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아포칼립스 : 성장하지 못하는 회사에는 이유가 있다 ①
익숙함을 공정보다 앞세운 선택
회사가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무실이 넓어지고, 사람이 늘고,슬슬 '조직'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타이밍이 왔습니다. 리더는 외부에서 시니어를 채용했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기획자, B2B 경험이 있는 세일즈,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는 인사 담당자. 겉으론 달라질 준비가 된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표는 두려웠습니다.
경험 많은 시니어들과 대화하다 보면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들킬까 봐, 능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불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점점 회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니어의 제안보다는 고인물의 이야기를 듣고, 공식적인 보고서보다 비공식적인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그는 공식적인 경영 보고 대신, 고인물을 통해 전해 듣는 가십과 감정 섞인 이야기들로 회사의 상황을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의사결정은 점점 감정적이 되었고 전략보다는 기분, 계획보다는 관계가 우선시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회의에서 시니어가 문제를 지적하면, 고인물이 반박했습니다.
“그렇게 해도 우리에겐 안 맞아요.”
“우린 원래 이렇게 했어요.”
회의 후 대표는 고인물에게 물었습니다.
“너 보기엔 어땠어?”
“쟤 좀 튀지 않냐?”
그 질문은 리더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명확하게 보여주는 신호였습니다.
대표는 초기 멤버들과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사업 초기에 함께 야근했고,돈이 없을 때도 참고 버텼고,“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표는, 그들에게 미안했고, 그들이 떠나는 건 싫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규정은 생겼지만, 그들에겐 예외였고 성과 기준도 있었지만, 그들만 벗어났습니다. 그들은 리더의 신뢰를 등에 업고, 자연스럽게 면역권을 부여받았습니다. 심지어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존재만으로도 조직의 규칙은 유동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고인물들은 그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대표의 불안을 다독이는 척하며, 조직 내 권한을 확대했고, 결정권자와의 독점적 관계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득을 챙겼습니다.
그렇게 고인물은 '비공식 권력'을 갖게 됩니다.
정책 밖에서 행동하고, 문화를 실시간으로 정의하고, 변화를 거부할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됩니다.
반면, 시니어는 고립됐습니다.
시스템을 제안해도, 바꿔보려 해도, 결국 ‘이질적인 사람’으로 분류됐습니다. 그 결과, 이직을 결심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조직은 ‘내부에서 자란 사람만 살아남는 곳’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