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패한 삶은 아니다
요즘 글들을 읽다 보면 한 가지 공통된 메시지가 반복된다.
안전한 길을 버리라는 말이다.
도전하라고, 창업하라고, 사랑하는 일을 위해 지금의 자리를 박차고 나오라고 말한다.
인생은 짧으니 남을 위해 살지 말고,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도 한다.
이 말들은 틀리지 않다.
오히려 맞는 말에 가깝다.
누군가는 실제로 그렇게 살았고, 그 선택으로 더 나은 삶을 얻었다.
그래서 그들의 말은 힘이 있고, 멋있어 보이며, 한 번쯤은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나는 요즘, 이 말들 앞에서 자꾸 멈춰 서게 된다.
성공 이후에만 들려오는 이야기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삶에는 이미 ‘성공’이라는 단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안정이든, 사회적 인정이든, 최소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발판 하나쯤은 확보한 상태에서 그 말들은 나온다.
그렇다면 반대로 묻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일을 위해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생활고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사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본인의 선택으로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고단한 시간들을 아직도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그래도 다시 도전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실패한 삶의 이야기는 콘텐츠가 되지 않는다.
조회수가 나오지 않고, 공유되지 않으며, 강연의 주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늘 성공한 사람의 목소리만 듣는다.
마치 그것이 보편적인 정답인 것처럼.
하지만 모든 글은 쓰는 사람의 자리에서 만들어진다.
그가 서 있는 위치, 그가 이미 건너온 강, 그가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위험의 크기가 다르다면, 그 말이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아니라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도전의 비용은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도전은 낭만적인 단어처럼 들리지만, 실제 삶에서는 매우 구체적인 비용을 요구한다.
수입의 불안정, 사회적 지위의 변화, 관계의 흔들림.
그리고 무엇보다, 그 비용을 혼자만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군가는 가장이고,
누군가는 부모이며,
누군가는 이미 책임져야 할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왜 아직도 직장이라는 허울에 묶여 있느냐”고 말하는 것은,
용기를 주는 말이 아니라 현실을 지워버리는 말일 수도 있다.
도전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겁한 것도 아니고,
안전한 길을 택했다고 해서 꿈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어떤 선택은 용기보다 책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는 겁쟁이가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종종 이런 반응이 돌아온다.
“그러니까 당신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거다.”
“그래서 문제다.”
“계속 그렇게 살 거냐.”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도망치고 있는 게 아니라,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조건 안에서 삶을 설계하고 있을 뿐이라고.
문제는 도전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의 도전만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태도다.
준비의 시간,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은 모두 다르다.
그런데도 누군가의 성공 공식을 모두에게 적용하려는 순간, 그 말은 폭력이 된다.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말
요즘은 너무 많은 콘텐츠가 우리를 재촉한다.
하지 못한 것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아직 선택하지 않은 길을 마치 실패인 것처럼 보여준다.
그 결과 우리는 자주 후회한다.
왜 나는 아직도 여기 있는가.
왜 나는 저 사람처럼 살지 못하는가.
하지만 그 질문의 방향을 조금만 바꿔보면 어떨까.
지금까지의 삶이 정말 실패였는지,
아니면 그저 묵묵히 버텨온 시간들이었는지.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 자유를 얻었고,
누군가는 회사를 지키며 가족의 삶을 지켜냈다.
누군가는 창업으로 성공했고,
누군가는 매달 들어오는 월급으로 하루를 견뎌냈다.
어느 쪽이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의 삶도 충분히 훌륭했다
그들이 말하는 삶도 훌륭하다.
하지만 당신의 삶도 훌륭했다.
도전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직 안전한 길 위에 서 있다고 해서,
당신의 시간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조건에서, 다른 책임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삶에는 단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도전하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까지 버텨온 당신에게 건네는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틀린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지켜온 길을 걸어왔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