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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 병이 퍼진 조직은 썩는다

스타트업 아포칼립스 : 착한 사람 병 ③

by 승준

이 병은 감염이 빠르다.
그리고 증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엔 팀장이 물든다.
회의에서 쎈 소리 못 한다.
"일단 좀 더 조율해봅시다."
"지금은 분위기 상 조심스럽네요."


그다음은 실무자다.
불만은 쌓이는데 말은 안 한다.
"괜히 말 꺼냈다가 찍히면 어쩌지."
"그냥 모른 척하자."


결국,
대표까지 감염된다.


대표는 무책임하게 말한다.
"나는 방향은 없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
"팀장님이 알아서 정리해봐요. 팀원들 감정 상하지 않게."

그렇게
모두가 입 다물고, 고개 끄덕이는 걸 미덕으로 믿는다.


뭐든지 "수고했어요"로 퉁친다.
"좋은 의견입니다"로 얼버무린다.


성과는?
없다.

실행은?
없다.

책임은?
없다.

남는 건?
표정뿐이다.


그리고,
진짜 일하던 놈,
진짜 불편한 소리 하던 놈,
진짜 문제를 뚫고 가려던 놈만
가장 먼저 떠난다.


착한 사람 병은 조직을
‘갈등 없는 평화로운 공간’처럼 포장한다.
하지만 실제론,
책임 없는, 무기력한, 죽어가는 공간을 만든다.


누구도 싫은 소리 안 한다고?
그래서 회사가 죽는다.


착한 사람 되고 싶어?
그럼 나중에 회사 무너질 때
아무 말도 못 하고 박수치는 인형이 되어라.


착한 사람이라는 건,
결국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걸 정당화하는 다른 이름이다.


이건 그냥 병이 아니다.
이건 전염병이다.
치료도 없다.
터지기 전에 뛰쳐나가거나, 같이 썩어 죽거나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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