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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Jun 17. 2022

유루, 정신적 에너지가 새고 있다면

문화일보 연재: 살며생각하며

2022년 02월 11일


현안 스님, 분당 보라선원

온 종일 생각에 빠져서 살아
정신 에너지 낭비 엄청 많아

명상의 첫 단계는 생각 늦추기
정신적 처리 과정 멈출 수 있어

자기 소리 집중 다른 생각 무시
5분이라도 매일 하는 것이 중요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분석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요즘 교육과정이 미래의 젊은 인재를 훈련하는 방식입니다. 사회에 나가서 더 빨리, 더 잘 생각하면 할수록 직장과 경력에도 더 좋은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쉬지 않고 생각하는 데 익숙합니다. 그러므로 요즘 젊은이들은 몸은 건강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걸 견디지 못합니다. 이건 이들이 내부 또는 외부 자극이나 압력에 견딜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 이유로 고급 음식, 자동차, 집을 가져도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더 쉽게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명상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우선, 명상 즉 선(禪) 수행에서 말하는 유루(有漏, Outflows)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유루는 문자 그대로 ‘새는 것(漏)이 있음(有)’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명상할 때 새는 것을 줄이거나 단속하는 법부터 배워야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의 마음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멈출 수 없습니다. 밥을 먹을 때, 집 청소를 하거나 샤워할 때에도 여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엔진이 쉬지 않고 돌아가는 것처럼,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일컬어 루(漏) 즉 ‘새고 있다’라고 합니다. 정신적 에너지가 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유루가 많은 것입니다. 종일 쉬지 않고 생각합니다. 깨어 있을 때 마음이 미친 듯이 돌아갑니다. 정신적 에너지의 낭비가 엄청 많은 것입니다. 그렇게 기절할 때까지 멈추지 못합니다. 수면은 정신적인 유루가 적은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인데, 그때야 비로소 휴식할 수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마저도 잘 하지 못합니다. 종일 생각이 미친 듯이 돌아가니까 잠자는 시간에도 멈추지를 못합니다.


명상은 생각 처리 과정을 멈추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명상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생각을 늦추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정신적 에너지도 덜 쓰게 됩니다. 여러분은 일상에서 그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른 아침에 일어나 종일 직장에서 일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오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기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명상하면 일단 체력부터 좋아집니다. 그래서 저녁에 집에 돌아와도 덜 무기력하고, 단 음식도 덜 찾게 됩니다. 보통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되면 본능적으로 단 음식을 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명상하는 꽤 많은 사람이 단 음식이나 커피를 그 전만큼 섭취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이 명상의 힘입니다. 명상은 정신적 에너지의 소모를 알아차릴 수 있게 해줍니다. 여러분이 명상에 능숙해질수록 정신적 에너지의 소비에 대한 지각력도 좋아집니다. 쓸데없이 낭비하고 있는 정신적 에너지, 즉 쓸모없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줄이게 됩니다. 그러다가 여러분이 명상에 정말로 능통하면, 정신적 처리 과정을 원할 때 자유자재로 멈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돈에 대한 걱정이나 가족·직장에 관한 걱정을 합니다. ‘투자한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까?’ ‘직장을 다른 데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명상의 힘, 즉 선(禪)의 기술이 있다면 이런 생각을 알아차리자마자 바로 그 생각을 멈출 수 있습니다. 아무 때나 원할 때 즉시 멈추는 것입니다. 그건 더는 정신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바로 진정한 셀프 컨트롤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끊임없이 뭔가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자녀에 대한 걱정, 몸에 대한 걱정, 직장·돈·노후 대책 등 끝이 없습니다. 그걸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가 당장 자유자재로 원하지 않는 생각을 모두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장 새어나가는 정신적 에너지부터 줄여 나갈 수 있습니다. 일단 매일 명상해야 합니다. 명상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면 5분이든, 10분이든 시작해보세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눈을 감아 보십시오. 그리고 마음에 일어나는 많은 생각을 무시하고,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피곤할 때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격리하고 잠시라도 명상해 보십시오.


일단 눈을 감고, 배꼽 주위에 마음을 모으십시오. 천주교라면 ‘성모 마리아’, 기독교라면 ‘예수님’, 불교라면 ‘나무 약사불’, 그리고 종교가 없다면 ‘마음을 비우자’를 마음속에서 반복적으로 외워 보십시오. 자기 자신의 소리에만 집중하고 다른 생각은 다 무시하십시오. 이것이 에너지 배터리를 충전하는 최상의 방법입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하루 최소 1시간의 결가부좌 명상을 권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모두가 처음부터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매일 15분 명상에 도전해 보십시오.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오늘부터 ‘7일간 매일 명상하기’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매일 명상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건강을 되찾고, 삶의 질도 다양한 측면에서 나아질 것입니다. 종일 기력도 더 많아지고, 기분도 더 좋을 겁니다.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도 수월해지며, 인간관계도 향상됩니다. 오늘 명상하는 데 실패했다면, 내일 또 도전해 보십시오. 성공은,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원하는 일도 더 잘해 낼 힘과 지혜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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