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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May 16. 2022

스스로의 생각에 휩쓸리지 마세요

문화일보 살며생각하며 연재

현안 스님, 분당 보라선원

결가부좌로 앉으면 다리 아파도
그곳에 마음이 모이며 잡념 줄어

명상이란 분노 버리기 위한 것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도 줄여줘

인내심 갖고 계속 지침 따르면
원치않는 생각을 인지할 수 있어


명상은 우리에게 좋지 않은 것들을 인지하고 버리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내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흔히들 “다 내려놓아야지” “그냥 다 내려놓으면 되는 거야”라고 합니다. 또는 “난 이미 예전에 다 내려놨어”라고도 합니다. 사람들은 교회에서, 절에서 이런 말들을 하지만, 집에서는 말과 반대되는 행동을 합니다. 명상은 그런 게 아닙니다.


명상이란 우리 마음을 가장 괴롭히는 것부터 버리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부정적이고 나쁜 것들을 버릴 수 있다면, 그 뒤에 남은 것은 우리에게 좋은 것입니다. 그것이 명상입니다. 우리는 본래부터 아주 큰 부자입니다. 우리는 모두 엄청난 보물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부정적이고 나쁜 마음 때문에 이 보물이 덮여 있을 뿐입니다. 모두 아주 착한 성품을 타고났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명상하는 것은 내면의 부정적이고 나쁜 마음을 버리기 위해서입니다. 선(禪)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보통 어떤 것이 지금 내 마음을 가장 괴롭히고 있는지, 무엇이 가장 해로운 생각인지 구분조차 못 합니다. 그래서 명상의 첫 단계는 이런 잡념부터 줄이는 것입니다. 어떻게 잡념을 줄일 수 있을까요? 생각하는 마음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서는 잡념을 줄일 수 없습니다. 대신 예전에 많은 이들이 해 보고 성공한 방법들을 따라 해 보십시오.


예를 들어 결가부좌로 앉습니다. 결가부좌로 앉으면 아픈 다리에 마음이 모이면서 자연스레 잡념이 줄어듭니다. 처음에는 아픔 때문에 마음이 더 혼란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내를 갖고 점점 더 오래 앉아 규칙적으로 실천하면, 잡념이 줄고 머리가 맑아집니다. 이 방법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그래도 꼭 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호흡에 집중하기, 요가, 기공, 기수련, 절 수행 등 이미 잡념을 줄이는 데 성공한 방법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것을 따라서 해 보십시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잡념이 줄어들 것입니다. 잡념이 줄어들면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선정의 단계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더 높은 단계로 진전할 때마다 더 명확하게,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명상하면서 버려야 할 마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은, 분노입니다. 분노는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칩니다. 마음에 화가 일어나면 명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마음이 동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그 화를 키우게 됩니다. 명상이란 이런 분노를 버리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즉시 명상하십시오. 자기 분노에 스스로 희생양이 되지 마십시오. 명상으로 화를 떨쳐내야 합니다.


우울한 마음은 어떤가요? 사실 대다수 사람에게 명상으로 우울증을 완전히 뿌리까지 뽑아버리긴 어렵습니다. 명상으로 우울증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을 속이면 안 되지만, 우울감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어느 정도 일상을 유지하려면 명상은 필수입니다. 그래서 많은 심리상담사와 신경전문의도 다양한 정신질환에 명상을 권장합니다. 명상은 우울, 불안 또는 분노와 같은 우리가 원치 않는 감정이나 생각을 줄이는 데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명상은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도 줄여줍니다. 앉아서 명상을 시작하면 마음속에서 많은 생각이 일어납니다. 명상의 과정은 이런 생각들을 모두 무시하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일어나는 생각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명상을 마치는 종이 울릴 때까지 코가 간지러워도 긁지 않고, 다리가 아파도 풀지 마십시오. 인내를 갖고 견뎌내야 합니다. 명상할 때 움직이고 싶은 유혹에 저항하면, 자연스레 스스로를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려면 먼저 마음부터 움직여야 합니다. 예로, 마음이 ‘간지러워’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손이 그곳을 긁습니다. 그러니 신체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연습을 하면, 끊임없이 올라오는 생각이 움직임을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내입니다. 명상은 인내를 키웁니다. 명상에서 더 발전할수록 인내심도 커집니다. 그러면 생각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는 걸 알게 되며, 생각을 따라가지 않고 견디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생각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대로 하고 싶은 유혹을 포기하고, 일어나는 생각을 무시한다는 뜻입니다. 처음 명상을 시작했을 때, 원래보다 더 잡념이 많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명상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발전할 기회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사실 아주 좋은 일입니다. 숨겨져 있던 문제들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뿐입니다. 명상을 마치는 시간까지 모든 생각을 무시하십시오.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인내를 갖고 계속 지침을 따르면 자연스레 그 잡념들이 잠잠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일상에서 원치 않는 생각을 인지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조금씩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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