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 vs 1인 기업 vs 스타트업
사업하다가 회사로 다시 온 사람, 나야 나.
예전 회사 다닐 때 언뜻 들었던 케이스가 제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더군나나 차로 지나갈때 마다 멀리서 보기만 한 분당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일하게 될 줄은.
역시 인생은 살아봐야 아는 것. 참 예측 불가 한 듯 한 인생.
입사하고 느낀 점은 사옥이 매일봐도 참 예쁘다는 점 (건축사는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 관련기사는 http://www.anc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4060)
입사한지 얼마 안됐지만, 내가 일하는 IT 스타트업 라플라스는,
직급이 없고 모든 직원들은 영어 이름으로 불린다 (님 안붙여도 됨)
야근 한 만큼 리프레시 휴가를 쓸 수 있다 (최대 20일 붙여도 오케이(라고 들음))
네이버 1784 카페의 다양한 자리에서 일할 수 있으며 (빈백 부터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원형 테이블까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팀원들이 같이 브레인스토밍을 하고있고
제일 좋은 점은 팀원들이 뻔한 질문들을 안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대한다는 점? - 쉽지않은데 고마움:)
네이버 사옥 밥이 진짜 맛있어서 점심, 저녁 회사에서 다 먹고 가게 됨. 가격대비 정말 고퀄. 특히 중식은 웬만한 중국집 뺨치는 듯.
어떻게보면 길지 않은 인생에서 미국에도 살아보고, 한국에도 살아보고, 싱가포르, 파리에도 살아보고 외국계 회사, 1인 사업,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 감사하기도 한 지금까지의 여정.
결론적으로 회사에 다시 들어오게 된 이유는 여러 개인적인 이유들도 물론 있지만 내 경우에는 제일 컸던 건 사람들과 교류했던게 그리워서 인듯.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물론 샵 택배는 늘고 매출도 늘었지만 출근해서 하루종일 택배 싸면서 심적으로 좀 힘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절실했던 것 같다. 좀 더 내가 가진 아이디어나 생각들을 멘토, 멘티들을 만나 좀 더 구체화 시키고 서로 으쌰으쌰하면서 일하고 싶은 니즈가 있기도 했다. 여기 회사 들어왔다고 하니 많은 응원을 보내준 기존 손님들, 지인들 다 너무 감사합니다! :) 다들 먼저 연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음. 사업을 하면서 만난 좋은 인연들에 다시한번 고마움을 느끼며.
1막, 외국계 한국 회사의 추억
한국 와서 첫 회사였던 외국계 패션 회사는 너무 좋은 회사였고 사람들도 좋았지만, 본사 방침을 따르던 회사다 보니 아무래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경직된 느낌이었다. 물론 직원 구매 할인이나, 복지는 대기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좋았는데 우리 부서는 너무 첨탑 구조여서 내가 가진 아이디어들, 생각들을 마음껏 풀어내지 못했던 느낌. 첫 회사라 한국에서의 사회생활에 대해서 많이 배운 곳.
2막, 리빙 라이프스타일숍 오픈
패션 회사를 퇴사하고 3개월간 파리로 떠났다가 여행 갔던 베를린의 리빙, 디자인 편집샵들 대표들을 만나서 교류하며 한국에도 이런 샵이 있으면 좋겠다 하면서 내게 된 리빙 라이프스타일 숍. 내가 알아서 모든 것을 통제하고 결정하는게 기존 회사와 비교해서 내 성격에 잘 맞고 마냥 플렉시블하게 좋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혼자 할 일이 많고 1인 기업이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방향성에 대해 이게 맞나? 라는 고민을 했던 날들. 그래도 리빙 페어 나가고 자리를 잡아 가는 모습을 보며 큰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고 손님들과 교류하면서 너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또 손님들과 친한 친구로 지내면서 매일 매일 재밌게 보냈었다. 코로나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코로나 이후로 오프라인 매출이 거의 다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근처 사시는 손님들도 다 온라인 주문으로 돌리시는 걸 보며 사람들을 좋아하는 나는 심적으로 힘들어지게 됨. 코로나 때 택배도, 매출도 늘었지만 오히려 매일매일이 좀 똑같고 변화나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던 시간. 1인 온라인 위주 사업자는 항상 고민이 직원들을 채용해서 확 매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느냐, 아니면 안전하게 나가는 돈 없이 가느냐인데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매일매일이 고민의 연속이었던 것 같음. 결국 4년 반만에 건물주가 세를 갑자기 20%를 올린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스토어는 오프라인은 정리하게 됨. 그게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정말 많은 교훈과 인사이트를 얻었던 날들.
3막, IT 스타트업 입사
코로나 이후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확 줄어들고 매일매일이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되던 중, 일을 쉬면서 동생 사업도 틈틈이 도와주고, 쿠팡 물류 아르바이트도 한번 경험 해보고, 국제 행사 영어 통역도 하고, 영어 과외도 하다가 내 성격이 스타트업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스타트업 엑셀레이터 친구의 추천으로 IT 스타트업에 지원을 해서 세일즈/사업 개발 매니저 포지션으로 입사하게 됨. 생각해보면 스타트업에서 한번 쯤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던 것 같다 예전부터.... 입사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느끼는 스타트업은 딱 기존 회사와 사업의 성향이 반반씩 섞여 있다는 것? 어느정도 자유로움과 아이디어는 보장이 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효율적으로 일하면 되는 점은 사업과 정말 비슷하다고 느낀다. (물론 기존 회사들과 비슷한 점도 존재 함). 아직 적응중이지만 재밌게 일하고 있고 내 스타텁 라이프를 앞으로의 글을 통해 틈틈이 업데이트 할 예정! 현재 일하고있는 IT 스타트업 라플라스 테크놀로지스는 빅데이터 기반 문제점 진단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이고 이 시스템으로 데이터 분석가 없이 대기업 수준 100여 가지 통계 지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기존 이커머스 비지니스들의 사업 전략을 설계하도록 도와주고 있는 곳. 네이버 스타트업 팩토리에서도 투자를 받은 능력있는 회사. 팀원들이 다같이 열심히 만들어 나가고있는 우리의 시스템이 이커머스 비지니스들에게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다들 열심히 뛰는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