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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 스무살의 추억! 아르바이트

분명 돈이 필요 해서였겠지만,  그래도 그 일을 하게 되는건...

조금은 망설이다가 이렇게 시간이 늘어 졌지만,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겠지?


 뗏목여행을 떠올리면서 이것저 생각하다가 '그때 님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셨구나?'를 생각해보'나였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은 새삼 더 크게 약속이란 그  말이 다가 온다.

아빤 분명 뗏목여행을 다녀오기 전에도 알바는 많이 했었다. (단, 100% 막노동=노가다였지만!) 중3때 아버지 현장에서 간단하게 도와드리고 받았던 만원부터 고딩때 간간히 집을 지을 때 도와드렸던 기억으로 대학생이 되어서도 언제나 돈이 필요할 때면 어렵지 않게 인력시장에 나가서 일을 구할수가 있었다. 그렇게 공사판에서 삼촌들에게 배운 삽질은 군대에서 빛을 발했고, 덕분에 어디서건 머뭇 거림 없이 삽을 들고 땀을 흘리면서도 웃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 웠다.


하지만 뗏목여행을 한 이후로 내겐 돈이 목적이 아닌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두가지 정도를 이야기 해볼까 싶다.

그 시작은 스무살의 겨울방학이 다가오던 날이었다. 길고 긴 겨울 방학! '석달이 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를 생각하다가 하고싶은 일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몰랐기에 '가능 할까? 안 되겠지? 괜한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기에 전화를 해도 "그런 일은 없어요!" 란 말만이 돌아 왔다.


"아~ 진짜로 수영장에서 일 한번 해보고 싶다! 청소라도 좋으니까 청소하고 가르쳐 주기만 한다면 다 배워보고 싶은데... 아쉽다!"

"뭐야? 이미 넌 다 배워서 잘하잖아? 새벽에 그렇게 다녀놓고는 뭘 또 배워? 미쳤어!"

 

하지만 나는 진짜가 아닌것만 같았다. 그래서 지역에 있는 수영장에 모두 전화를 해서 물어봤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해서 포기해야 하는구나!'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막내형 한테 걸려온 전화가 "친구가 수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청소 알바가 필요하다고 해서! 너 할거냐?"


"뭐? 정말? 리얼~리? 오~오케바리!"

그렇게 시작된 알바는 새벽 다섯시 반에 셔틀버스로 시작해서 저녁 일곱시반에 퇴근하고 한달에 쉬는 날은 단 하루! 그리고 하는 일은 수시로 청소와 허드렛 일을 했지만 월급은 친구들이 "그럴거면 카페 알바를 해라!" 말할 정도로 적었다.


그래도 그때 내게는 월급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이제는 드디어 진짜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 그런 기대가 내겐 더 컸다.


그러나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지 며칠이 지나도 누구하나 말을 붙여주는 사람이 없고,  차를 마시자고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혼자서 더 청소를 했고, 더 많은 시간을 물에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처음으로 승욱형님이 "왜 이런데서 일 해? 힘들게~" 라고 묻는데 난 머뭇거림 없이 "더 배우고 싶어서요!"라 말했고, "뭐야! 다 할 줄 알던데? 그런데 뭘 더 배워? 그만 해도 돼~"라고 말하는데,


다시 "진짜가 아닌걸 알아요! 제발 좀 가르쳐 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커피를 뽑아 들고 몇 번을 찾아가 쫄랐다. 그랬더니 형은 말했다. "그래? 그럼 네가 여덟 시간을 물 속에있을 수 있다면 가르쳐준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믿고, 다음날은 새벽부터 물속에 있었다. 나중엔 손이 쪼그라들고, 살이 에리고 하얗게 트도록... 하지만 형님은 보이지도 않았고, 그렇게 말도 없이 하루가 지났다. 그래서 약간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다음 날에도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들어가서 물을 가르고 있으니까 한 시간 쯤 지나자 물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야! 팔이 뻣뻣 하잖아~ 힘빼! 틀렸어~ 발은 좀 가볍게 차라고! 그렇게 연습을 해도 모르겠냐?" 그래, 형은 보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그날부터 친해져버린 형과 누나들은 진심으로 나를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쳐 주었고, 나는 신이나서 더 열심히 했다.

그렇게 석달이 흘러 일을 끝내던 날에는 형과 누나들이 송별회를 해주면서 말했다. "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 "그러게~ 그러니까 우리가 저녀석 알바 끝난다고 이렇게 송별회를 해주는거지~ 아무튼 제는 좀 특이해!"라면서 웃고 마셨다. 그날 형과 누나들이 내게 줬던 선물은 아직도  집에 걸려있고, 뒷면에 써준 글귀도 아직 기억해요. 참 고마운 인연들 이었어요. 승욱, 승두, 효민, 정미~ 성님들 덕분에 군대가서도  이쁨을 좀 받았구요~ 지금도 잘 써먹고 있네요!


모두들 잘 살고있죠? 수첩을 잊어 버려서 연락처가 없어진 것이 아쉬워 수영장을 다시 찾아 갔더니 문이 닫혀있던데...


하지만 내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거란 믿음!'을 심어 주었던 형님들이랑 같이 놀던 그곳이 가끔은 그립고, 또 고마워요!

p.s 어릴적에 보았던 영화가 하나 있었는데, 그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수영장 청소 알바로 시작해서 선수가 되는 모습을 기억했던 아빠는 그저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20년이 지났어도 선명하고 뚜렷한 기억이 남아 있음에 그저 즐거울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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