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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 스무살의 그날!

그땐 표정이 꼭 이랬던것 같아!

허클베리핀이 되고 싶었던 그날의 이야기 1부~

아빠의 표정이 그때는 꼭 이랬던것 같다. 신입생 녀석의 표정이~ 분명 생각은 많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고, 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냥 난 안될거란 생각만이  슬슬 꿈틀대던 그때의 표정은 꼭 이랬다!

생각했던 대학생과 나의 모습은 많이도 달랐다. 그것도 너무나! 그건 아마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기대만하고 시작했기 때문이었겠지만 다들 내게 말했다.


"이제 어른됐네!"

" 부럽다! 이제는 맘껏 자유롭게 살겠네~"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컸던건 바로 자유! 메여있던 고교시절도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메여 있었기에 타인의 모든 것이 그저 부러운 그런 날들이었다. 마치 사람들이 말하는 군대처럼! 그래서 입학 후에는 마음껏 자유를 만끽해 보려고 수업도 제껴 봤고, 술도 마셔봤지만 그것을 자유라고 느낀 건 처음 몇 번 뿐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런게 정말  자유인건가?"


그래서 물었다. "왜 그런거죠?" 하지만  돌아오는 답들은 "뭐야?그럼 니가 지금 갇혀있냐? 수갑 차고 있는건 아니잖아?"라며 물음에 관심도 없었고, 답해 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만 이상한 건가?' 했더니 나만 이상한거 였다!

 사실 스무살이 되면 나는 그 자유란 놈이 나를 마중나와서 "이봐! 거기있는 친구?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 이제 내가 너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지~ 음하하!" 하면서 전혀 다른 세상을 살게 될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술에서 깨어나면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그러니 답답 할 수 밖에...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장난처럼 시작된 이야기 였다. 95년 그땐 술집들이 모두가 12시가 못 되어서 문을 닫아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우린 가맥집을 전전해야 했는데 여름이 시작되던 어느날 학교 앞 슬기슈퍼에서 지금의 내 나이셨던 병주 선배님께서 술에 취한 내게 "좋을 때군!"이라고 말씀 하셨다. 그래서 취기가 조금 올라온 나는 겁도없이 말했다.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 달라요!" "그래? 뭐가?그럼 자넨 뭘 원했는데?" 그래서 즉흥적이긴 했지만, 진심으로 자유로운 영혼일거라고 생각했던 허클베리 핀을 말했다.

 

"저도 미시시피강은 아니어도 그렇게 자유롭게 한번쯤은 떠나보고 싶어요!"


" 오!" 그말에 선배님은 말했다. 본인도 84년도에 같은 마음으로 섬진강에서 뗏목을 만들어 여유롭게 출렁이면서 떠내려 가다가 을지훈련으로 출동한 군경에게 붙잡혀서 구례 파출소로 끌려가 모든걸 뺏기고 진술서를 쓰는둥 이것저것 일이 많아서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기억엔 남더라고...

 

그 말씀에 난 더 취해 버렸고, 그렇게 시작된 그 이야기는 길어져서 우리는 마침내 95년 7월에 섬진강 위에 섰다. 그렇게 산에 올라가서 대나무를 베어 오고, 버스 튜브에 공기를 채워서 완전 믿음직 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덟 명을 태울 뗏목을 만들고 나니 몹시  뿌듯했고, 다음날 진수식을 할 때에는  녀석이 살포시 물 위에 뜨자 우린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면서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다들 노를 잡고, 난 맨 뒤어서 삿대를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잔잔히 출렁이는 물 위에서 천천히 흘러가다 "첨벙!" 물 속으로 뛰어 들어 헤엄을 치다가 지나는 사람들의 애정어린 환호에 손을 들어 답 했고, 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넢적바위 위에 앉아서 라면을 끓이면서도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여유롭게 흘러가다  밤이되면 주인이 없는 풀밭에 텐트를 치고 둘러앉아 술을 마셨고, 별을 이야기하고 또 노래를 부르면서 화개장터를 향해 갔는데 사흘째가 되던 날은 점심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분명 재미는 있었지만 점점 심상치가 않아졌고, 태풍이란걸 직감한 선배님의 "철수 해야겠다!"라는 말에 뗏목을 둑의 가까운 곳까지 올리고 쎄까만 먹구름 사이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구례의 민박집을 찾아 버스를 타고 가는데 "헉!" 길가엔 이미 가로수가 부러져있고, 사방이 난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급하게 허름한 민박집을 잡아 짐을 풀자 이번에는 기왓장이 날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렇게 전깃불은 깜빡거리는데...


급히 라디오를 켜보니, 여수로 올라온 태풍과 이어지는 사고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렇게 이야기는 2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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