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아들을 놔 줄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시점이 되면 자식이 어리든, 나이가 많든, 그런 것과 상관없이 놔 줘야만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도 자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그때 비로소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괴롭다는 것은 자식을 놓아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내를 놓아줄 수 없고, 부모를 놓아줄 수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이 자식에게 집착한다면, 자식을 놔 줘야 합니다. 그래야 자식도 스스로 인생을 살 기회가 있습니다. 그들이 스스로 불행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그래야만 스스로 행복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그건 자식들의 일입니다. 부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부모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심지어 출가자들도 자식을 놓아줄 수 없고, 부모를 놓아줄 수 없습니다. 이렇듯 먼저 이런 생각들이 바르지 않다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을 놓아 버릴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그때 즉시 상승할 수 있습니다.


자식의 행복을 탐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탐하지 마십시오. 당연히 부모는 자식을 위해 도와주고, 가르치고 보살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식을, 그 누구든 강제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행복하게 할 순 없습니다. 그걸 원한다면 그게 바로 탐하는 마음입니다. 여러분에게 부모와 자식을 버리고, 소홀히 대하라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서 부모를 보살피고, 자식을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그뿐입니다. 결과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바르게 도와준다면 자식도 행복합니다. 반대로, 바르지 않게 도와준다면 자식도 불행해집니다. 먼저, 바르지 못한 생각들을 인식해야 하고 그런 생각들을 놓아 버려야 합니다. 그것이 명상의 진전에 가장 강력하고 빠른 방법입니다. 마음이 자유로워져야 애착이 아닌, 더 깊고 건전한 사랑을 베풀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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