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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 Jun 07. 2018

우울한 일요일을 노래하다

롤프 슈벨:  글루미 선데이 (Gloomy Sunday)

글루미 선데이(Ein Lied von Liebe und Tod), 1999, 롤프 슈벨 감독, 조아킴 크롤, 스테파노 디오니시, 에리카 마로잔 주연



   글루미 선데이는 영화에 앞서 그 주제곡이 영화라는 시각 매체를 제치고 청각적인 자극으로 먼저 진하게 남는 영화다. 그렇기에 예전처럼 개인 블로그에 음원을 마음대로 링크할 수 없다는 것이, 그래서 이 곡을 BGM으로 깔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영화의 주제곡 자체가 제목처럼 상당히 글루미하게 가슴을 울린다. 영화에서는 곡을 붙이기 이전에 연주곡으로 먼저 울려 퍼지는데, 그 느낌이 곡을 붙인 것보다 더 가슴을 짠하게 울린다. 이 영화는 주제곡인 "Gloomy Sunday"에 얽힌 실화를 양념으로 하고 있다. 레조 세레스(Rezso Seress)라는 헝가리의 피아니스트가 1935년에 작곡했다고 한다. 이 곡이 출시되고 8주 만에 헝가리에서 187명이 자살했고, 유럽, 미국에서도 수많은 자살자를 낳았다는 설이 퍼졌고 그것이 사실이냐의 여부와 무관하게 영화에서는 이 소문을 영화 배경으로 깔고 있다. 레조에겐 헬렌이라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에게 버림받은 후 그 아픔을 견디며 만든 노래가 글루미 선데이라는 이 곡이라고 한다. 레조는 1968년 1월 7일에 자신이 작곡한 이 곡을 틀어둔 채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위의 포스터가 이 영화의 포스터다. 포스터에서 보는 것처럼 여자 주인공이 상당히 미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의 내용이 특이한 것은 여주인공이 두 남자를 공개적으로 애인으로 거느리고 살기 때문에 상당히 복 받은 여자라고 우스갯소리로 소개하기도 한다만, 바로 아래 스틸 사진이 그녀의 두 남자인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왼쪽이 이 노래를 작곡한 피아니스트로 나오는, 고독한 느낌의 얼굴을 가진, 젊고 핸섬한 안드라스(스테파노 디오니시), 오른쪽이 이웃집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을 소유한,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자보 레스토랑의 주인인 자보(조아킴 크롤), 그리고 가운데가 여자 주인공인 아름다운 일로나(에리카 마로잔)다. 자살의 찬가라는 닉네임까지 얻게 된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을 주제로 1999년에 독일 감독 롤프 슈벨이 영화화했다. 원작은 1968년에 발표된 닉 바르코의 소설 "슬픈 일요일의 노래"라고 한다. 레조의 곡 "Gloomy Sunday"와 소설 "슬픈 일요일의 노래"...  소설과 곡 제목을 아주 절묘하게 결합시킨 듯하다. 


   영화는 1999년 독일의 노신사가 가족들과 함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자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의 80세 생일 축하를 위해 일부러 그곳까지 왔다. 케익과 음식이 나오고 노신사는 "그 노래"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한다. 부탁한 음악이 흐르는 동안 피아노 위에 놓인 어떤 여자의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노신사... 갑자기 가슴을 쥐어뜯으며 쓰러진다. 이어지는 사람들이 수군거림, "이 노래, 글루미 선데이의 저주를 받은" 거라면서... 그리고 영화는 1939년 나치 점령 하의 부다페스트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의 영화의 스토리를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부다페스트에서 "자보"라는 이름의 식당을 운영하는 자보와, 그와 함께 사는 아름다운 일로나. 그리고 어디선가 흘러 들어와서 자보 식당의 피아니스트로 고용된 안드라스. 안드라스는 일로나를 사랑하게 되고, 독일에서 온 한스라는 청년도 우연히 자보 식당에 들렀다 일로나에 빠져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한스는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홧김에 다리 위에서 강물로 몸을 던진다. 다행히 자보가 그를 구해 주었고 한스는 그렇게 독일로 돌아간다. 그 후, 자보 식당 주인 자보와 안주인 일로나, 그리고 피아니스트 안드라스는 위태한 삼각관계를 유지하다 "당신을 잃느니 반쪽이라도 갖겠어."라는 유명한 대사와 함께 공개적으로 일로나를 서로의 연인으로 인정하고, 그렇게 세 사람은 사랑과 우정을 공유하며 자보 식당을 함께 운영해 나간다. 그 와중에 안드라스는 "글루미 선데이"를 작곡해서 레코드로 취입하여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물론, 이때 영화에서는 이 음악을 배경으로 헝가리, 유럽, 미국 등에서 다리 아래 강물로 뛰어드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나치가 헝가리를 점령하고 자보 식당에도 나치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상황은 점점 급박하게 돌아간다. 문제는 자보가 유태인이라는 것. 예전의 독일 청년 한스는 이제 나치의 장교가 되어 다시 자보 식당에 모습을 드러낸다. 자보가 자신을 살려 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는 척하면서 한스는 나치 장교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어떻게 해서든 일로나를 취하려고 수작을 부리게 된다. 나치의 압력이 뻗쳐오면서 자보는 결국 체포되었고, 그런 상황에 대비하여 자살하고자 품고 있었던 독약을 기어이 먹지 못하고 포로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한편 안드라스는 자신의 노래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사태에 대한 죄책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자신의 연인들을 한꺼번에 잃은 일로나는 자보의 목숨이라도 살리고자 결국 한스의 요구에 굴복하여 원치 않는 하룻밤을 허락한다. 하지만 한스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보를 강제 수용소로 보내어 수많은 유태인들과 함께 죽게 만들어 버린다. 자보의 방에서 자보가 먹지 못한 조그마한 독약병을 집어 드는 일로나...... 그리고 영화는 다시 그 노신사가 쓰러진 직후로 돌아온다.



   그 노신사는 한스였고, 일로나의 아들이 자보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아들은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를 하는 노파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노파가 설거지를 하는 싱크대 옆에는 바로 자보가 먹고 자살하려고 했던 그 독약병이 놓여 있었다.



   "글루미 선데이"는 동명의 이 우울한 OST와 더불어 꽤나 가슴에 와 닿게 본 영화이다. 한 동안 이 음악이 맴돌았었고, 그래서 연주곡뿐만 아니라 사라 브라이트만, 빠트리샤 카스 등 여러 가수가 부른 버전의 글루미 선데이 노래도 모으곤 했었다. 또한 영화 내용에 있어서도, 그 특이한 삼각관계의 재치 있는 묘사로 인해 영화의 묘미가 한껏 살아난다. 물론, 그런 관계가 우리 정서에 안 맞을 수도 있고 안드라스의 자살도 그 이유가 모호한 가운데 과장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Gloomy Sunday

- Song by Sarah Brightman-


Sunday is gloomy 

My hours are slumberless 

Dearest the shadows 

I live with are numberless 

Little white flowers 

Will never awaken you 

Not where the black coach 

Of sorrow has taken you 

Angels have no thought 

Of ever returning you 

Would they be angry 

If I thought of joining you 

Gloomy Sunday 


Sunday is gloomy 

With shadows I spend it all 

My heart and I have decided 

To end it all 

Soon there'll be flowers and prayers 

That are said I know 

But let them not weep 

Let them know 

That I'm glad to go 

Death is no dream 

For in death I'm caressing you 

With the last breath of my soul 

I'll be blessing you 

Gloomy Sunday 


Dreaming 

I was only dreaming 

I wake and I find you asleep 

In the deep of my heart dear 

Darling I hope 

That my dream never haunted you 

My heart is telling you 

How much I wanted you 

Gloomy Sunday 

Gloomy Sunday 



우울한 일요일, 시간은 꾸벅꾸벅 흐르고 

내 곁을 늘 지켜준 그림자들은 수 없이 많습니다. 

작은 흰 꽃들은 결코 당신을 깨우지 못할 겁니다. 

슬픔은 마차가 당신을 데려간 곳으로부터... 

천사들은 당신을 되돌려 보낼 생각도 안 하는데 

내가 당신 곁으로 간다면 천사들은 화낼까요. 

우울한 일요일, 우울한 일요일. 

어두운 그림자와 함께 내 마음은 하루 종일을 보냅니다. 

이제는 모두 끝내기로 마음을 먹지요. 

곧 꽃들이 놓이고 슬피 기도하는 이들이 모일 겁니다. 

네, 울지 말라고들 전해주세요. 

내가 기쁘게 떠났다는 걸 알려주세요. 

죽음은 꿈이 아니지요. 

죽어서 당신을 만질 수 있으니까요. 

내 마지막 숨결로 그대를 축복할 겁니다. 

우울한 일요일, 꿈, 나는 꿈꾸고 있었을 뿐이지요. 

이제 깨어나 내 맘 깊은 곳으로부터 당신을 찾습니다. 

그대여. 그대가 내 꿈 때문에 아파하지 않길 바래요. 

내 마음은 얼마나 내가 당신을 원했는지 말하고 있으니까요.






2005년 12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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