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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 스물 다섯! 찾고 싶었다.

알고 있는 듯 보였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밀레니엄 2000! 내 나이 스물다섯, 그 두번째 이야기
 
이 나이에 그렇게 미쳐야만 한다고 생각을 했던건 딱히 뭘 위해서?였다고는 설명할 수 없지만,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무언가 부족 했던거다! 선배란 말에 내가 익숙해 질 무렵 생각하던 선배의 모습과 내 모습은 달랐다. 그것도 너무! 사실 내가 생각하던 나의 어른된 모습은 적어도 내가 읽었던 글 귀들을 몸으로 실천하는 모습일 줄로만 알았는데 그건 택도 없었다.


그랬다면 그건 그냥 책에 쓰인 글이라고 쿨하게 인정했으면 됐을 텐데! 나는 또 하면 되는 것인줄 알았고, 나만 못하는 것인가?를 생각했다. 결국 그 큰 오해가 스물 다섯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꽤 길었다.

그때 내가 잡았던 글귀는, "명운재 자기 수리" 였다.


어느날 장군이 달려와서 왕에게 말했다. "우리의 열배가 넘는 적군들이 지금 이 성으로 진군하고 있습니다." 후덜덜~ 당장  난리가 났지!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열배라 하지 않소!그것은 어리석은 짓이오! 그럼, 모두가 다 멸족될 것이오!" 그렇게 신하들은 지금은 피하자! 아니다! 옥신각신 하는 모습에 왕님은 쉽게 말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신하들은 왕의 명을 바라고, 그 모습을 본 왕님은 움찔움찔 찌질하게 말했지, "사실 난 잘 모르겠소~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튼 내가 방법을 신께 물을 테니 당장 모든 병사와 백성들을 좀 모으시오!" 그렇게 모두가 모인자리에서 왕은 단상에 올라 근엄한 모습으로 말했다. "지금 나라가 어려우니 신께서 답을 하실 것이다! 여기 이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고, 뒷면이 나온다면 모두가 자리를 피해서 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동전을 던져서 앞에선 병사가 읽어 보니 "뭐야? 오~왕님!왕님! 앞면이예요~ 앞면! 오~앞면이래! 그래, 우린 할수있어! 오~화이팅!해 보자!"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 결국에는 나라를 지켜 냈고,  열배 차이를 극복했다! 그렇게 승전보를 전하러온 신하가 "전하! 지켜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왕님, 무모했습니다! 만약 신이 지켜주시지 않았다면 어쩔?" 그러자 왕은 말했다, "그렇지? 땡큐 신님!"하면서 동전을 신하의 손에 쥐어 주었지! 그리고 "이보게 재상! 명 운재 자기 수리라네!" 그래, 신하가 쥔 동전엔 뒷면이 없었던거야! 이보게 운명은 자네 손안에 있는 것 이라네!"


고딩이었던 아빠는 이 글을 읽으면서 "오~ 왕님 대박! 멋지다!" 하면서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그 후로 오랫동안 그것이 내 손 안에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공자쌤은 말했다. "행하지 않은 것을 머리로 말하는 것은 모두가 위선이라고!" 그래서 혼란 스러웠다. "저? 그럼 책을 읽는게 좋은 것이 아닌가요? 그럼 책을 통한 간접 경험도 위선이란 말인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바보 같지만, 다행이 그건 혼자서만 생각했다. 그땐 이런게 아무것도 풀리지가 않아서 나는 무엇이라도 해봐야만 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내 경험을 통해서 그걸 알아보고 싶은 것인데! 하지만 그것은 참고서처럼 그렇게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몇 일이 지나지 않아서 4박5일의  별 캠프를 마치고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지금 해야 할 것만 같아서 마음을 먹었다.


저번에 그 두근거림을 기억하면서... 꼭 다시 찾아 보고 싶었다.


그렇게 혼자서 짐을 챙기고 있는데 00 학번의 용감 부라더스와 선미가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렇게 우리는 뱀사골로 들어가서 지리산에 올랐다. 바로 옆에서 수직으로 높게 솟아 있는 적란운에 감동하고, 또 배가 고파서 바위 위에 널부러져서 실신 놀이도 해 보았다. 그렇게 가진 것이라곤 행사뒤 챙긴 휴지 한롤 뿐인 청춘들이 그것을 물물 교환이라도 해보자면서 너스레를 떨어 고기반찬과 소주에 과자를 얻어 오다가 흥에 겨워서 남은걸  모두 다 나눠 주고도 흔쾌히 웃었던 우리는 가난 했지만 행복했다. 그런데 진짜는 막판이었다. 산에서 내려 와 남원까지 와서는 이제 버스만 타면 편하게 집에 갈수있는데?

 

"야! 배도 고픈데 우리 고기나 먹을래?" 란 내 말에 후배들은 "하지만 선배님! 저희는 돈이..." "아? 우리는 지금 차비 말고는 없지?" "네! 그렇죠!" " 야! 그럼 우리 그냥  고기 먹고 걸어 가면 되지 않냐?"란 말에 모두가 바보처럼 웃었고, 우리는 그렇게 즐겁고 맛있게 고기를 먹고 그 더운 여름날에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걸었다. 자전거를 타고 넘었던 그 길을 걸어서 남원에서 전주까지! 그렇게 중간에는 임실에 있는 이모 집에서 신세를 졌고, 모두가 힘은 들었지만  전주로 돌아 와서는 바로 헤어지지 않았다. "선배님! 이제 전주도 왔으니까 저희가 시원한 맥주 한 잔 살게요!" "같이 한 잔 해요!" " 캬~맛있겠다!"하면서 흥분된 녀석들은 신이나서 말했다.


"정말로 이런 느낌 처음이예요! 힘은 드는데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그날에 나도 역시 어렴풋이 느꼈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멘 그 자유란 녀석이 사실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던 거구나! 그 녀석은 내가 하고 싶다고 마음 먹었던 쉽지 않은 그 길 위에서 내가 머뭇거리지 않고 힘이 들어도 그곳을 향해 웃으면서 다가 가면 갈수록 내게 더 가까이 와서 나를 뜨겁게 응원하는 녀석이었구나!


그래, 나는 이렇게 자유라는 녀석을 만나게 되었다. 좋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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