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변을 걷다 보면 손이 시렸다
계절은 아직 응달의 얼음을 놓아주지 않았고
낮게 흐르는 시냇물은 제방의 얼음을 품고 돌았다
물결은 자갈밭 위로 지나가며 바닥을 환히 비추었다
물 밖의 돌과 물 속의 돌은 확연하게 표정이 달랐다
지난 가을의 낙엽도 물 속에서는 시들지 않았다
보행로는 넓은 천과 빈 정원 사이로 길게 이어졌다
그 길 위에는 드문드문 흰색으로 자전거와 사람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꽃으로 풍성했던 정경이 사라진 정원엔 붉은 흙이 부풀어 올라 있었고 꽃대궁만 군데군데 비스듬히 서 있을 뿐이었다
땅에는 간혹 얼음도 단단히 박혀 있었다
가만히 발을 디디면 땅은 포옥 들어가며 자국이 생겨났다
무엇엔가 흔적이 남는 것 ㅡ
그것은 조심스러움을 상기시키는 일이었다
언덕 위 산책길엔 나목들 사이로 황금빛 태양이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나무 아래 덤불 속에서는 참새들이 짹짹이며 오후를 쪼아댔다
한참 후에 허리 굽은 노인이 천천히 그 길로 지나갔다
지는 해를 배경으로 종이 인형처럼 그는 조금씩 앞으로 움직였다
언덕길은 하염없이 길게 늘어지며
조잘거리는 시냇물을 따라 굽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