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과 리더십 원칙에 관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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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옮기고 두 번째로 맡은 업무는 리더십 원칙 수립이었다. 기본적인 리서치와 경영진 인터뷰 등은 완료 되어 초안은 만들어진 상태였다. 나는 구성과 개념, 표현 방식을 다듬는 것에 집중했다. 리더십 원칙을 수립하며 가장 많이 참고한 책 중 하나는 Quinn 리더십 모델로 널리 알려진,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 Robert E. Quinn 교수의 저서, Deep Change다.
"근원적으로 변화할 것인가 서서히 죽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1996년 출간 이래 많은 조직과 개인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커다란 영감을 받은 사람 중 하나다. 책을 처음 접했던 2013년에도 몇 번씩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이 책의 원문 부제인 Deep Change or Slow Death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근원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명제는 생명의 진화, 생태계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누가 이 비전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겠습니까?
다소 과격한 이 문장은 저자인 Quinn 교수가 어느 대기업을 방문했을 때 했던 말이다. 회사의 최고 경영자들로 구성된 TF팀이 비전을 수립하여 활발히 토론 했고, 토론 끝에 Quinn 교수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 질문에 모두가 놀라워하며 곤혹스러워 했다. 비전 수립 팀은 정치적 이해관계로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 관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매우 조심했다. 그래서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들로 비전의 내용을 채웠다. 아무도 목숨을 걸 수 없었다. 아니, 혹은 아무도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을런지 모른다.
나는 내가 만든 리더십 원칙에 목숨을 걸 수 있는가?
나는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관과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 사업전략에 필요한 내용으로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추상적이거나 일반적인 단어와 표현을 최대한 지양했다. 철학을 내포하면서도 명확한 행동방식이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숨을 걸 수 있는가라고 자문했을 때는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목숨까지 걸 정도로 확신이 있는지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소 과한 자문 아닌가?라는 생각과 동시에 HR이 목숨을 걸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구성원도 공감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리더십 원칙의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게 되었다.
“한 개인이 만들었든 팀이 만들었든 모든 사람이 수긍하고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은 고통 없이 나오지 않는다. 적당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문구들은 공허한 단어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진정한 비전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영감도 주지 못한다. 동기를 부여할 수 없는 문구들을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행동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어떤 말이 의미가 없을 때, 그 말을 쓰려고 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Quinn 교수는 리더십 원칙은 고통 없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리더십 원칙을 현장에 전파했을 때, 구성원들은 되물을 것이다. 지금 이 원칙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또 다시 공허하고 말뿐인 철학만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HR은 리더십 원칙에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HR은 이 질문들에 확신을 가지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강한 확신이 앞서 원칙을 과도하게 강요하거나 유연함 없이 고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경영환경과 사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변화하여 지금의 정답이 내일의 정답이 아닐 수 있기에 열린 마음으로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 리더십 원칙이 모두가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행동 원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글짓기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실행에 달려있다. 리더십 원칙 수립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참고할 만한 기업의 경영철학]
아마존 리더십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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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리더십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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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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