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서면

흐르는 물가에 서면

by 김도형



내려놓고 싶습니다


모든 것을 물가에 내려놓고 싶습니다



생각으로 가득 차 버려서


동트는 새벽하늘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차가운 아침 공기의 스며듦도 느낄 수 없습니다


녹아내리는 잔얼음의 향기도 맡을 수 없습니다


철새들이 물고 온 북방의 소식을 들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라져 간 것들을 기억해낼 수도


없습니다




이 냇가에 내려놓고 싶습니다


달빛과 별빛만이 헤적이는 물 위로


내게 갇힌 모든 것들을 풀어 보내고 싶습니다