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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 서른하나!여전히 미답봉인 그곳은...

무엇이 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그저 해보고 싶었을 뿐...

2006년의 뜨거운 6월을 기억하면 떠오르는 독일 월드컵 그리고 밤 공기가 뜨겁던 이슬라마바드!

긴 시간 비행기를 타면서 흥분 못지 않게 긴장감을 느끼고 있는 내게 '가끔은 두려움이 힘이 되기도 할거고! 또 그 절망스러움이 가끔은 희망의 연료가 되기도 할거야!'라고 되뇌이면서 공항에서 내렸다.

루프가르사르(Lupgar Sar), 그녀는 P-3이란 기호로 분류된 커다란 바위의 정상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고, 우리가 그토록 간절하게 길을 내어주길 바라는 대상산이다. 92년 7월 카라코룸 히스파산맥의 처녀봉 루프가르사르 동봉에 도전했다가 눈사태로 두 대원을 잃고 후퇴한 바 있는 전주 파이오니어스 알파인클럽이 3년만에 또 다시 원정대를 파견했다. 그러나 이들이 6800미터에 이르렀을 때부터 악천후가 닥쳐 더이상 전진을 못하고 후퇴했다 -한국원정사-

그리고 내겐 이런 글들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92년 등반 보고서'가 하얀산을 꿈꾸게 만들었다.

92.7.26 내 생일이었다. 영재와의 무선 교신시 상황이 좋지않은것 같으니 2캠프로 하강해서 1. 2 일 후 등반하라! 그러나 정상이 바로 눈 앞에 있습니다! 날씨는 좋아질것 같구요, 오늘 같은날 등반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장님 생일 선물은 정상등정으로 하겠습니다! 그 후로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남은건 스키장 슬로프같은 설면만이 남았다

그렇게 나는 밤마다 그렸다. 무거운 걸음과 가슴이 터질듯 "헉헉!"거리면서도 웃고있을 내 모습! 하지만 어렵게 도착한 그곳에서 우리는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십 오년간을 간절히 도전 해왔고, 또 내가 모르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건 도전에도 처녀성을 허락하지 않았던 그녀는 나 역시도 허락하지 않았다. 산이란 본래 내가 싸워 이길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기에 추호의 억울함이나 서운함은 없어야겠지만! 그를 등지고 내려셔야 했을 때, 가슴을 적시는 뜨거운 그 무엇은 산이 내게 준 소중한 가르침 이었으리라! 애시당초 그는 나의 경쟁상대가 아니었음을 알았기에 나를 낮추는 법을 배워야겠고, 또 쏘주가 없는 그곳에서 긴 시간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법을 배웠으니 고향땅에서의 첫 밤은 삼겹살과 쏘주에 취해서 입을 반쯤 헤~벌리고 즐겁게 그곳을 그리면서 잠이나 들어야겠다!


                        - 06 그래, 다시 일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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