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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 서른하나! 또 다른 이야기~

등정은 실패로 끝이 났고, 다시 일상으로의 회귀 만이 남았다. "

2005년에 있었던, 파키스탄 대지진 때문이었는지 연일 계속되는 눈사태에 겁을 먹어버린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던 고소포터들이 고개를 저으면서 베이스를 떠나고, 정부연락관인 Iqbal마저도 다음을 기약하자며 아쉬움에 흥분된 우리들을 이해시키면서 우리의 원정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방콕! 이제 돌아 가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은 참 많았는데...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들과 아쉬움이 뒤섞인 체, 어지러운 카오산 로드를 혼자 거닐다가 좌판 위에 놓여 있던 모양도 시간도 재각각인 오래된 중고 시계들을 보면서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보게 되었다.


그래도 나와는 상관 없이 열심히 째깍 거리면서 자신의 시간을 찾아서 돌아가는 녀석들을 보면서 뜬금 없이 들었던 생각! 내 시계바늘을 보면서 '저 녀석들은 지금 자기가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저렇게 열심히 돌고 있는 건가?' ' 아니면 자기가 틀렸다는걸 정말 몰라서 저렇게 열심히 돌고 있는 건가?''그리고 저기서 그냥 멈춰버린 저녀석은 의욕이 없는 건가? 아니면, 저 녀석은 틀린걸 알면서도 자신은 적어도 하루에 두번은 정확하게 때를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멈춰 서서도 만족을 하고 있는 건가?'


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럼? 나는 만약에 내가 틀렸다는걸 알게 된다면 어떨까? 어떻게 할까?' 로 이어져서 '아마도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미친듯이 달렸을 것이고, 또 엄청 조급해 져서 가슴이 쪼그라 들고 힘이 들었겠지?' 싶어서 무더운 길 거리를 거닐다가 나를 돌아 보았다. 서성거리다가 '내 오픈티켓은 아직도 한달이 남아 있는데? 나는 이렇게 돌아가야만 하는 건가? 아니면?' 하지만 상황은 돈이 별로 없고, 명분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돈도 없으면서 뭘 더 보겠다고 이러는거냐?'라면서 접으려고 했지만, 아쉬움이 남아서 길가에 앉아 맥주캔을 만지작 거리면서 계속해 내게 말을 걸었다. '이렇게 발을 맞춰서 가려고 죽기살기로 뛰어야만 하는 건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나의 속도로, 내게 맞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가야하는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다가, '아~몰라! 그래, 그냥 떨어지면 굶지 뭐? 뭐가 문제야! 아직은 젊은데? 아니면 줍던가~ '그렇게 나는 헤어지기 전 "저는 좀 남아야 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남게 되었다.


그렇게 싸구려 도미토리에서 잠을자고, 시장 골목에서 싼 밥을 먹으면서도 마냥 좋더라! 그리고 이 밤은, 캄보디아에서의 안개낀 아침을 깨우던 자전거를 탄 아저씨의 진한 원두커피와 향이 좋았던 바게트가 어제 일처럼 내 코끝을 희롱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었으면서 겁도 없이 조각배로 메콩강을 건너 베트남에서 배를 만들던 형을 만나고, 이곳저곳을 둘러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 가고싶은 것인가?


"서른 하나!"라는 나이에 '지금이 아니라면! 그래, 나는 영영 못하게 될거야!'라는 생각으로 산(루프가르사르)에 들면서, 일 마저도 접고 비행기에 오르는 내 모습에 긍정과 부정이 반반이었다.


하지만 떠났고!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정리하고 나아갈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 나의 모습을 그릴수는 있었다. 


'세상이 바라고 말하는 번듯한 모습이 아니어도!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버텨내는 삶의 모습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으로 가볼거다!' '그래, 그래 볼거다!'


 p.s 어디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제우스 신전을 지은 이들은 시간이 흐른 뒤 그자리에 몇개의 돌무더기만이 남아있을거라는 생각을 생각을 했을까?" "만약에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건 미래에 대한 무지였고, 예상을 했다면 그것은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빠는 그 메모 아래에 이렇게 적어 놓았더라! '분석적이고 똑똑하군!' 하지만 나는 "그런 세상이 아마도 그렇게 무모하게 도전할 수 있었고, 당신이 말하는 그런 운명에 반항할 수 있었던 젊음의 피끓는 불꽃들로 서서히 바뀌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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