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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 스물 다섯! 밀레니엄 2000

세상이 바뀌었는데... 여전히 난 모르는게 많았고 그만큼 또 답답했다!

밀레니엄 2000 내 나이 스물다섯, 그 첫번째 이야기

살면서 몇 번 정도는 있었던것 같다. '아! 내가 쫌 컸구나?'싶었던 날들! 그 시작은 고3 때의 방황이 첫 기억으로 남았고, 그 다음이 스물 다섯이었던것 같다.

2000년의 여름이 시작되던 어느 날!


"야! 정말로 덥지않냐?" "우리 뭐라도 해야되는거 아니냐?" "우리 바다라도 좀 보러 가볼래?"라고 꼬셨고,  "가자! 어?" "알았어! 그런데 어디?" "좋아! 토말이라고 땅끝 마을인데 어때?" "그게 뭔데?" "있어 그런거! 우리 그냥 가보자! 어?어?" 그렇게 또 꼬셨다. "이렇게 뜨겁고 젊은 날에 우리 같이 피끓는 청춘들이 이렇게 찌그러져 있어서야 되겠냐?"면서 "가자! 바다로~"를 외쳤다. "하지만 돈도 없는데 그럼 어떻게 갈건데?" "걱정마! 차비 따윈 없어도 돼!  자전거로 어때? 좋지 않냐?고동치는 심장으로 페달을 밟아서 땅끝 마을인 토말에 닿는다! 캬~ 좋지 않냐?" "뭐라고? 미쳤어? 난 안가!" " 나도 안가! 너나 가!" "야! 그러지 말고! 우린 동기 잖아! 의리도 없냐? 우리 의리 있잖아~의리! 어? ok?"

그렇게 시작 됐다. 우리 여행은 정말로 푸르던 날에 힘차게 페달을 밟아서 남원으로 향했고, 달린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알게되었다. "이 더운날 이건 미친 짓이야!" "헉헉! 참어!" "헥헥! 야! 이 길이 오르막이었어?" " 이런 젠장!" 그렇게 팔뚝은 익어서 물집이 생겼고, 평지인줄로만 알았던 그 길은 살짝 아주 긴 오르막이라는걸 그리고 시커먼 남원 터널이 그렇게 시원할 줄이야!


그렇게 우리는 약속도 없이 찾아간 선배 집에 빌붙어서 밥을 얻어 먹었고, 염치도 없이 재워달라 쪼르기까지 했다. 그것도 신혼집에서! 그렇게 우린 어디로 갈지도? 언제까지 갈런지도? 딱히 계획한 것이 없었던지라 다음 날은 목적지로 갈까?하다가 방향을 틀어 백무동까지 가면서 말했다. "우리 여기까지 왔는데, 지리산 꼭대기 한번은 밟아 봐야 하지 않겠냐? 뭐있어? 그냥 해보자!" 하고 올라간 세석산장에서 푹 자고 일어나 보니, 산장에서는 "빨리 하산 하셔야 합니다. 호우 주의보!입니다."라고 말해서 서둘러 하산을 하는데, 억수로 쏟아지는 비에 "헉? 그런데 이렇게 비가 오는데 우릴 왜 내려보냈지? 비가 이렇게 오는데?"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서 하산 하게된 우리는 더는 못가고 물 바다가 된 인월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렇게 지친 몸으로 머리를 맞대고 "우리 여기에서 멈출까?" "그래! 이런 날씨면 위험해!" "좋아! 어쩔수 없지!"를 말했지만, 다음 날은 말도 안되게 하늘이 맑아 지는데?그래서 우리는 결국 어쩔수 없이? 달렸다.


그렇게 망설~임 없이? 화엄사 까지!


지도를 펴 놓고 확인한 밤재터널을 오르면서는 "젠장! 내가 미쳤어~으!"나도 미쳤지~야!" "그만해! 다들 미친거야!"를 연발 했지만, 결국은 그 긴 오르막을 넘어서 그만큼의 내리막을 달릴 때에는 모두가 미친듯이 소리지르면서 흥분을 했다. 그래서 아직도 가끔씩 그 길을 지날 때면, 그날의 그 바람이 생각나 차창문을 내리고 달린다.


그렇게 단내나게 달려 도착한 화엄사 야영장에서 우리는 정말 가난 했다. 가진 것이라고는 다 찢어진 텐트 두동에 라면 몇 개, 그리고 소주 댓병 두 개 뿐이라서 주린 배를 부여잡고 맨 하늘만 쳐다 보다가 "야! 안되겠다! 우리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하고, 우선은 여기서 고기나 사 먹자?" "좋아!" "모두 콜?" "콜!" 하지만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콜!"을 외치고 사온 고기는 딸랑 냉동육 한봉지! 정말 가난했다. 탈탈 털어도 오천원! 다섯이서 젓가락 들고 두점정도 먹었나?


그렇게 또 맨 하늘만 쳐다 보면서 탱자탱자 뒹굴다가 그 모습이 한심해서 고스톱을 치는데? 광을 팔고 나간 친구 놈이 보이지를 않았다. 그래서 불러도 답이 없어 밖으로 나갔더니, "쉿!" 짜식은 의리 없게 저 혼자서만 앞집에 놀러 온 신혼부부한테 빌붙어서 술을 얻어 먹고있었다. "뭐야?우와! 의리 없네!" 그렇게 시작된 반응에 결국 마음이 착한 부부는 우리 모두를 초대해서 가난한 청춘들은 즐겁게 많이도 먹고 또 마시면서 답례로 별자리 이야기를 해드리고 그런 우리의 청춘 다움이 멋지다는 말도 들리고 그렇게 무더운 여름 밤은 점점더 깊어 갔다.


다음날 아침은 일찍 일어나서 짐을 챙겨 떠나려는데, 젊은 부부는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먹거리를 몽땅 챙겨 주셨고, 우리는 부산에서 온 따뜻하고 고마운 신혼부부의 행복을 빌면서 순천을 향해 달렸다. 그렇게 팔딱이던 청춘들은 그날 순천의 친구집까지 달려서 어머님이 해주신 보신탕으로 떨어진 기력을 회복했고, 또 다시 열심히 달려 강진을 거쳐 두륜산을 지나 땅끝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두륜산을 지나는데 뒤에서 스쿠터 소리가 "따~다다!"들리고, 여념 없이 무작정 페달을 구르고 있던 내게 백발의 할아버지는 "따다다!" 다가 오셔서 물었다. "그런데 이 더운 날에 이거이 뭣 허는 짓들이여?"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봐도 제가 미친것 같아요!" 그렇게 우린 다시 달려서 목포에 도착을 했고, 후배가 사온 빵과 우유를 마시면서 우리의 첫 자전거 여행은 목포에서 마무리했다.


분명 온몸은 까맣게 타고 벗겨져서 쓰렸고, 또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이 더운날 뭐하는 짓인지도 몰랐지만? 그렇게 딱히 뭐라고 설명할수는 없었지만 우리의 기분만은 좋았다.


"헉헉! 헥헥!" 페달을 구르느라고 무엇을 보았다고 말 할만한 장소도 사람도 기억에는 없지만, 가슴만은 어느때 보다도 "쿵쾅!"거렸다. 그렇게 나의 미친 스물다섯의 여름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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