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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Feb 15. 2023

위안이 된 책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명랑한 은둔자

3개월 만에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일하는 공간에는 '서가'가 있고 전문 '사서'분이 계십니다. 추천한 책을 서가에 소개해주시기에,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두 권을 추천했습니다.


둘 모두 지난 2년 사이에 읽었던 책으로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 제게 힘과 위안이 된 책들입니다.




1.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장혜경 옮김나무생각 출판


이 책은 무기력을 책망하는 내용이 아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에리히 프롬의 지혜가 담겨 있는 책입니다. 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특유의 통찰로 현대인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정체성, 자아, 자유, 인격, 본질, 무력감, 성공 등에 대해 논합니다. 이 책은 짧지만 깊고 긴 여운을 남긴다. 매번 읽을 때마다 밑줄을 치는 부분이 늘어나 거의 모든 부분에 형광펜이 그어지는 그런 책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될 때, 예고 없이 찾아오는 무기력을 벗어나고 싶을 때 이 책을 들고 조용히 읽다 보면 여러분 만의 답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정말 멋진 점은, 그 답들이 모두 다를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은 동물처럼 본능적으로만 살지 않는다자연에서 거의 뿌리가 뽑힌 존재로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문제를 떠안는다어떻게  것인가어디로 가야 할까어떤 의미를 삶에 부여할까?” P19


“오늘날에는 모두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모두가 자기 밖의 목표를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사물의 생산이라는  가지 전능한 목표만이 존재한다우리가 입으로 고백하는 목표 인격의 완벽한 발달인간의 완벽한 탄생과 완벽한 성장은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P26


우리는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인식할  있을 때에만 타인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사랑할  있다하지만 의식적 헌신이  자신의 사적 공간을 포기한다거나 타인의 사적 공간을 침해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랑은 인식이지만 인식이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우리가 자신에게 투명하다면 타인의
 
불투명성은 인간의 가능성 안에서 투명해질 것이다.” P73

    


2.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지음김명남 옮김바다출판사


캐럴라인 냅은 마흔둘이라는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는 생전 알코올 중독과 거식증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글은 끔찍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자기가 마주한 고독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내며 정말로, 정말로 솔직하게 글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그 와중에 명랑함까지 잃지 않는 그녀를 보며, 그리고 그녀의 글을 읽으며, 저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작가의 수준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에세이란 무엇인가, 자신에게 솔직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관계란 무엇인가, 외로움과 고독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고 싶다면 그녀와 함께 명랑하게 은둔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일말의 가림막도 없이요.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혼자 있는다는 것, 그 모든 다양한 형태는 연습이 필요한 기술이다. 고독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돌볼 의욕이 있어야 하고, 자신을 달래고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교적인 생활을 가꾸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기꺼이 취약해질 줄 알아야 한다.” P 24


사실 나는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살아왔던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선택한 고독의 수준이 어떤 면에서든 
 내게 좋았기 때문에, 나와 내가 잘 맞았기 때문에 그래 왔을 것이다.” P 46


“외로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말 걸 사람이 아무도 없는 파티에 있을 때 느껴지는 단절의 외로움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을 때 찾아드는 그리움의 외로움도 있고, 사람과 접촉하지 않은 채 내리 몇 시간이나 며칠을 보내면 생겨나는 고립의 외로움도 있다. 그런데 내가 제일 잘 아는 외로움은 일요일 오전의 그리움이다. 이것은 종종 사전 경고도 그럴 만한 이유도 없이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듯한 외로움이다.” P 183



 

image source : https://unsplash.com/photos/sfL_QOnmy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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