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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서른 둘! 하늘이 깊고도 높았던 그날에!

일반적이진 않았다. 그래서 우려의 말도 있었지만, 웃었다!

상상하던 일들을 기억에 담을 수 있다는건 참으로 고맙고 행복한 일이라는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올해 만큼은 그 마음이 더 고맙고 커진다. 그래, 우린 7년 전부터 이런 모습을 상상해 왔다!

그래서 우리는 전부터 말했다. 세월이 흘러서 녀석들이 이 장면들을 돌이켜 보면 정말 재밌겠다. 뱃속부터 찾아와서 아장아장! 걷고, 사춘기를 지나서 청년이된  어느 날에는 여친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 이 곳을 거닐면서 이곳에서 있었던 어릴적의 장면들을 추억하겠지? 그렇게 은행 잎도 뿌리고 "자기야~" 그러다가 옷에서 냄새가 난다고 여친한테 혼도나고, 마치 아빠가 장난으로 엄마의 머리에 찐달걀을 깨다가 엄마한테 엄청 혼이났던 그날처럼! 그렇게 상상만으로도 재미있고 즐거웠던 일들이 슬슬 현실이 되어가고 있어서 참 고맙고 좋다! 암무쪼록 너희늘도 즐거운 추억들을 남기면서 즐겁고 신나는 날들을 살아가길 바래~

p.s  이곳 향교가 이렇게 남아 있어줘서 참 고맙다!

문 밖에 그길은 7년 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변해 버렸지만, 여기 향교 만큼은 변한것이 없어 정말로 고맙고 좋더라! 왠지 우리만의 보금자리 같은 느낌? 그렇게 시간 보다도 더 빠르게 변해버리는 세상 속에서 우리의 기억 속에 그려졌던 그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행운인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꿈을 꾸는 것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주는 추억이 하나 더 생겨서 아빠는 다시 또 꿈을 꾸게 된다. 그래, 좋다! 이제 다시 아빠는그 꿈을 위해서 슬슬 워밍 업을 하고 또 한판 신나게 뛰어봐야 겠다! 2013년 11월 11일 다시 이곳에 왔다.


2007년 11월 11일 11시 여러분을 전주향교로 초대합니다!

"여러분 저~장가 가요!" "뭐야?장난아녀? 무슨 빼배로데이 행사도 아니고?" "정말로?" "진짜야??" 그렇게 하늘이 파랗고 높던 날에 엄마와 아빠는 꽃가마를 타고 장난인 것처럼 웃으면서 시작했다.

깊어 가는 가을 날에 노란 은행 잎이 세상을 물들여버린 그곳에서 엄마와 아빠는 소꿉장난인 것처럼 하나가 되었다. 생각난다! 하늘이 정말로 이뻤는데~ 그렇게 가을이 깊어가 던 금요일 저녁에 엄마를 처음 만났다. 엄마는 기억도 못하겠지만?


 아빠가 생각이 많아져 혼자서 싸돌아 다니느라고 몇 주를 건너 뛰고 찾아간 산악회 회관에서 앉아 있던 처음보는 얼굴! 그런데 엄마는 이미 산악회에서 전설을 만들었더군~ 인터넷을 보고 아무 생각도 없이 찾아와서 첫날부터 암벽에 매달려 울고불고! 그렇게 형님들은 "이제 안 오겠네!"라고 예상을 했지만, 그말을 무색하게 맛있는 닭도리탕 만들어서 커다란 보따리에 싸들고 시내버스를 타고 회관을 찾아버린 씩씩한 아가씨! 하지만 아빠는 엄마랑 근 1년 간은 자주 만나지도 못했고, 말을 해 본적도 별로 없었는데? 해를 넘겨 벚꽃을 보려고 영취산을 찾아가던 길에 머무른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켜고 비박을 하면서 들었던, "그런데 너는 뭐한다고 그 좋은 회사를 때려치고 여기를 왔냐?"란 선배의 말에 엄마가 알딸딸 해져서 했던 "어느날 회사에서 밥을 먹는데 밥알이 목에 걸리더라구요! 이럴려고 사는게 아닌데? 세상 어려운줄도 모르고 이렇게 사는건 쫌 아닌것 같은데??하면서 그냥 철이 하나도 안 들었던거죠!" 말을 들으면서 "선생이 될라고 그런다더라!"라는 말에 그저 안정적이란 말에 이끌려서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틀린건가?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씽크대를 좀 고쳐줄수 있겠냐는 부탁에 찾아간 좁은 방에서 조그만 밥상 위에 책을 펼쳐놓고도 웃고있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물었다. "임용이 쉽지 않을 텐데..." 그랬더니 엄마는 "그럼 재활원 같은 곳에서 봉사하면서 살죠 뭐! 그것도 의미있고 좋잖아요?" 그렇게 엄마는 시간이 흘러 선생이 되어서는 갑자기 페루에 가야겠다면서 코이카 면접을 보고 아무튼 엄마는 그런 사람이었다. 술을 마시면 "사는게 뭐 있겠어? 그냥 해보는거지~ 안그래? 어?"라고 말하면서 깔깔깔 웃던 사람! 아빠는 살면서 처음이었단다. 그렇게 사람이 부러웠던건...

말과 행동이 닿아있고, 또 닮아가려 하는 사람!


아빠가 그렇게 되고 싶었던 모습들을 웃으면서 유창한 말로 포장하지 않고 가볍게 행동하는 엄마가 아빠는 정말 샘이 나도록 부러웠다. 그렇게 자연스러웠던 엄마와는 결혼도 그런 마음으로 했단다.


"우리는 번듯한? 보여주려 하는? 그런 삶은 살지 말자!" 그렇게 엄마와 아빠는 우리만의 의미있는 식을 만들어 보자면서 일반적이지는 않았지만, 30만원에 그림같은 향교를 식장으로 선택했고 또 사는 모습도 꼭 그렇게 해보자고 약속하면서 손가락을 걸었단다!

 

우리에게는 그런 날들이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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