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하천 뚝을 따라 걷는 길
저 멀리 낯설지 않은 이가 멈춰 서 있다
그는 뒤돌아보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창백한 얼굴로 흔들리는 걸음걸이로
그렇게 지난 12월이 되돌아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한기만 내뿜었다
그러자 철새들 거꾸로 날갯짓하고
땅에 스며들었던 눈발도 되살아나
하늘로 올라갔다
그는 그저 바라볼 뿐 어떤 몸짓도 하지 않았다
한 발짝 거리까지 다가왔지만
손조차 내밀지 않았다
문득 어디선가 바람이 불자
마른 나뭇잎 한 장이 날아와 외투에 달라붙었다
낙엽에는 12월이 내게 써 보냈던
그러나 읽지 못했던
무수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그 사연들이 내게 스며드는 동안
그는 조용히 서서 기다렸다
매일 다르게 찾아왔던 이야기
무언가 세심히 속삭이던 이야기
허공을 잡아채며 부딪혀오던 이야기
나는 그때마다 안갯속에 있었다
겨울 안갯속에서 불안하게 서성거렸다
홀로 길 위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좀처럼 어느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지난 12월은 낡은 사랑을 차마 버리지 않았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와 서서
그 기록들을 보여주며
내가 봄의 문턱에서 넘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슬픔보다 깊은 침묵으로
그러나 곧 사라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나 움직이자
그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돌아왔던 12월이 다시 떠났다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다음 계절을 살아낼 힘을 쥐여주곤
그렇게 또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