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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 열아홉! 그때 처음으로...

언제부터 내 생각을 갖게된 것인가?

3년 전 무더운 여름날에 계절학교를 하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시원한 냇물에 발을 담그고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하늘에는 하얀 코끼리가 있었다.


"안녕?"

"그래, 그건 그냥 내 생각일지도 몰라!" 그래서 이제부터 아빠는 아들에게 아빠의 지난날들을  이야기해 주려고 하는데, 이건 누가 맞고 틀림의 그런 이야기는 아니야! 그냥 아빠가 그 나이를 지나면서 한번쯤은 깊이 생각하고 흔들리면서 남았던 추억들?

 

사실 생각해보면 그때는 멋도 모르고 부렸던 객기 일수도! 그저 무모하고 바보스러운 허튼 짓일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땐 그냥 그랬어!


아들~ 너희들도 언젠가는 그런 날들을 지나게 되겠지? 너희가 그런 날들을 지날 때면 너희는 어떤 이야기들을 적어 가게 될까? 아빠는 그 이야기가 궁금해서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도 하고, 부디 서로가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인건데~ 아무튼 그래! 그럼 지금부터 자~시작해 볼까?

때는 1994년 가을, 살면서 처음으로 정말로 징그럽게 혼란스럽고 또 힘든 시간이 내게 찾아왔다. 그건 사관학교 시험에서 떨어지고난 뒤에 찾아온 멘붕!

 

그것이 낙방을 했기에 재수를 생각하면서 오는 부담이었다면 그래도 조금은 덜 했을텐데 중요한건, 낙방에 대한 아쉬움도 없고 또 어딘가를 바라 보면서 준비하고 생각 해야겠다는 마음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나를 보면서,


"젠장! 나는 왜 바보처럼 이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남들이 그저 하라는 대로 대학을 생각하고 따라만 하려는거야! 왜 그랬던 거냐구? 배우고 싶은 것도 없었으면서 왜  바보같이 앉아 있었냐구? 바보야?"


그렇게 낙방으로 인해 내가  왜 공부를 했는지도? 왜 또 하고 있는 건지도? 또 그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따라서 했다는 생각에 정말로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고,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를 몰라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날들이었다. 그렇게 종잡을 수 없었기에 이어지는 방황과 반항으로  정말 엄청나게 맞으면서도(사실 아빠 학교는 엄청나게 많은 체벌로 유명했던 살벌?한 학교였거든! 필드 하키체로 엉덩이와 허벅지가 하얀색부터 보랏빛까지 피멍으로 화려하게 채색되는 체벌이 있는 그런 학교)


"그런데도!" "그래도!" 나는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교문 밖으로 뛰쳐 나가서 소리를 질러 봐도! 숨이 턱 끝까지 차 오르도록 미친듯이 뛰어봐도 풀리지 않았던 그 답답함이 나를 몹시 조여오던 어느 날이었다.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처음으로 들어간 비디오 대여점에서 우두커니 앉아 무엇인지도 모르고 헤드폰을 쓰고 봤던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서 나는 그 고비를 겨우 넘겼던 것 같고, 곧 이어서 바로 시작된 20대에는 그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과  말들의 의미들을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carpe diem!"을 보듬어 시작은 했지만,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지금을 살아 볼거야!"라고  말하면서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듣게되는 말들은 "뭐라고? 지금을 살겠다고?  지금 네가 죽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지금이 아니면 도대체 언제를 살고있는건데?"


" 뭐야! 철학과도 아니고 맨날 혼자서만 심각해?"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뱉어지는 물음들은 줄어들고, 유쾌해 지려고 하면 할수록 더 억지스러운 날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내가 마치 끓는 주전자와도 같았다. 마음은 시뻘건 용광로처럼 그리고 칙칙폭폭하며 굉음을 내며 달리는 증기 기관차처럼 힘있고 강렬한 모습이고 싶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던거다.


나는 그렇게 스무살 1학년 1학기의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 이게 뭐야! 젠장!"을 곱씹으면서 "의미없다!" 생각하고 흔들리던 날들이 많았다.

그래, 그땐 그랬...다!

'그렇게 내가 바라고 찾았던 그 자유란 놈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스무살만 되면 그 자유란 놈에 나를 찾아와서 어떻게 해줄거라고만 생각했는데, 현실은 "이게 뭐야! 젠장!"을 꼽씹는 날들이 많았고, 그런 날들을 지나서 맞이하게 된 스무살에 첫 방학에서 드디어 내겐 처음으로 즐겁고 재미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게 뭐냐면? 궁금?

 아들 2편을 기대해라! 가난한 아빠가 허클베리핀?을 꿈꾸면서 뗏목을 타고 떠났던 그날들을 이야기해줄 테니까~^^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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