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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 스물여덟! 부모님이 보였다.

시간은 흘렀고, 그 안에 녹아있던 추억들이 지금은 버팀목이 되고있다.

일제시대와 6.25를 겪으셨던 근현대사의 증인들이시다!

2003년 겨울, 첫눈이 예보 되었던 그날은!

뜬금 없이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오늘 눈 온데!" "근디?" "우리 눈 보러 강원도에나 가볼까?" "참나! 실없긴~" "아니야! 우리 진짜로 가보자, 어?" 그렇게 시작된 여행 이었다 .

책에서 어느 시인은 강원도에서 눈이 온다는 예보를 보고 강원도로 달려가서 내리는 눈을 혀로 받아 먹었다는 글을 읽어서가 아니라! 아직도 눈을 기다리는 그 눈이 맑은 울 엄마! 그리고 아부지랑 아직도 셋이서 조금은 긴 여행을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 미안해서 "나 월급도 받았고, 시간도 있으니까! 걱정말고 가 보자구요!"라고 허드레를 떨면서 시작된 여행은 사실 계획도 목적지도 없었다.


그냥 한번쯤은 같이 하고 싶었을 뿐, 그렇게 급하게 시작하고 고속도로에 다가가서야 물었다. "그런데 아부지랑 엄니는 가장 기억에 남는데가 어디였데?" 물었더니, 엄마는 속리산의 법주사 였다고 말하면서 "너는 나도 안해서 가봤었는디! 그 큰절이 기억에 많이 남어야!" 그래서 우리는 속리산으로 갔다. 지나간 세월에 부모님의 몸은 쇠하고 불편해서 많이 걷지는 못했지만, 엄만 젊었던 날에 속리산을 그리면서 좋아 하셨고, 그런 모습이 좋았던 아버지는 "글믄 오늘은 자고 갈거냐?" "그럼요! 두분은 지금 나한테 잡혀 왔다니까요? 한 일주일은 돌아다닐 건데?" "그려? 글믄 나는 여그서 수안보에도 한번 가보고 잡다!" "그래요?그럼 가셔야죠!" 흐린 겨울날 수안보에 내려서는 우리는 말도 안되게 얼어 붙은 삼겹살을 먹으면서도 웃었고,  다음 날에는 내 등보다 작아진 아버지의 등을 밀어 드리면서 웃었다. 그렇게 오는 눈을 맞으면서도 즐거웠고 호빵 하나에도 웃고, 정말로 바라는것 없이도 맑게 웃으셨던 부모님의 모습이 오늘은 많이도 생각나는 날이다.

 그렇게 무작정 가던 길에 길은 눈에 막혀 통제되었고,  돌고 돌아 말도 없이 갔던 설악산! 엄마와 아버지는 "여글 왜 왔냐? 너 심들게 이 먼데를?"이라고 하셨지만, 내가 그곳에 보여드리고 싶었던건 어릴적부터 들었던 엄마의 말이 가슴에 남았기 때문이었다. 젊던 날에 아버지와 처음으로 여행을 가본 곳이 설악산이었다고, 그런데 한복을 처려 입은 촌년이 신기해서 주뼛거리는 모습에 나물을 팔던 할머니가 그랬데, "한복 입은 것을 보니 멀리서 왔는갑소! 글믄 하나만 알아두소! 여그는 깊고 깨끗헌 곳인게, 무멋을 빌어도 꼭 하나만 비소! 그러믄 그건 꼭 이뤄주실 거요!" 그래서 그말을 믿은 엄마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딱 하나만 빌었던거 알아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제가 몇을 낳건 꼭 똑같이 배울수 있게만 해주셔요!"


나는 어릴적에 엄마가 했던 그말을 아직도 기억해요! 그리고 제가 처음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다섯살 때, "엄마는 어딨어?" 울며불며 떼를 쓰는 바람에 형들이 어쩔수 없이 데려간 예수 병원에서 그렇게 엄마가 보고 싶다고 때를 쓰던 놈이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누워있던 엄마의 손짓에도 가까이 가지 못하고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울기만 했어! "엄마! 죽지마~" 그래요! 엄마는 그때부터 암투병이 시작된 것이었고, 제가 지금 스물여덟이 될 때까지 큰 수술을 몇 번이나 더 하셨는지 몰라요! 몇시간 씩이나 하는 그 큰 수술을...그렇게 합병증으로 한쪽 다리는 내 반도 안되면서 다른쪽은 나보다도 더 부으셔서 양쪽을 절개하고도 부어있던 탓에 좋아하던 걷기도 이젠 힘이든 엄마에게 이제는 그런 소원말고! 엄마만을 위해서! 부디 엄마나 좀 건강하게 해달라고 빌어 보시라고...


제게 엄마는 항상 그랬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새끼들이 더 중요한 사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이젠 정말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렇게 눈이 쌓인 설악산에서 우리는 절을 하면서 약속했다. "엄마! 아부지!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웃으면서 재밌게 살자구요~건강하세요!" 그렇게 부담도 미안함도 덜해진 엄마가 마지막으로 말한 곳은 경주였다. "정상아! 너 안 피곤하고 갈수있으믄 불국사는 한번  가보고 싶은디!" "좋아요! 그런데 왜?" 엄마는 수줍게 웃으면서 말했다. "40년은 넘었나벼!젊어서 아부지가 끄는 오도바이를 뒤에서 타고 전주서 경주까지 가봤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덜 않어서 욕심을 부린다야~" "오! 멋있네! 그럼 가야죠!" 지금은 사진이 없어서 아쉽지만, 다음날 도착한 불국사에는 사람이 없었고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던 그 마당에는 새벽부터 내린 눈이 소복하개 쌓여 있었다. 이른 아침, 지나는 사람이 하나 없어서 발자국도 하나 남지 않았던 그 모습을 보고 엄마는 내 손을 잡았다. "들어가지는 말어라! 깨끗허고 이쁜것이 참말로 보기가 좋다! 근게 우리는 여그서 이렇게 보기만 있자!"


그래요! 울엄마와 아부지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참~선한 사람들!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부지와 엄니를 진심으로 존경 하나봐요! 그렇게 경주를 둘러보고, 부산에 사는 작은형의 집에서 형수님이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고 어린 손주들과 부산을 구경하면서 우리는 행복하게 돌아 왔네요! 그 먼길을! 그 어리던 손주는 이제 스무살이 넘어 할머니를 찾아와서 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이렇게 긴 시간이 흘러서도 그날을 행복하게 기억해 주시는 부모님이 있어서 저도 참 고맙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어요. 그래서 저는 진심 고마워요!엄마 그리고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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