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 대한 에세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동네 이곳저곳을 누비며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3학년 무렵 그 자전거를 누군가 훔쳐 가버렸다. 물론 자물쇠로 묶어두지 않은 나의 잘못도 있지만, 가장 아끼는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어린 마음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후로 나는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겨버렸다. 지켜야 할 중요한 물건이 있으면 그것이 그 자리에 잘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다. 그리고 한동안 무언가 잃어버리는 일이 없었다.
성인이 된 후 어느 이른 여름날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게 되었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차에 몸을 싣고 내달렸다. 나는 얼굴에 무언가를 바를 때 (특히 썬크림) 반지를 빼고 바르는 것을 선호한다. 크림이 반지에 묻는 것도 싫고, 손가락에 낀 반지가 얼굴에 걸리적 거리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운전 중 정지 신호를 받았을 때 늘 하던 대로 반지를 가까운 차 한 켠에 빼놓고 재빠르게 썬크림을 발랐다. 여행지의 시원한 바닷가에 도착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첫날 해가 저 물쯤 예약된 숙소에 돌아와 짐을 풀었다. 그리고 손을 씻으려는 데 반지가 손가락에 없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 낮에 운전 중에 차에 빼 놓은 것이 바로 떠올라 안도감이 들었으나 그 어느때 보다 철렁한 마음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뿐인 결혼반지이기 때문이다. 다시 호텔 지하 주차장에 있는 차로 돌아갔다. 차문을 열고 처음 반지를 빼놓은 곳을 살펴보았다. 없다. 차 바닥에 떨어진 건가 하고 라이트를 켜고 다시 천천히 살펴보았다. 없다. 그때부터 내 마음은 사람 많은 시장통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호텔에 도착하면서 느낀 설렘과 기대감은 한순간에 지하주차장의 조명처럼 어두워졌다. 차 바닥 카페트를 들춰보고, 시트를 들춰봐도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살펴보았던 곳을 또 찾고 찾았다. 없었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목이 타 들어갔다. 그렇게 한시간을 넘게 차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힘 없이 숙소로 돌아와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내에게 미안한다는 말과 함께 결혼반지를 잃어버린 사실을 전했다. 상실감을 느끼며 자책하는 내 모습을 본 아내는 담담하게 괜찮다는 위로를 해주었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여보세요? 거기 혹시 습득물 중에 반지 없을까요...?”
“여보세요 거기 혹시 반지 없나요? 중요한 반지 라서요”
여행을 마친 후에도 나는 들렸던 장소에 다시 전화를 걸어 습득물 중에 반지는 없는지 몇 달 동안 주기적으로 물어왔다.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이 이런 기분일까. 내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기분이 들었다.
1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는 그 반지를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나는 평생 지켜야 할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그 반지를 나누며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맹세를 잊은 것은 아니다. 잃어버린 결혼반지는 가슴에 간직하고,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딸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