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 풍경 2

철새, 물결

by 김도형



대여섯 마리의 쇠기러기들은 뒤뚱거리며

젖은 흙에 삼지창 같은 발자국을 여럿 찍어냈다

그리곤 끝없는 자맥질로 얕은 물바닥을 헤집었다



물가로 다가가자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덩달아 튀어 오르던 물방울들은

힘찬 날갯짓에 밀려 잠깐 공중에 머물다가

수면 위로 알알이 떨어져 내렸다

새들은 하늘에 큰 타원형의 곡선을 그린 뒤

멀지 않은 냇가에 다시 내려앉았다



바람을 거슬러 걷는 길가 천에는

잔 물결 따라 나무 그림자들이 일렁거렸다

간혹 오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뿐

흰 두루미 한 마리만이 풍경을 박은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스스로를 멈추지 못하는 운명

흐르는 물도 한때는 쉬어야 했다

겨울의 여신이 한기로 물 얼리면

물살도 그제야 편안하게 몸을 굳혀 눕곤 했다



찬 바람이 물러가자

개울은 명랑한 표정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물살은 기슭의 마른 수초를 흔들며

사람이 지나는 언덕을 향해서 가볍게 인사를 했다



다가올 따뜻한 계절을 기대하

햇살이 물 위를 떠돌며 반짝거렸고

작은 피라미들도 간간히 몸을 뒤집으며

앙증맞은 은빛 그림자로 물살을 거슬러 올랐다



붉어진 서쪽 하늘이

거울삼아 천을 들여다보며

바람으로 구름 머리를 단정히 빗어 내리자

물새들은 밤을 맞이하려 수초 위로 자리를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