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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스물 셋! 그 시간은 추억으로 남았다.

그때는 어른이 된 듯? "책임을 질수 있다!" 믿었기에 힘이 있었다.

병장시절! 적어도 이 곳에서는 두려울게 없었다.
상병시절! 후임들이 생기고 초장이 되면서 내 모습을 생각했다.
일병 시절! 해야할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만큼 힘이 생기고 활력이 붙기 시작했다.
쫄아 있는듯? 항상 주위의 상황을 살펴야만 했던 이병시절!



어설픈  훈병시절!
이 편지를 쓰던 그날이 얼마전 인듯 한데...

오늘은 2013년 9월 4일 수요일!

1996년 9월 4일 그날도 수요일 이었는데! 그리고 청명한 하늘의 모습도 오늘과 비슷했다. 그래,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가장 긴 여행의 시작 26개월의 군생활! 그 안에 있었던 다이나믹?하고 스펙타클? 했던 기억들이 오늘은 참 많이도 생각이 난다.

언제부턴가 여행을 다녀오게 되면 술자리에 앉아서 듣게 되는 말들이 있었다. "가서 뭘 보고? 또 듣고 왔는데?" "가서 뭘 느꼈어?" 그런 말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세심한? 아무튼 나는 답을 해야할 것만 같아서 가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했다. 어쨌든 경험은 했으니까!


하지만 그 끝에 듣게 되는 "그런데 그걸 꼭 지금 했어야 했냐?"란 말에는 나 역시도 "몰라! 그냥..."이란 말 밖에는 할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사는 이유도 잘 모르고 있는데, "꼭 해야만 했느냐?"는 그 물음에는 다른 것을 제쳐 두고라도해야만 했던 이유를 쉽게 말하지는 못했다.


그것이 성향 탓이라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서 이 나이가 되도록 경험은 있어서 밝고 유쾌하게 말은 했지만 그 경험이 내게 무엇이고 어떤 의미였던가?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머리로 생각하면서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하며 했던 말들, "그래도 인내심은 커졌겠지!" "다양한 경험?" 그런것들을 추억하면서 "똥도 퍼봤다야? 그것도 맨손으로~" "개구리를 삼키는데~ 으 그것도 살아있는 청개구리를~으!!" "그리고 한겨울에 빵빠레를 하는데 그냥 막~ 으!" 하면서 분명 재미있게 말은 했지만, 이번에 이렇게 아프게 되면서야 알게 되었고 또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그 긴 여행에서 내가 알고 또 얻게 되었던건 바로 "나를 믿을 수 있는 힘!" 바로 그것이었다.


그동안은 사실 그것을 생각하고 또 느껴볼 이유가 없어서 말하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이 힘든 과정을 통해서 알게 된거다. 그래 ,"악이다! 깡이다!" 그리고 그동안은 말하지 못했던 그걸 꼭 했어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어떻게든 그  시간은 지나갈 것이다!" 라는걸 알고 있었던 나는 "한번쯤은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던거다!"라고 말이다.

아들! 쑥쓰럽지만 이 편지는 제대 전에 야간 근무를 서면서 썼던건데 여기에 옮긴다. 창피하지만 그땐 그랬다!

-내가 힘들어 질때마다 기억하게될 이 순간들에게...이제 주위는 어슴프레한 어둠 속에서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대지 위에 내려 앉은 이슬이 2년전 입대하던 날 날바라보시던 어머니! 그 어머니의 눈물을 닮은 날이다. 지난 2년이라는 시간동안 거의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다가섰던 이 세상들이 이젠 조금씩 달라져만 보이는 지금, 난 나에게 이 편지를 보낸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살면서 즐거울때나 힘들어질때 기억하게될 이 소중한 기억들... 너희들은 분명 나에게 더 밝은 생각과 더 확실한 신념으로 다가와 주리라. 때론 너무 힘들어 쓰러지고 싶었을 때, 처음 진급하던 날 맘설레며 밤새 한숨 못자던 그 여린 모습들, 아주 작은것에도 감사하고 때론 더 많은것을 소유 할수록 더 나태해지는 내 모습에 질책하던 그 순간순간들이 이젠 내 기억속에서 나와함께 살아 숨쉬겠지! 힘이 들때마다 정말 고통스러울 때마다 "그래 고통이 진하면 진할수록 난 더 자라게 될꺼야" 힘들어 질때마다 그 순간들을 생각하며 한발짝 한발짝 내 힘겨운 발걸음을 떼어 놓을 수 있겠지!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던, 그리고 내가 힘이 들지언정 남에게는 결코 피해를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 시간들을 뒤로하고 이젠 나에게도 이러한 시간이 다가왔다. 그래 정상아! 네가 힘들어 질때면 너는 너의 그 기억속에서 위로 받으면서 다시한번 더 일어서는거야! 너에겐 아직 간직해야할 수많은 시간들과 그보다 더 많은 시간들이 있잖아? "사나이 인생 소주병처럼 깨어질 망정 맥주캔처럼 찌그러지진 말자"라는 말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넌 남자이니까! 내가 힘들어 질때마다 기억하게될 이 순간들에게, 넌 언젠가 네가 해병으로 살아온 이 날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될꺼야. 1998. 9 어느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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