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디폴트 값. 주거의 디폴트 값. 이태리를 여행하다가 보면 딱 알게 된다. 구릉, 언덕이 있으면 반드시 도시가 있다. 작은 언덕엔 작은 마을이, 큰 언덕에 꽤 큰 마을(혹은 도시)이 있다. 어떤 마을은 정말 절벽 위에 세워져 있다. 이 사진에 등장하는 오르비에토 같은 도시는 정말 거의 절벽 위에 세워져 있다. 따져보면 이유는 고대부터 방어의 요충지를 찾아 산이나 언덕이 있는 곳에 성이 세워지거나 마을이 생긴 것일 텐데... 지금 보기야 좋지만, 처음 마을을 건설하는 것이나, 언덕에 도시 기능을 유지, 확장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장 높은 언덕에서 물은 어떻게 구할 것이며, 지금이야 펌프로 한다지만 중세에는 어떻게 물을 당겨서 시가지에 공급했지? (모르겠다... 수도교? 이것도 쉽지 않을 텐데, 여하튼 대단하다) 이렇게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니 이탈리아인들의 언덕 사랑, 구릉 사랑이 느껴진다. 이 사람들의 디폴트 값은 ‘집은 언덕 위에 있어야지, 집이지~ 평지에 있는 건 집이 아니여’ 일 것이다. 결국 이런 이탈리아 사람들의 언덕 사랑은 2천 년에 걸쳐 전국적인 결실을 맺어 동네마다 하나쯤 ‘우와! 여긴 뭐니?’하는 중세 도시가 남아 있게 되었고, 여기 토스카나 지역에도 시에나, 아시시, 오르비에토, 산 지미냐노 등등등 열거하기에도 힘든 정도로 많은 중세 도시가 있고, 오늘도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은 언덕 도시의 좁은 골목길을 휘젓고 다니면서 돈을 쓴다. 이탈리아 선조들의 설정값 #집은언덕위에 가 만들어낸 이탈리아만의 도시 풍경. 한국인의 디폴트 값은? 집은 아파트다? 자연의 풍경도 좋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주거의 풍경을 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이태리여행 #시칠리아여행 #토스카나여행 #오르비에토 @ Duomo di Orvie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