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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 스물 넷! 그런데 별 볼 일은 있겠냐?

분명 보는 날도 있고, 또 그렇지 못한 날도 있었다.

오늘 밤에는 별이 보이지를 않네?


곧 오리온은 다시 떠오를 텐데... 그렇게 난, 또 일년을 살아 왔구나!


"아~ 별이 보고 싶다!" 아빠는 지금 너희들과 함께 따뜻한 코코아를 손에 들고, 재미난 별자리 이야기를 하면서 웃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건데...

곧 되겠지?

그렇게 별을 생각나게 하는 이 사진들은 아빠와 대학시절을 함께 했던 천문대와 친구들인데, 오늘은 그 날들이 생각난다. 그냥 별에 푹~빠져 있었던 날들!


 사실 어릴 때에도 아빠는 시골에서 살았기에 분명 어두운 밤 하늘을 올려다 보았던 적이 있었을 텐데도... 잘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그렇게 별에 무감했던 아빠가 별에 대한 기억으로 처음 남았던 건, 나이 열아홉 고3 때! 무언인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냥 헤메이다가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았던 그날에 혼자서만 제대로 살고 있지 못 하다는 마음에 답답해지고 정리가 되지 않아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올라간 독서실 옥상에서 멍하니 올려다 본 하늘이 처음이었다. 흐릿한 하늘에는 분명 뭔가가 있는데? 있기는 한데?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어서 처음으로 아쉽던 그 하늘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들어간 대학에서는 맨 윗층에 오래 된 천문대가 있었고, 그래서 기대를 하면서 기다렸건만 작동시킬 사람이 없어서 군대를  가기 전까지는 단 한번도 올라가 볼 수가 없었다. 굳게 닫힌 문!"한 십년은 더 넘게 닫혀 있었을 껄!"이라고 말하는 선배들! 하지만 그래도 아빠는 실험실만은 천문학 실험실을 지원 했었다. 하지만 닫혀진 문을 열지는 못했고, 그나마 별을 보게된 건 군시절이었다. 그건 철책에서 밤을 세우면서 쫄아있는 쫄병에게는 밤 하늘에 떠있는  저 별이 최고의 위로였거든! 단 둘이서 지키고 서있는 조그만 초소에서 칠흑 같은 밤에 쫄병의 억울하고 힘든 그 마음을 탈탈! 털어서 모두 다 말해도 묵묵히 들어주던 유일한 말 동무! 하지만 그렇게 전원투입으로 매일 밤을 지새면서 별을 봤는데도 생각해 보니까 나는 아직도 그 친구들 이름조차 몰라? 그렇게 아빠는 일년이 지나고 상병이 되어서야 책을 사들고 와서 열심히 찾아 보게 되었다. 그 후로 초장이 되어서는 초소에서 후임들에게 데이트 할 때 여자 친구한테 써 먹으라고 별이야기를 해줬던 기억이 남아있고, 요즘은 다시 읽게 된 후임들의 편지에서 별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좋았던 선임이란 말이 쓰여져 있더군!


좋았다! 그때는~ 추운 겨울밤에 후임에게 건빵 한봉지를 뜯어 주고, 밤이 새도록 별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시던 그 시절이...

그렇게 제대 후에 별 기대 없이 복학한 학교에는 닫혀져 있던 천문대가 환히 열렸고, 별에 미쳐버린 93학번 선배와 98학번 친구들이 별을 보는 재미에 푹빠져서 거미줄이 치워져 있고, 먼지를 닦은 망원경을 통해 별을 보면서 불을 밝힌 천문대는 정말로 멋지고 좋았다. 그곳에서 아빠는 그저 청소 몇 번에 숟가락을 올리고 놀았지만?


그렇게 아빠는 1998년 11월 부터 그곳에서 살았다. 찬바닥에 스티로폼 단열재를 깔고, 모포 한장으로 몸을 감싸고 덜덜 떨면서도 웃음으로 별을 이야기 하면서 밤을 지새웠고, 배가 너무 고파서 스스로도 미쳤다고 말할 수 있었던 그 상황에도 우리는 타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철없는 학생들의 어설픈 치기처럼 보였을런지는 몰라도! 하늘에 대한 마음 만큼은 누구보다도 컸던 날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물론 아빠는 빼고~


그렇게 어느 날은 한번쯤은 야외 관측을 가바고 싶은데 차는 없고, 또 망원경 케이스 마저도 없어서 망설이기도 힘들었지만, 결국에는 쓰레기 장을 돌면서 구해 온 나무로 케이스를 만들고 배낭이 없어서 책가방에 주렁주렁 짐을 메달고 혼잡한 시내버스를 찡겨 타고도 웃으면서 할 수 있었다.


3월? 이렇게 한참을 올라간 위봉 산성에서 별을 보았던 그밤은 너무나도 추웠던 탓에 찢어진 텐트에서  라면을 끓이면서 몸을 녹이고 또 다시 별을 보면서 웃던 모습들이 있었다. 오늘은 그런 날들이! 그리고 그 친구들의 얼굴이 생각이 난다. 그 날들이...

열정 가득한 선배님들이 시작하신 가족캠프를 도우려고 찾아 갔던 남원에서 4박 5일, 천문대 아래에 있는 암실에서 쏘주 한병에 새우깡을 까놓고, 또 밥 사먹을 돈이 없어 난로 위에서 탄밥을 만들어 먹으면서도 별에 대한 이야기로 웃었던 그 추억들이 이밤어는 기분 좋고 아련하게 떠오른다.

p.s  스물 다섯에 cctv가 있던 학원에서 별 단원을 설명하다가 학생들을 데리고 옥상 위로 올라가서 별이야기를 하는데 벌어진 소동은? 학원비를 내러오신 엄마가 도대체 아이들은 어디있는 거냐고? 또 4학년 때 과외를 했던 고딩 녀석이 답답하다며 나를 쫄라서 천문대에서 밤새 별을 보여주고 이야기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랬었다. 그때는! 그리고 쓰러지기 전인 2011년에는 학생들과 같이 간 지리산에서 그냥 잠이 들기가 아쉬워 밖에 나와 별을 보는데 따라 나온 녀석들과 아주 쉽게 시작되었던 별이야기를 "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빨리 건강해 지세요!"라고 말 해주는 녀석이 고맙고, 그때 그 사진들을 보내면서 "쌤! 힘내요~"라고 응원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아빠는 참! 별 볼일이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단다~^^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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