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모든 일은 반드시 연구를 해봐야 알 수 있다(凡事須得研究才會明白)’ 중문과를 다니면서 외우는 몇 안 되는 명문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루쉰 선생이 광인일기(狂人日記 )에 쓴 이 문장입니다. 사람이 모르는 것은 ‘알아보려 하지 않아서’란 뜻인데, 참으로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명언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서구 문명의 클래식이란 이유로 강추당하여 그리스 신화를 읽고, 제우스니 헤라니 헤르메스, 아폴론, 헤라클레스 등등 남의 나라 신들의 이름을 외웠지만, 정작 신의 이야기와 신전을 만든 그리스와 그리스 주변의 고대 인간에 대한 관심은 없었네요. 15년 전 아테네를 갔을 때도 ‘우와~ 멋지네. 여기가 아크로폴리스~ 대박’을 외치고 사진만 찍고 돌아왔지요. 그런데 아그리젠토 신전 유적을 돌아보다가 돌무더기에 새겨진 U자 흔적을 보며 ‘이게 뭐지? 돌과 돌을 끼우는 흠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유적 중간에 만들어 놓은 당시 기중기 모형을 보고 알았네요. 돌에 U자형 흠을 파고 거기에 줄을 걸어 올린 건축 기술의 흔적이란 것을... ㅠㅠ (나만 몰랐나? 사실 그런 이과적 분야에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정확하겠네요) 물론 유발 하라리 선샘의 말처럼 이야기를 만드는 기술이, 신화의 공유란 특징이 인류 진보의 핵심이란 말은 백퍼 지당한 말씀이지만... 그리스 기중기 모형을 보면서 무지함+관심의 언발란스(혹은 무관심)의 한계를 절감했네요. 결국 신화를 만드는 소프트웨어와 신전을 지은 하드웨어의 발란스가 인간의 핵심 능력이니깐요. 오늘도 하나 배우는 여행 중입니다 #이태리여행 #시칠리아여행 #아그리젠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