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꿈 같은 일!

이런 시간들이 내게 올줄은 꿈에도 몰랐다.

꿈같은 일!

03년 1월, 산에 가고 싶어서 들린 조그만 장비점에서 처음 만났다. 덥수룩하게 수염이난 형님들! 장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산 좋아해요?" "예? 어...그냥요!" "그러면 내일 아침에 다시 한번 와 봐요! 재밌을거야~"로 시작된 인연이었다.

 알지도 못하고 지나는 길에 들러서 연을 맺은 곳이 머메리즘을 말하는 알파인 산악회라니... 사실 한번쯤은 꿈을 꿨었다. '히말라야의 어느 봉우리!' 그러나 그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냥 꿈이었다. 하지만 얼마 뒤 허름한 산악회 회관에서 읽게 된 오래된 보고서를 보면서 나는 가슴이 뛰었다.

 '92년 등반 보고서' 그리고 두 형님의 사고 이야기까지! 그렇게 시간은 흘러 신나게 지리산의 골짝골짝을 따라 다녔고, 등반을 배우다가 드디어 06년도에 내게도 기회가 왔다.

분명 내겐 둘도 없을 기회였다. 하지만 결국에 나는 비겁했다. 일을 그만두고 떠날 용기도, 가족들을 설득할 용기도 내겐 없었던거다. 하지만 그렇게 원정을 포기하고 형님들의 뒤를 쫒으면서 그저 부러워만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한가지는 알게 되었다. '선택하지 못한 자의 채울수 없는 아쉬움! 그리고 이미 때늦은 자의 후회를...' 하지만 그래서인가? 그렇게 6월의 원정이 준비되고 있던 사이에 나는 몸을 잘못 굴리다가 다쳐 버렸고, 결국 발목인대가 끊어져버린 나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게 뭐야!' 그래, 분노와 좌절의 연속!

 

그런데 3주가 넘어가던 어느날, 형님이 찾아와서 내게 물었다. "퇴원은 얼마나 남았냐? 일은 어떻게 하고 있는 건데?" 그러다가  갑자기


"그런데 너 혹시 가고 싶냐? 루프가르사르!" 하시는 거였다.


"정말요?그런데 대원심사도 이미 끝났고, 또 티켓팅도 끝났잖아요!"라고 묻자, 형님은 말했다. "넌 운이 좋은거야!" 형님들이 생각해 주셔서 후발대로 지원해 주시는거라고 말했다.


정말 꿈만 같았다. 그렇게 꿈이 현실이 되었던 그날, 나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고, 또 새로운 것들을 꿈꾸게 되었다. 고마운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을 넘어 간만에 다시 이렇게 꿈을 꾸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생각하며 즐거워 했던 날들 이었다.


그래서 십년이 흐른 지금은 분명 버거웠기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또 억울해서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이렇게 글을 남기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계획하는 요즘이 있어 다시 행복하다.


그리고 이제서야 드디어 조금은 알게된 것 같다. 20년을 넘게 배웠고, 또 결국은 가르치게된 과학선생의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가?그래서 요즘은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즐거움에 온몸의 세포들이 힘을  내는 것을 느낄수 있다.


그래, 즐겁다! 그러나 이렇게 아프고, 힘이 들어야만 무엇인가를 알고 정리할수 있는 너는 정말 바보인게 맞다!  하지만, 그래서 분명 힘이 몹시 들었을런지는 몰라도, 잘 잊지는 않아서 그래도 믿을만은 할것 같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이렇게 화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 지금은 어설퍼도 이렇게 글을 쓰게 되는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