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입니다
갑자기 하얗게 눈이 내립니다
시간이 앞으로만 가는 건 아니네요
이제는 다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후 세 시부터 싸락눈이 내립니다
직원들이 책상에 하루를 새기는 동안
창밖으로는 어린 눈들이 맴돌다 멀어집니다
마음은 어느덧 명동길을 따라갑니다
성당 뒤꼍 동정녀 마리아의 두 손에도
고운 눈이 쌓이고요
사람들이 밝힌 촛불 위에도 눈이 녹아 내립니다
담장 옆 느티나무 새싹이 단단해지는 것은
이렇게 햇살과 눈발이 번갈아 내려앉기 때문이겠죠?
퇴근길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눈이 금방 그칠까봐 아쉬움이 생깁니다
막상 도로에 눈이 다 녹아지면
괜한 걱정의 흔적으로 또 미안해지곤 합니다
창밖이 조용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옵니다
마지막 눈도 흰 발자국을 남기고 사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