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눈의 표정

성당에 피어난 눈꽃

by 김도형



눈입니다

갑자기 하얗게 눈이 내립니다



시간이 앞으로만 가는 건 아니네요

이제는 다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후 세 시부터 싸락눈이 내립니다



직원들이 책상에 하루를 새기는 동안

창밖으로는 어린 눈들이 맴돌다 멀어집니다



마음은 어느덧 명동길을 따라갑니다

성당 뒤꼍 동정녀 마리아의 두 손에도

고운 눈이 쌓이고요

사람들이 밝힌 촛불 위에도 눈이 녹아 내립니다



담장 옆 느티나무 새싹이 단단해지는 것은

이렇게 햇살과 눈발이 번갈아 내려앉기 때문이겠죠?



퇴근길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눈이 금방 그칠까봐 아쉬움이 생깁니다



막상 도로에 눈이 다 녹아지면

괜한 걱정의 흔적으로 또 미안해지곤 합니다



창밖이 조용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옵니다

마지막 눈도 발자국을 남기고 사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