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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문학도 Jul 25. 2024

제14화 꿈의 섬, 노량진 1편

다들 꿈을 갖고 사는가 보다

지금은 노량진에 '육교'하면 갸우뚱할 것이다.

13 수능을 봤으니 벌써 10년 전 이야기다.


노량진은 정말 특별한 곳이다. 임용고시를 준비를 하는 사람들,9급, 7급, 외무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 편입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수능을 준비하는 n수생까지..


모든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의 메카라고 여겨진다.


다만, 여기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 나오기는 쉽지 않다.

내가 다니던 학원만 봐도 이미 n수생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아침에 자의적으로 일찍 일어나기 힘들었던 나는 항상 평일 오전 단과로국, 영, 수 3교시를 들었다. 수능 시험 보는 시간순서대로 수업시간표가 깔린 거다.


언어영역이 심각하게 문제가 있던 나에게 단과학원의 선생님의 한줄기의 빛이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언어 영역 공부는 항상 배경지식이 있어야 지문을 해석할 수 있게끔 교육받았는데.. 학원에서 만난 선생님은 그런 교육이 아니었다. 그냥 낯선 글들을 잘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물론 이 선생님과는 나는 '구면'이었다. 흔히 말하는 둠강, 어둠의 경로를 통해 그 선생님의 강의 p2p 사이트에 돌아다녔고 난 형을 통해 고1 때 이 분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문제는 이 선생님의 글을 읽는 방법은 혁신적이었지만..

나는 생각하는 훈련이 되지 않은 초보자였기에.

선생님의 기존 방식을 따라가려고 하면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그렇다고 많이 읽지는 않아서 한 지문을 읽어도 뭔 소리인지 당최 감이 오지 않았다.


다만 '시'라는 파트 영역 안에서는 지문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은 적은 많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극 'F'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결국 내 고집대로 지문을 읽어나갔고 둠강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몇 년이 지나 재수를 하면서 다시 그 선생님을 만나게 된 거다.


원래 그 둠강 때 수업도 재미있었지만 실제로 수업은 더 대박이였다. 선생님이 한번 삼천포로 빠지면 수업을 거의 절반이상 못할 정도로 이야기보따리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그게 너무 좋았다. 아침부터 수업 듣느라 피곤했지만 난 수업도 수업이지만 그 선생님이 재미난 이야기보따리가 풀릴 때마다 사람이 고팠던 내 웃음소리는 날이 갈수록 커졌다.


그걸 눈치챘는지 그 선생님은 나에게 별명을 지어주셨다.


웃을 때 런닝맨에 나오는 '광수'를 닮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웃을 때 옆에 이름도 모르는 사수생 형은 '마이콜'을 닮았었다. 나와 다른 성향의 미친놈처럼 보였다.


이 언어영역 선생님은 사수생 출신이었다. 그래서인지 수험생들의 모든 고충들을 몸소 경험해서 그런지 공감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학과를 국문학과로 가게 된 것도 친구 녀석이 써준 거라고 하니 어떻게 재밌는 인생을 보내셨는지 눈에 확 들어왔다.


때마침 언어영역 듣던 강의실 옆이 자습실인 경우가 있었는데 친구에게 연락이 온다.


"야, 너 웃음소리 옆 자습실까지 다 들린다."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그때 내 웃음소리는 나의 '호흡'수단이었다. 크게 웃는 게 내 유일한 낙이였다.


그리고 이 수업 때 옷깃을 스쳤던 인연이 한 명 있었는데

시간 지나 내가 다니던 대학교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나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인사를 한다.


나도 참 웃긴 놈이다. 저 사람은 나를 처음 봤을 텐데..


그 사람은 내가 봤던 사람이 맞았고.. 그분도 뜻하지 않게 반가워하며 말은 건넨다.


"공부 열심히 해서 이곳에 오셨군요, 성공하셨네요!


난 성공했다고 자부하지는 못했지만 그 사람 입에서 나오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날 하루가 왠지 모르게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언어 영역 수업은 끝나고 제일 골치 아픈 외국어 시간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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